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리와 분노

by 소진

나는 소리가 두렵다. 소리의 파동이 나의 피부를 찢을 것만 같다.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나의 심장에 파고들어 심장이 멎을 듯하다. 사실은 엄마가 나를 때리기 전에 소리 지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엄마가 옆에 있다면 좋겠다. 천둥치는 밤에.


늦은 아침, 잠에서 깬 엄마가 안방 문을 열고나오며 소리 지른다. 엄마는 하루에 열두 번 넘게 소리 지른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을 때, 잠을 잘 때, 나에게 무언가 시킬 때, 내가 그 일을 제대로 못했을 때. 그리고 가끔은 도무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소리를 지른다. 엄마는 거의 항상 화가 나있다. 하지만 가끔 엄마는 상냥하기도 하다. 아주 가끔이지만 그런 날 나는 매일 그런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사라지기도 전에 엄마는 곧 원래대로 돌아가 다시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지른 후에는 내 눈앞이 새하얘지도록 때린다. 꼭 번개가 내리치는 것 같다. 나는 감히 엄마의 손을 쳐다보지도 못한다. 엄마의 손이 너무 하얗기 때문이다.


나는 목이 없다. 처음에 태어났을 때는 분명 있었지만, 여섯 살 때였다. 엄마에게 맞기 직전 몸을 웅크리다, 목이 그만 어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후로 나는 마치 꼽추처럼 언제나 움츠려야 했다. 엄마의 손에 놀란 목이 어딘가로 달아나 버린 것이다. 나는 목을 찾고 싶어 거울 앞에서 목을 꺼내려고 해보았지만, 그 모습을 본 엄마에게 다시 맞기만 했다. 조금 나오려던 목은 그 때 완전히 달아나버렸다.


어느 날 어떤 아줌마가 찾아왔다. 회색 정장에 검은 가죽 가방을 들고 있었다. 아줌마의 머리는 적당한 단발머리에 잘 빗겨져있었다. 아줌마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볼 정도로. 만화영화에 나오는 공주님처럼 믿지 못할 정도로 상냥했다. 나에게 사탕도 주었다. 아줌마는 내가 학교에 가기를 원했다. 나는 아줌마가 원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앞에는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너무 커서 나는 아줌마와 눈조차 마주할 수 없다. 엄마는 김치 국물이 묻은 발목까지 오는 현란한 무늬의 원피스를 입고 짝 다리를 짚은 채 아줌마를 쳐다보며 말했다.


“언니, 애를 학교에 보내면 돈이 얼만데. 나는 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하나도 안 보내고 혼자 잘 키웠어.”


나는 엄마가 부녀회장에게 했던 것처럼 아줌마에게 욕을 할까봐 걱정했다. 다행히 엄마는 아줌마에게 욕하지 않았다. 아줌마는 내가 학교에 꼭 가야한다고 말했다. 나는 아줌마가 말하는 학교에 꼭 가고 싶었다. 내 바람이 어떻든 나는 아줌마가 절대 우리 엄마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줌마가 법이라고 말하자, 엄마는 태도가 변했다. 말투나 행동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뭐랄까, 상냥한 엄마가 아주 약간, 엄마의 빨간 매니큐어나 파마머리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상냥한 엄마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꼭 매니큐어 냄새처럼 머릿속에 들어왔다. 아줌마가 돌아가고 엄마는 나에게 학교를 가야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 날 밤 기대감에 잠을 잘 수 없었다. 학교는 도대체 뭐하는 곳일까, 나는 거길 가서 뭘 할까, 너무나 두근거려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설레었다. 심장에 천둥이 박히는 것처럼 거대하게 울렁거리고 마구 두근거렸다.


내가 자고 있는 방문이 열렸다. 나는 엄마에게 혼날까봐 자는 척을 했다. 엄마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 엄마는 매일 밤마다 술을 마셨다. 엄마는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고, 엄마는 너무 외로워서 술을 마셨다. 엄마는 세상 모든 게 자신에게 술을 먹인다고 했다. 나도 엄마에게 소주 다섯 병씩을 먹인다고 했다. 나는 엄마에게 소주를 먹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엄마는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아보라며 나에게 소주를 먹였다. 소주는 매스꺼웠다. 나는 소주가 썩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마는 믿지 않았다. 엄마는 항상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렸다. 아, 자연재해는 도무지 내 힘으로 막을 수가 없다. 내가 엄마에게 술을 먹여서 엄마는 제우스가 되어버린 걸까. 헤라가 제우스가 되어서 번개를 다루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리스 사람들은 번개가 제일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우스가 중앙에 앉는 것이다. 그 자리는 파워레인저에서 리더인 빨강이 앉는 자리이다. 나는 그리스 사람들이 왜 제우스가 대장이라고 생각했는지 그 이유를 안다. 왜냐하면 제우스의 손바닥에 맞으면 따갑기 때문이다. 번개는 따갑고, 다섯 갈래로 뻗어가 내 등과 온 몸에 번개가 지나간 자리가 새겨지기 때문이다. 엄마의 손에는 언제나 번개가 들려있고, 엄마는 헤라였다가 제우스가 되어서, 자기가 원하는 것도 아닌데 제우스가 되어서 번개를 잘 다루지 못하고 인간에게 내리 꽂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엄마가 내 옆에 있다면 좋겠다. 천둥치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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