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은 3년 전 쯤 처음 먹어봤다. 직장 동료가 마라탕 입문시켜 준다하여 처음 먹어봤는데 매운 것을 잘 먹는 편이라 그런지 맛있었다. 심지어 자기전에 생각도 생각이 나 이래서 마라가 중독성 있는 음식이라고 하는 구나 싶었다. 그 이후로 가끔씩 마라탕을 먹곤 했었다.
외식을 줄이겠다고 결심한 이후로는 거의 먹지 않았는데 갑자기 매운 음식이 확 땡겨서 집 근처 새로생긴 마라탕 집에 가 보았다. 마라탕은 내가 먹을재료를 고를 때 부터 신이 난다. 배추와 버섯, 숙주나물, 문어피시볼은 꼭 넣어야하는 좋아하는 재료이다. 그 외에도 청경채 건두부, 분모자 옥수수면을 적당히 담는다. 자칫 욕심을 부리다 양조절에 실패하면 대략 낭패다. 혼자서 다 못먹는 양을 담을 수 있으니 전략을 잘 짜야한다. 보통은 양고기를 추가해서 먹는데 이번에는 그냥 담백하게 먹고싶어 고기는 추가하지 않았다. 맵기는 신라면 정도의 단계로 선택했는데 이 집은 다른 집보다 더 매워 물한통 거의 다 먹었지만 역시 매운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 듯 했다.
이유없이 짜증이 나고 우울해 질 때가 있다. 아마도 호르몬 때문일 것이다. 점점 나이가 들 수록 호르몬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지 기복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이것저것 찾아보니 마그네슘이 도움이 된다고 해서 주문을 했다. 머리로는 호르몬이라는 것이 인식이 되지만 감정은 잘 컨트롤 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면 아무렇지 않다가도 갑자기 괜히 누군가가 미워지기도하고 원망스럽기도하고 그렇다. 이번의 타겟은 가족이다. 나는 나의 역할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았는데 가족 구성원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에 대해 언제나 그 기대에 만족을 주기 위해 엄청 노력한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그래서 나의 마음보다 나에게 기대하는 상대방의 마음에 더 신경을 쓰느라 정작 내 마음을 신경쓰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갑자기 울컥 화가 났다. 사실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나에게 어떠한 기대치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스스로 그럴 것이라고 짐작하고 행동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냥 좀 왠지 나 혼자 애쓰는 것 같아 힘들고 서러웠나보다. 다시 우울과 짜증에서 벗어나 상태가 좋아지면 아무렇지 않을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번 기회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정해놓은 역할에 대해서 생각 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과 짜증, 스트레스에 매운음식도 좋지만 걷기 만큼 좋은 것도 없다. 나가서 좀 걸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