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기운에 푹 주저앉은 날, 며칠 전 내렸던 3월의 눈이 미웠던 날, 가늠할 수 없는 날씨에 화났던 날.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직장인의 발길도 뚝 끊긴 시내의 인적 없는 거리들. 어려운 날들이었다.
한적한 거리에 쌩쌩 부는 바람과 내면의 온도가 맞닿아 마음이 소스라치듯 추웠다. 옷을 움켜쥐었는데, 날 선 바람이 옷 빈틈으로 파고들었다. 체스 게임에서 모든 수를 이길 수 없듯이 이번 판은 겨울에 져줘야 하는 게임이었다.
실패한 인생도 늘 일부였다. 나는 작은 일에도 승패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 오늘은 완전히 패배했다" 하며 터덜터덜 걸어오는 길에도 승리하는 날이 있을 거라는 것도 알았다. 내가 겪은 인생은 주사위 같아서, 곧 랜덤게임이었다. 게임에 임할 준비는 아주 잠시 주어지고, 매일 게임에 들어갔다.
가끔 잡념이 안 드는 날이면, 주사위 6이 2번 연속으로 나온 것처럼 개운했다. 인생에 미련은 매일 남지만, 그저 깔끔한 날도 있는 법이니까. 여전히 인생을 하루하루의 승부로 보는 나는, 늘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인생이 나를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을 거라는 걸. 하루의 게임을 끝내고 나면 스스로의 재미를 찾아야 한다는 걸 이제 너무 잘 알고 있다. 인생이 주는 일이라는 게임은 지치지도 않고 반복될 것이다. 게임 밖에서 뭘 할지는 오로지 내가 찾는다. 일은 그 중간에 존재하는 섬세하지 못한 게임이다. 삶이 존재하는 목적은 인생의 사명을 만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