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넌들낸들 Dec 24. 2022

생일 그 뭣이라고~

케이크의 변화

내 생일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결혼 후부터는 신랑이 바쁘다 보니

24일 정각 12시가 되면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다.


23일 저녁부터 뭔가 생일 전야제처럼

들떠있다.

아이 장난감과 똑같이 생긴 하츄핑 케이크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생일 케이크가 변했다. 아이기 고르는 케이크 먹어야 한다. 내 생일뿐만 아니라 신랑 생일 때도... 양가 부모님 생신 때도 심지어 동생 생일도 아이가 고르는 케이크로 불을 밝힌다.


생각보다 귀여운 이 케이크가 맛도 좋다.

24일 되면 친구와 보내다 25일 되면 들어오던 청춘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아이가 생기고 아이만 보며 살다 보니

생일 케이크 불면 됐지 하며 육아맘의 일상으로만 살았다. 생일상은 물론 미역국도 못 먹고 지나간 날들도 있었다.

신랑이 해준 갈비찜~~입에서 녹진 않았지만 제법 부드러웠던 고기

오늘은 다행히 신랑이 쉬어

신랑이 생일상 차려줄 거라며 미역도 불리고

갈비 피도 뺀다며 오전부터 바빴다.

쉬는 날이면 맨날 누워 폰 게임만 하는 화상인 줄 알았는데

남편이 아니라 신랑 대접 해주고 싶게 만드는 날이다.

신랑이 차려준 생일상 맛도 좋았다. 신랑 생일상은 차려줬어도 내 생일상은 외식이나 배달음식으로 퉁치고 말았지 받아먹을 줄 몰랐는데 막상 받아보니 너무 좋았다.




신랑이 생일 선물 갖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보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 옷, 아이 장난감 아니면 신랑 옷 사다 보니 내 물욕이 사라졌다. 필요한게 아니면 내 물건은 안사게 되는...


예쁜 쓰레기를 산다던지

머그컵을 산다던지

옷이나 모자도 엄청 좋아해 마구 사들인 사람인데


자라 세일하면 장바구니에 내 아이들이 한가득 했는데

이젠 자라 세일하면 아이 옷만 한가득이다.


내 삶이 바뀌었다.


어릴 땐 생일 케이크가 맨날 크리스마스 장식 많은 케이크이면 심통 부리기도 했던 철없는 아이였다. 나도 생일 케이크로 먹고 싶다며 굳이 크리스마스 장식 없는 케이크로 꼭 구매 요구 했다.

또 내 생일 선물 받고 그다음 날 크리스마스 선물도 달라던 당돌한 아이였다.

어른들은 하루에 퉁치자고 했지만


그럴 수 없어 묘안을 낸 것이


내 생일 음력으로 지내자!!



난 그때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좀 머리가 커서는

음력 생일은 부모님과

양력 생일은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는 가족들과


그렇게 욕심 많던 아이는

세상 물욕이 사라지고

육퇴만 바라고 있다.

생일 그 뭣이라고

맛난 한 끼 먹으면 그만이고

선물은 주면 고맙고 안 줘도 상관이 없다.


이젠 그저 아이가 빨리 자주길...

그래야 산타 할아버지 대신

크리스마스 선물 배달 하지...

그래야 엄마도 좀 쉬지


좀 자라 자


닦달하며 재우는 아이 엄마....

육퇴가 고픈 엄마...



왜이리 안자니...

생일인데 퇴근이 너무 늦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