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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Sep 09. 2024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동화 같은 글에 가슴 아픈 멜로.

처음엔 동화를 읽듯 편안하게 술술 읽었다.


호랑이 마을의

용이, 순이, 훌쩍이를 귀엽게 바라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풍경 속

평화로운 마을 풍경.

영화 같았다.

가보지 않은 마을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현해 놓은지라

그런 풍경들이 떠오르며

술술 읽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가즈오의 편지도 편하게 읽어 넘어갔다.


용이와 황포수가 떠나고


7년 후부터


이미 결말을 알고 보듯

가슴이 조마조마 해지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아픈 역사다 보니


제발 이러지 마. 하지 마.


마음속에서 요동을 쳤다.


훌쩍이가 죽고

다시 나타난 용이.


백마 탄 왕자님처럼 용이가 해피엔딩을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제발 순이를 구해줘.


거기에 가즈오가 낀다.

서브 남주의 방해.


가즈오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실패가 불 보듯 뻔하다.

용이도 마찬가지.


하지만 용이를 응원하게 된다.


용맹한 호랑이가

산불에서 아기 호랑이를 구출해 산을 떠나듯

용이도 순이를 데리고 떠나가길...


이미 예측 가능한 엔딩인데

결국 난 눈물이 난다.

끌려간 순이가 어떤 일을 당했을지 잘 알고 있어서 이다.


부산에는 국립 일제 강제 동원 역사관이 있다.

(꼭 방문하세요!!)

그곳을 방문하고 전시 관람을 하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웠다.

눈물을 참고 싶어도 힘들었다.

너무 아픈 역사를 바라보며 할 수 있는 거라곤

지금이라도 편히 쉬고 계시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아직도 사과받지 못했고 용서할 수 없는 잔인한 일.

전쟁이란 명사 아래

당연하게 벌어지는 범죄.

나라를 위해 종교를 위해 일으킨 전쟁의 현실은 참혹하다.


지금도 전쟁이 나는 곳에선 성범죄와 학대, 폭력 끊이질 않고 있다.

잔인한 범죄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어린 시절 봉사 활동을 하다가 만난 나이가 아주 많으신 할머니가 떠올랐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했지만

따스한 손길과 눈길을 가지셨다.

봉사 온 내 손을 어루만지며

"곱다. 참 곱다."

하시며 다 늙은 할머니들 돌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리고 계속 쉬라고만 하셨던 할머니였다.


하루는 청소를 하면서 할머니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보챘다.


할머니의 사연은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내용이었다. 할머니는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일제강점기, 한국 전쟁을 겪으셨다.

일주일에 한 번 봉사 활동 가는데 할머니 옛날이야기 듣느라 봉사 시간을 다 사용했었다.



할머니는 만석꾼의 딸로 태어나

부모 사랑받고 오빠들 사랑받으며 천진난만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내가 만석꾼, 천석꾼의 의미를 알게 된 날이다. 아주 상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


16살이 될 무렵,

오빠들 모두 징집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딸까지 빼앗길까 오빠들이 떠난 날 바로 결혼을 했다고 했다.

마을에 마흔이 다 되어가는 아저씨였다.


할머니 집에서 농사일을 돕던 아저씨였는데

몇 해전 아내를 잃고 혼자 사시던 분이었다.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급하게 한 혼인에 서러움이 많았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몇 달 뒤 다시 일본군들이 들어왔고

어린 학생부터 시집 안 간 동네 처녀들을 다 끌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셨다.

그 뒤로 마을이 조용해졌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눈시울이 붉어지신 할머니의 모습에 나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혼인시켰던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끌려가는 친구들을 보며 미안함과 죄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 무서웠던 세월을 보내고

친구들의 나이와 같은 나를 보니

절로 어린 시절이 떠올라

힘든 일을 시키는 게 마음 아프다고 하셨던 할머니의 손길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뉴스에서 위안부 할머니들 소식이 나오면

친구들도 저런 끔찍한 일을 당했을까 하시며

전쟁이 무섭다는 말을 되뇌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일본인들도 많이 찾는 국립 일제 강제 동원 역사관.


https://m.blog.naver.com/kimcoo_a_walk/2235104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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