[단편] 갇힌 소년

by 소진

우울하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집 밖엔 까마귀가 울고 있다. 아버지는 부엌을 한껏 어지르고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하수구에 쳐 박힌 계란 껍데기가 아버지에게 맞고 깨진 어금니모양이다. 아버지는 어디 갔을까, 전화를 하고 싶지만 전화기는 얼마 전에 망가져버렸다. 나는 계란 껍데기를 꺼내 음식물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음식물 쓰레기가 썩었는지 온 집안에 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버지는 장소의 구분이 없다. 텔레비전 위에 국자를 놓고 부엌에 리모콘을 놓고 침실에 신발장을 갖다 놓았다. 식탁 위에는 흙이 세는 화분을 갖다놓고, 거실 바닥에는 쿠쿠가 놓여있다. 나는 다시 잠자리에 든다. 집 안은 아직 어둡다. 커튼이 두껍기 때문이다. 배는 고프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배가 아팠다. 순간, 순간 창으로 배를 후벼 파이는 기분이었다. 그럴 때 밥을 한 두 숟갈 먹으면 통증이 가라앉고는 했다.

문득 잠들려는데 집 앞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알아들을 수 있는 거라곤 욕설과 제멋대로 찢어진 문장들뿐이었다. 커튼을 올리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내 게으름은 나보다도 내 집보다도 더 커져서 나를 짓누르고 있다. 게으름에게 짓눌린 손을 들어 커튼을 들어올린다. 커튼 뒤에는 햇살이 내 눈과 피부를 하얗게 탈색시킬 것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더 커튼을 들어올리기 힘들다. 나는 커튼 뒤에서 얼쩡거리는 남색 교복바지들을 발견한다. 남색 교복바지와 함께 담배냄새와 햇살이 들이닥친다. 세 가지다 싫어하는 것들이다. 나는 곧바로 후회한다. 왜 언제나 내가 힘들게 결정한 것들은 나를 힘들게 할까.

저 바지는 나에게도 있는 것이다. 엉덩이부분의 천이 맨들맨들 해질 정도로, 나는 학교에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나는 그때도 작은 게으름을 데리고 있어서, 누군가 나를 끌어내지 않으면 계속 앉아있고는 했다. 앉아서 나는 계속 생각했다. 냉장고에 들어있을 소형 청소기와 안방 신발장 안에 들어있는 아버지의 비상금 5만원을. 그리고 날아오는 주먹들과 욕설. 왜인지 모르겠지만 정우는 나를 싫어했다. 웃으면서 장난이라고 그러지만, 하루에 몇 번이고 맞는 뒤통수와 웃으며 하는 욕설과 빌려간 돈과 잠바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우는 나를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우울하다. 그래서 자퇴를 했고, 아버지가 뭐라고 하기 전까지 계속 잠자고는 했다. 나는 오랜만에 본 남색 교복바지 때문에 우울해져서 다시 잠들었다. 머리를 맞고 잠에서 깼다. 문을 바라보니 술에 취한 아버지가 보였다. 머리가 욱신거려서 주변을 둘러봤더니 철로 만든 자명시계가 보였다. 나는 일어나서 방 밖으로 나갔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따라와서 한 대 더 때렸다.

“이 돼지새끼가, 하루 종일 잠만 쳐 자고, 니, 같은 새끼는, 뒤져 없어져야해.”

그래, 너 같은 새끼는 뒤져 없어져야 돼.

나는 중얼거리며 거실을 돌아다니다가 부엌으로 가서 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식탁에 앉아 흙이 세는 화분에 물을 준다. 화분에선 흙탕물이 세어 나와 바닥을 적신다. 반찬을 꺼내놓다 행주로 바닥을 닦는다. 아버지가 내 머리를 발로 차고, 밀어낸다. 너 같은 새끼는 뒤져 없어져라. 나는 계속 중얼거린다. 나는 거실에 있는 쿠쿠에서 고구마를 꺼낸다.

“밥 어디 갔어, 이 개 같은 새끼야.”

“다 먹었어요.”

“내가 준 쌀값 어디 갔어, 이 돼지 같은 도둑 새끼가, 감히 아비 돈을, 훔쳐?”

“아버지가 쓰실 데 있다고 가져가셨는데”

순식간에 아버지에게 뺨을 맞고 배를 발로 차였다. 나는 배가 창으로 들쑤셔지는 것 같다. 하지만 밥이 없다. 나는 쿠쿠로 기어가 고구마를 먹는다. 아버지는 나를 욕하다 밥을 먹기 시작한다. 아니 고구마를 먹기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고구마를 먹는다. 집에서는 쓰레기 냄새가 난다. 아버지는 밥을, 아니 고구마를 먹다 잠든다. 나도 다시 잠든다.

우울하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집 밖엔 까마귀가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