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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 Sep 10. 2023

Wes Anderson : 색감과 대칭에 담긴 의미

우리가 웨스앤더슨을 사랑하는 이유

 우리 주변엔 눈에 띄는 브랜드들이 꽤나 많다. 이런 브랜드들의 행보는 크게 주목받기도 하고, 금방 트렌드라는 이름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꾸준한 브랜드와 잊혀지는 브랜드의 차이는 정체성에서 나온다.  


 꾸준한 브랜드에게는 'Identity'가 있다. 일관된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한 활동은 대중에게 일관된 이미지를 심어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반대로 정체성이 없는, 무조건적인 트렌드의 수용은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러한 개념은 퍼스널 브랜딩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웨스앤더슨이 바로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보유한 영화감독이다. 자신의 이름이 하나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웨스앤더슨을 브랜딩과 엮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앤더슨을 처음 알게된 건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고나서였다. 나는 동화같은 색감과 자로 잰듯한 미장센에 매료되었고, 이는 내가 색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의 연출스타일은 하나의 동화속 세계를 창조하는 듯 하고, 여러개의 미술작품을 그자리에서 연속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색감과 대칭

 딱딱한 말투, 어딘가 뚱한 표정, 직선적인 카메라 무빙 등 여러가지 연출적 특징들이 있지만, 웨스앤더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역시 색감과 대칭이다. 영화 어느부분을 캡처해봐도 그의 영화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는 색감. 웨스앤더슨은 영화를 제작할 때, 칼라 팔레트를 지정해놓고 그안에서 색을 사용한다고 한다. 때로는 노란계열을 사용해 필름같은 느낌을 연출하고, 때로는 붉은 계열을 통해 따뜻한 느낌을 만든다. 의상에 비비드한 칼라를 사용하기도 하며, 색상에 욕망, 사랑같은 상징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또한 그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대칭에 집착한다. 완벽한 좌우대칭이 만들어내는 미장센은 안정적인 구도를 완성하며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자로 잰듯한 웨스앤더슨의 구도는 영화에서 빠질래야 빠질수없는 또 하나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 광고, 우연히 웨스앤더슨 전시 포스터, AI로 제작한 해리포터

 확고한 스타일덕에 웨스앤더슨은 수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광고나 그림 등의 예술분야에서 그를 오마주한 작품들이 나오고, 'Accidentally wes anderson'이라는 인스타그램 페이지는 웨스앤더슨스러운 사진들을 업로드하며 책을 내기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웨스앤더슨이라는 브랜드를 사랑하는 이들이 벌인 일이다. 그의 작품세계를 공감하는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뜻이도 하다.


 이처럼 대체불가능한 그의 색깔은 곧 정체성이 되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뚜렷한 목적과 철학이 없는 행보는 일시적이다. 웨스앤더슨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그의 스타일에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연출의 역할

 내용만 봐서는 그의 작품은 동화스럽다고 볼 수 없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결핍이 있거나, 무언가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문라이즈킹덤>의 어린 주인공들은 위태로운 가정사를 갖고 있고, <그랜드부타페스트호텔>의 구스타브는 살인 누명을 쓴다. 이런 영화 속 인물들은 성장이 필요하며, 무언가로부터 해방되길 원한다. 


 따뜻한 색감과 안정적인 구도는 어두울 수 있는 주인공의 서사를 위트있게, 심각하게 보이지 않도록 한다.   

반면, 강박에 가까운 대칭구도나 인물들의 기계적인 말투와 행동, 직선적인 카메라 움직임은 영화 속 세상을 통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모든 인위성들이 영화 속 세상을 비현실적으로 만들고, 나는 이런 통제가 인물의 성장과 모험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고 느껴진다.

 

 그의 색감, 미장센은 모두 동화를 만들기 위한 계획된 연출이다. 웨스앤더슨이라는 브랜드는 '험난할 수 있는 여정도 동화처럼 위트있게 담아낸다'는 정체성을 담고있다. 그렇기에 그의 스타일은 오래도록 유지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마무리

 브랜드도 이처럼 일관된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움직인다면, 사람들의 공감과 팬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웨스앤더슨스러움'은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이토록 주인공의 여정을 동화처럼 그려내는 건, 어쩌면 현실에서는 모두가 성장과 해방을 누릴 수 없다는걸 알기 때문은 아닐까?

그걸 아는 우리가 웨스앤더슨에 열광하는 건, 그가 만들어낸 동화 속 세상에서 낭만을 찾고 싶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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