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영원했으면 좋겠어

by sujin

인간은 사랑도 하고, 경험도 하고 성숙도 하고, 상처도 겪는다. 상처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성장통이 태풍처럼 찾아오고, 또 온기에 눈 녹듯이 사라져 갔다. 수십 번씩 겪으면서, 인간은 무뎌졌고 삶에 죽지는 않았다. 경험은 인간을 걱정에 빠져 살게 만들었지만, 사랑이라는 건 쉽사리 없어지지는 않았다. 조그맣고 작은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면, 인간은 그것을 위해 다시 목숨을 바쳤다.

서글픈 일은 으레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게 없으면 인생이 아니라는 건 아이도 알았다. 깨달음은 누구에게나 존재했다. 우리는 영원을 잃을 것이라는 것을, 맑은 시냇물이 흘러가도 세상이 아무리 예뻐도, 찬란한 빛이 내리쬐도.


삶은 이유가 없다. 연약하고 강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존재를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알면, 내 마음속에 강한 경멸이 솟았다. 타인을 다 사랑하는 건 불가능해서 기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원하고 아름답게 사랑하는 게 가능하지 않으니, 동심은 물에 빠지고 인생은 그저 물통 같은 것이었다. 어느 정도 차면 비워내야 하는 물통.


모든 감정은 시간이 차면 비워줘야 했고, 행복도 기쁨도 동일했다. 주기적으로 감정을 버리러 가는 길에 엄숙한 책임감이 따라왔다. 쓸쓸함도 버려야 하기에 애틋했다. 슬픔도 없어질 걸 알기에 더 기억하고자 했다. 너를 사랑한다고 밤하늘 달에 속삭여도 달은 듣지 못할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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