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밤새 술을 마셨다. 대학원동기들과 지도교수님을 만나 저녁 6시에 시작한 술자리가 새벽 5시가 되서야 끝이 났다. 이제는 술을 많이 먹지 않아도 밤을 샌다는 것이 괜찮을 나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새삼스레 느낀다.
어찌어찌 집에 와서 잠이들고 점심 즈음 눈이 떠졌다. 살짝 속도 쓰린 것 같고 해장을 해야겠다 싶어 집에 국물할 만한 것이 있나 찾아보니 라면이 전부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집 근처 콩나물국밥집에 갔다. 가격이 아주 저렴하고 맛도 괜찮아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가끔 한번씩 가는 곳이다. 콩나물국밥은 고기가 주 재료인 다른 국밥들과 달르게 깔끔하고 부담이 없는 것이 매력이다. 콩나물과 밥 밖에 없어도 맛이 서운하지 않고, 시원한 국물은 몸속의 알콜을 모두 날려버릴 것 만 같은 느낌이다. 콩나물 위에 잔뜩 올린 김가루는 너무 심심할 뻔한 맛을 확 잡아주고, 뜨거운 국물에 익혀먹는 날계란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큰 만족감을 준다. 그렇게 나는 아저씨 처럼 소리를 내면서 땀을 흘리며 한그릇으로 해장의식을 치뤘다.
이렇게 한번씩 사람들과 만나면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다. 많은 것을 이뤄내서 행복할 것 같은 사람은 생각보다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에 나름의 만족을 느끼며 살고 있는 사람은 행복해 보였다. 이렇게 각자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조금씩 이야기 해 보면 인생을 더욱 모르겠다는 생각이든다. 40년 가까이 살아도 아직도 인생이 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계속 어쩌면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럼 그냥 내맘 대로 살아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