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에 양아치 중년들의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 있다. 자본주의의 이해타산 불일치로 몰락한 쇼핑몰 옆에 벤치와 가로수, 가로등으로 꾸며둔 공간이 있는데 본래의 목적(아마도 밝고 건강한)과는 달리 콜라텍과 유흥주점이 즐비한 지리적 특성상 그런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버렸다.
거기를 보면 참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모인다. 주로 망한 것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
얼마 전에 식량이 거의 다 떨어져서 이마트에 장을 보러간 적이 있다. 오후 9시 정도였는데 타임스퀘어는 거의 정리 분위기였다. 이마트는 11시까지 운영하지만 타임스퀘어 측에서 이마트랑 연결된 문을 9시 40분에 닫아버려서 그 전에 잽싸게 다녀와야한다. 안 그러면 10분 정도 돌아가야한다.
20만원 정도 장을 봐서 바리바리 카트에 싸서 집으로 갔다. 그러다가 그 양아치 광장 앞을 지나게 됐다. 광장 옆 도로에 쓰레기 수거 구역이 있는데 그날도 쓰레기가 모여있었다
근데 어떤 할머니가 막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쳐다보니 쓰레기가 모여있는 앞에 종이가방에서 제법 쓸만한 옷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붉은 색에 큐빅이 잔뜩 달린 옷이었다. 그 나이대의 할머니가 좋아할만한 옷이었다. 할머니는 그 옷을 높이 들고 하나님이 복을 내렸다,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냐. 이렇게 말하고 있었는데 온 동네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소리였다.
뭔가 만감이 교차했다. 나는 20만원 어치 장을 보고 집으로 가고있는데 할머니는 쓰레기 더미에서 누가 버린 옷을 집어들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고 말이다.
누군가의 쓰레기가 누군가에게 가서 복이 된나니...
인생은 참 재미있다.
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장면이라서 기록해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