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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가지들이 자리를 쳤다. 그냥 두니 쭉쭉 뻗어나간 가지들은 이젠 정리를 해줘야 했다. 생각의 힘이란 게 이렇게 대단했다. 생각은 하나의 놀이동산을 만들었고 겁도 없이 놀이기구에 탑승하게 만들었다. 여긴 기구마다 안전바도 없었는데 타고 내려와도 죽을 위험은 없었다.
생각을 좀 더 실용적으로 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차라리 디자인, 건축물, 여행에 소비했으면 후회는 안 남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현재의 생각이 건축물만큼 무거워지면, 여행은 꿈도 못 꾸는 것이었다. 그렇게 둔해진 상태로 돌아다녀봐야 보람을 느낄 수 없으니. 언제나 여행보다는 현재가 더 중요했는데, 현재에 아주 작은 허점도 남기기 싫었기 때문이다.
거창한 여행보다 소박한 여행이 더 좋아서, 안 먹어본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것도 일종의 여행이었다. 건축물을 보는 것도 좋아했는데, 그 건축가의 생각이 닿는 것 같아 그 사람이 구상한 세계 속으로 도망을 치는 것 같았다. 판타지 영화 속에 만들어진 세계가 곧잘 휴식처가 됐고, 다른 이가 만들어놓은 생각의 통로가 참 감사했다. 덕분에 나는 시간을 여행하듯 살 수 있으니, 내 집에는 언제든 출발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 많았다.
생각의 바다에 잠겨있다가도, 석양빛이 돌아올 시간을 알려줬다. 내 시간은 나름 정확했고 돌아올 때가 늦은 적은 없었다. 거센 그리움은 그곳에 남아도 나는 돌아와야 하는 걸 알았다. 너무 오래 감상에 젖지 말아야 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성장했고 삶의 주인이 되었다. 나는 석양빛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내가 빛이 되지는 않아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