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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Jan 10. 2023

까다로운 아기

분유, 기저귀 유목민

막상 퇴원하고 오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산부인과에선

"산모님은 아기가 없으니 그냥 병실에서 쉬세요

"하며 육아 교육을 시켜주지 않았고


대학병원에서 퇴원 전 아기 안는 법과 젖병 먹이는걸 한번 해보고 왔었다.


엄마 아빠는 식당 문 열어야 해서 우릴 내려놓고 바로 가셨고

집에 홀로 아기를 봐야 하는데

왜 우는지 뭐가 필요한지 하나도 몰라 어려웠다.

병원에서 쓰고 남은 이른둥이용 기저귀로 처음으로 아기 기저귀를 갈아입혀 보고

모유수유도 도전해 보는데

모유 먹기를 거부하고 계속 울기만 했다. 

태어나 병원에만 있다 처음 집에 온 아기도 낯설어 우는 건지... 배가 고파 우는 건지... 내가 안고 있는 게 불편해서 우는 건지....

산부인과 퇴원할 때 받은 출산 기념 분유를 뜯었다.

분유 수저는 어딨지??

아기는 울고 난 정신없고

허둥지둥  밥수저로 대충 타보았다. 정량도 모르는 체 말이다.

뭔가 맛이 없었던 건지...

분유를 먹다가 서럽게 울었다.


하는 수 없이 아기 입원실에 전화했다.

간호사 선생님께 SOS를 청한 초보 엄마.


알고 보니 분유 안에 수저가 있고

이른둥이용 특수분유를 사서 먹어야 하는데

아무 분유나 먹였다.

아기 퇴원 하면서 아무것도 준비가 안되어있던 엄마.

어떤 분유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타는지도 모르는 완전 초짜였다.


신랑에서 부랴부랴 특수분유 사 오게 시켰고,

급히 퇴근하여 사 왔다.

출처: 매일유업

이른둥이 분유가 따로 있다니 전혀 몰랐다. 3킬로가 되고서야 딴 분유를 먹을 수 있었는데

병원에서 선물로 받은 앱솔루트는 거부해 내가 심심하면 입에 털어 넣었다. 오랜만에 먹은 분유라 제법 달달 하고 좋았다.

아기 입도 고급인 건지... 더 비싼 산양유 분유는 잘 먹었다. 산양유 분유도 파스퇴르, 남양, 매일유업 이것저것 먹여보았다.

분유를 자꾸 바꿔도 잘만 먹었다.

모유는 거부해도 다행히 분유 거부는 하지 않아

산양유로 무럭무럭 키울 수 있었다.


분유 문제가 해결되었더니 이젠 기저귀...

하기스, 킨도 등등 거의 모든 기저귀 제품을 샘플도 받고 사서 써보았다.

피부가 날 닮아 약한 건지

자주 갈아입혀도 금세 붉어졌고

힘들어도 천기저귀 사용을 했다. 하지만 외출할 때는 일회용 기저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


기저귀 유목민이 되어

온갖 브랜드 사용 끝에 아기 피부에 자극 없는 두 제품을 찾게 되었고 정착했다.

대디베이비와 나비잠이라는 기저귀

소포장되어 있어 금방금방 사용하게 되어 지출이 장난 아니었지만 유목민 생활에 벗어나 행복했다.


행복도 잠시, 이유식 시작 하고

아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


아기들도 여드름 같은 게 난다고 하여 로션 듬뿍 발라주며 지냈다. 의사 선생님도 대수롭지 않게 보셨다. 로션을 바꿔보라는 둥 말이다.

영유아 검사와 예방접종 맞으러 가서 피검사를 할 일이 생겼다. 그때 알레르기 검사도 추가로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결과는 바로 우유 알레르기...

선생님은 특수 분유를 권하셨다.

처음 추천한 제품은 프리미.

우유 알레르기 있는 아기들 먹는 분유였고,

이른둥이에 워낙 마른 체형이라 이걸 먹기 시작했다. 분유 냄새가 상당히 별로다.

아이가 분유 거부를 하자

기존 산양유와 섞어 먹였다.


한 달이 넘어 예방접종을 위해 소아과 찾았을 때 의사 선생님께선 다른 분유를 추천해 주셨다.

다행히 이 분유는 잘 먹어주었다.

알레르기가 있어도 몸무게가 워낙 작게 나가

이유식과 분유 병행을 18개월 까지 가야 했다.


우유 알레르기로 과자도 빵도 요구르트도 치즈도 함부로 못 먹이는 아기... 까다로웠다.


오로지 쌀과자랑 과일만 먹은

그래서 더 건강한 거 같다.

고구마, 감자, 아보카도, 밤 등 가리는 거 없이 우유 빼곤 다 먹여보았다.


두 돌이 지난 후 의사 선생님이 조금씩 먹여 보라고 하여 흰 우유 먹여보았다. 아이가 먹기도 거부했지만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

생크림 케이크 먹고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났다.

조금씩 우유가 들어간 빵과 과자등 먹여보았고

면역이 떨어지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 알레르기 연고를 발라야 하지만

점점 몸에 적응이 되어 갔다.

그렇게 몇 년간 조금씩 먹인 결과

흰 우유는 시리얼 먹을 때 같이 먹는 수준으로 늘었고 과자나 빵을 먹어도 두드러기 나지 않는다.

아주 가끔 조금 반응이 올 때도 있지만

심하지 않아 연고 바르고 하루 만에 가라앉는다.


체지방이 10% 미만이라 소아과 갈 때마다 우유 섭취량을 더 늘려 보라 했다.

우유를 더 먹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숙제가 나에게 주어졌다.



육아는 매일 엄마에게 새로운 숙제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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