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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고루 울려 퍼졌다
나의 잠을 깨우고, 나를 긴장시키는 소리이면서
내면을 다독이는 소리 같기도 했다
적당히 조용한 사무실, 전화받는 사람들
무언가를 긴밀하게 상의하는 소리들
긴 연휴 끝의 금요일은 어딘가 붕 떠 있는 듯했다
누군가는 병가를 내고, 누구는 상사의 잔소리에 귀찮아했다
잠을 못 자고 잔뜩 골이 나서 출근한 나는
의자에 딱 붙어 앉아 머리를 기댔다
모니터에서 나오는 열기를 거절하면서
괜찮은 척 연기를 한다
손에 쥔 필기용 샤프가 왠지 가여워서
눈을 편하게 하는 회색의 필기구가 시야를 흐리게 하는지
나 자체가 흐려진 건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제는 왜 잠이 안 온 건지 고민들을 읊어보다가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인 것만 정확히 알았다
기어이 이 고민이 나를 무너지게 하는구나 싶어서
또다시 골이 났다
화만 내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사람들과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회색의 샤프처럼 가여운 나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잘 숨겨보려고 노력하는 바람에
오늘도 나를 보여주는데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