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뱀의 집안이라 혀의 끝이 둘로 갈라져 있다. 태초의 있었던 조상은 아담가(家)와 함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쫓겨났다. 처음에는 우리의 몸집이 거대하여, 아담과 그의 자식들은 우리를 피해 도망 다녀야 했다. 그때, 아담을 죽였어야 했는데. 불쌍하게도 뱀의 조상은 신의 땅에서 쫓겨나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큰 대가리와 짧은 팔, 거기다 머리보다 더 크고 무거운 꼬리를 하사받았다. 거기에 적응하는데 수십만 년이 걸렸다. 아담을 죽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결국 하와의 발뒤꿈치에 평생 머리가 찍혀 죽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의 몸은 점점 작아졌다. 사용하지 않는 꼬리는 짧아졌지만, 머리도 꼬리와 함께 퇴화하고 생김새는 더 흉측해졌다.
“아버지, 이번에도 아담이 예수를 하기로 했어요.”
크리스마스마다 하는 성탄제에서 아담은 3년째 같은 역할을 맡았다. 모두가 탐내는 역할이었다. 예수, 주인공. 물론 나도 탐내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탄2를 맡았다. 작년에는 사탄3이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발뒤꿈치에 머리가 찍혀 정신이 죽어버렸다. 어머니는 아담가(家)의 남자를 따라 도망가셨다.
아버지, 그건 모두 태초에 일어나기로 되어있는 일이에요.
아버지의 머리는 퇴화해 내가 하는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버지의 혀끝도 둘로 갈라져있다. 아버지는 정신이 죽어서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채 술을 마신다. 나는 술이 천천히 흘러들어가는 아버지의 갈라진 혀를 바라보며, 내가 태어나 자라야 했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생각한다. 나는 내가 뱀 족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뱀 족의 현실을 깨우치고, 아담가(家)가 우리에게 행하고 있는 만행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뱀 족이 아담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저항도 알아차렸다. 같은 죄를 짓고 다른 삶을 사는 우리의 처지를 깨우쳤다.
나는 아버지의 흐리멍텅한 눈을 바라보며 여자를 조심하기로 다시 한 번 마음먹는다. 여자라는 족속들은 모두 하와처럼 귀가 얇고, 생각이 짧으며, 주위에 피해를 준다. 뱀이 장난으로 한 유혹에 넘어간 하와 때문에 나는 이렇게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닌 하와 때문에.
아담을 죽이고 싶어요.
아담은 옛날부터 하는 일 없이 신의 사랑을 받았다. 간식은 언제나 아담이 가장 첫 번째로 받았고, 연극을 하면 언제나 아담이 주인공이었다. 간식이 남으면 그건 아담 것이었다.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이 아담을 좋아했다. 어쩌면 신은 아담에게 미안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땅으로 내려온 것은 모두 하와와 나의 탓이고, 자신의 손으로 만든 아담은 자신의 갈비뼈에서 나온 하와의 말을 들은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신이시여, 당신이 아담의 몸에서 떼어낸 갈비뼈는 아담입니다. 그 갈비뼈에서 나온 호기심과 어리석음도, 다름 아닌 당신의 자식입니다. 하와는 곧 아담입니다. 유혹에 빠진 것은 곧 아담입니다.
아담은 부자다. 아담은 잘생겼다. 아담은 착하다. 아담은 정직하다. 아담은 성실하다. 그래서 모두 아담을 사랑한다. 그건 신의 농간이다. 내 머리는 점점 커져간다. 내 혀는 점점 갈라진다. 내 얼굴은 점점 어그러진다.
왜, 어째서. 그건 신의 농간이다.
연극 연습을 할 때, 무대 뒤편 구석에 서서 아담의 빛나는 얼굴을 보며 생각한다. 이 알 수 없는 더러운 기분은 뭘까. 어떻게 하면 이 기분이 누그러질까. 나는 절대로 아담의 인생을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게 아니다. 이 기분은 단지, 과거의 업을 짊어지고 가는 중일뿐이다. 나는 아담의 삶을 질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질투하는 거면 어쩌지? 내가 치졸하면 어쩌지? 아버지는 대답도 해주시지 않는데.
‘따지고 보면 그렇게 나쁜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말한다. 이제 예수, 아담이 말을 해야 한다. 자신의 올곧은 성심과 신에 대한 사랑에 대하여. 그러므로 자신이 나빠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아담은 그 대사를 할 때 가장 빛난다. 진짜 신의 아들처럼. 마치 내가 진짜 악마처럼 참 잘한다.
아담, 그 아름다운 얼굴로 나를 봐. 네가 사랑하는 하와는 결국 내 혀에 놀아날 거야. 마지막에 하와의 발뒤꿈치에 밟혀 죽는다고 해도 너의 아름다운 얼굴이 일그러진다면 나는 하와를 유혹할거야. 하와의 호기심을 자극해, 나와 같이 더러운 땅바닥에 배를 깔게 하겠어. 하와를 더럽히는 건 너를 더럽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