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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Jan 01. 2023

새해 첫 눈물

새해 첫 거짓말

12시 땡 땡 땡


"이제 종소리 들었으니 자자."

"엄마 자고 일어나면 나 6살 언니 되는 거야?"


그 순간 난 씨익 웃으며 거짓말을 했다.


"율아 너 6살 못되는데 며칠 전에 치과에서 울어서 의사 선생님이 마이너스 한살이라고 했는데 계속 5살이야."

했더니

아이는

"그거 거짓말이야. 할매가 거짓말이라고 했어."

하며 눈이 동그래지며 목소리가 커졌다.


나도 똑같이 눈이 커지며

"의사 선생님은 거짓말 안 해.

그리고 나라에서 6월부터 나이 2살 뺀다고 했는데

헉! 율이 다시 4살 되는 건가?? "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동생이

"아니지 곧 생일이니 생일 지나도 율이는 5살이네."

장난에 거들었다.


결국 아이는 서러움과 속상함과 억울함의 눈물이 쏟아졌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6살 되면 오라고 했는데....

어린이집 못 가는 거야? 이제 선생님이랑 친구 못 만나는 거야? "

하며 눈물을 떨구었다.


그 모습 너무 귀여웠다.

"새해 되자마자 언니는 애를 울리노." 하며 낄낄 거렸다.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아주며

"6살 되는 방법 아는데 뚝해봐. 6살 되고 싶으면 뚝하고 엄마 말 들어봐."

아이는 호기심에 눈물을 닦고

나를 쳐다보았다.

"피노키오 책에 나오는 파란 요정을 만나야 돼.

한쪽 발바닥에 6이라고 적고 또 한쪽엔 너 이름 적고 잠을 자야 돼. 그리고

꿈에서 파란 요정을 만나야 돼. 파란 요정이 마법 가루로 6살 언니로 만들어주는 거야. 나이 먹는 것도 노력 필요하거든. "


아이는 유성펜으로 자기 발바닥에 적을까 봐 손가락으로 적어라고 그랬다.


난 아이 발바닥에 손가락으로 적었다. 아이는 간지러워도 꾹 참고 있었다. 그 모습이 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순진한 것'


거짓말로 아이를 재웠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엄마 나 6살 언니 됐어?"

1절만 했어야 했는데...

"너 꿈에서 파란 요정 만났어?"

"응..."

"거짓말하면 언니 안되는데..."

아이는 아침부터 또 눈물을 흘렸다.

진짜 어린이집에 못 가는구나 싶었나 보다.

아무리 달래도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친구들 엄청 많지? 파란 요정이 6살 돼야 하는 친구들 집을 다 방문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 그리고 율이 파란 요정 만나고 싶다고 소원 빌었어?"

"아니... 어떻게 소원 비는 건데?"

"두 손을 모으고 파란 요정아 6살 되게 해 줘. 하고 소원 빌어야지. 소원을 듣고 온 파란 요정이 율이 발바닥에 쓰인 숫자보고 나이를 주는 거야. 그 증표로 발바닥이 도장을 찍어주지."

"근데... 발바닥이 도장이 안 지워지면 어떡하지?"

"걱정 마. 바로 지워져"

아이는 바로 소원을 빌었다.


"나중에 낮잠 잘 때 올 수도 있으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마 아마 율이 친구들도 파란 요정 못 만났을 거야. 걱정 마."



그렇게 난 새해 첫 거짓말을 했다.


아이 놀리는 게 제일 재밌다. 엄마가 장난꾸러기라 미안해.

나중에 너 잠들면 엄마는 너 발바닥에 도장을 찍어줄 거란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거제도 앞바다 해돋이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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