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를 언제 처음 먹어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에게는 강렬하거나 색다른 맛은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던 것 같다. 나는 쌀국수를 좋아한다. 부들부들한 면이 부담없이 후루룩 넘어가는 느낌도 좋고 고기국물의 감칠맛도 좋다. 게다가 아삭한 숙주나물과 몇점 안되지만 곁들어져 있는 고기가 고탄수화물 섭취의 죄책감을 덜어주니 고맙고, 거기에 고수를 잔뜩 올려먹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오늘은 집근처 골목에 쌀국수 집을 발견하여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홍두께 쌀국수를 시켰는데 얇은 생고기를 올려주는 것이 신선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어 살짝 거부감이 있었으나 뜨거운 국물로 고기를 덮으니 빨간 핏기는 금방 사라지고 국수와 같이 먹기 딱 알맞은 부드러운 고기가 되었다. 국물도 조미료의 맛보다는 깊은 고깃국물의 맛이 많이 느껴져서 거북하지 않고 편안했다. 국물까지 거의 뚝딱 해치우고 오랜만에 외식의 기쁨을 누리며 기분좋은 배부름으로 식당을 나왔다.
나는 식당에서 거의 밥을 먹지 않는다. 배달 음식은 더더욱 잘 시키지 않는다.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다시말해 돈이 아까워서다. 직장을 그만두고 제일 줄여야할 지출목록으로 식비를 첫째로 정했다. 난 뭐 미식가도 아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도 아니라 적당한 나의 요리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괜찮았다. 그런데 오늘은 마침 집에 먹을거라곤 물밖에 없는 탓에 오랜만에 먹은 쌀국수가 이렇게 소소한 만족감과 행복을 줄 줄은 몰랐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언제나 뜻밖에의 자극이 더 큰 임팩트를 주는 듯하다. 8천원으로 이정도의 행복을 살 수 있다면 내가 행복하게 사는데 그렇게 큰 돈은 필요 없지 않나? 그럼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아둥바둥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쌀국수는 다 좋은데 가성비는 확실히 좋지않다. 금방 배가 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