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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Jan 10. 2023

단 30분의 만남

모성애

아기 중환자 실 5일 차부터 나도 병원에 다녔다.

너무 추운 한파 시작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도

하루 30분 아기 얼굴 볼 수 있으니 가야 했다.

하루 30분 아기를 보기 위해 왕복 한 시간 거리 차 타고 다니느라 환부에 염증이 생긴지도 몰랐다.

그저 애 낳고 나면 이렇게 아픈가 보다 생각만 했다.



중환자실에 가보면 대기실 앞에서 아기 엄마들이 산후조리는 포기하고 아기 보러 온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칼바람을 막기 위해 꽁꽁 몇 겹을 입어도 아이 낳은 몸이라 금세 뼈가 시렸다.

손가락 마디마디, 발목이 특히 시려졌다.

그때 시린 뼈마디는 지금까지도 나에게 고통을 준다. 아빠가 지어준 보약도 먹어보고 한의원에서 침도 맞아보고 물리치료를 받아도 여름에 선풍기 바람에도 뼈가 시리다.


한의원 의사 선생님께선 산후풍 치료에는 둘째 낳는 거라며 우스갯소리 했지만

첫째 아이가 이른둥이로 태어나면 둘째도 이른둥이로 나올 확률이 높다는 소리를 들었다.

 둘째를 낳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내 몸이 이렇게 힘드니 뱃속에 품으며 지금 아이를 케어할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산후 조리 할 시기 칼바람 맞은 대가를 혹독하지만

갈 수밖에 없다.

짧은 30분의 시간 놓쳐

울 아이만 혼자 외롭게 있을 생각 하면 너무 속상하기 때문이다.


10일차 호스 많이 뺀 상태

우리 아기가 자고 있어도 좋고

울고 있어도 좋다.

건강해지고 있는 모습만 봐도 안심의 눈물이 나온다.


치렁치렁 호스를 끼우고 있는 아기를 보고 있으면

웃으며 아기를 보려고 해도 눈물부터 맺힌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얼마 전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를 넷플릭스로 몰아서 보았다. 신랑이랑 나랑 눈물을 쏟았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한 명 한 명 아기를 돌보고 챙기는 모습에 못난 어미 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 못했던... 그저 내 새끼만 보고 나온 내가 부끄러웠다.


아기는 점점 건강해져 가는데

나는 젖몸살 시작과

환부 염증 치료로 산부인과 들락날락해야 했다.

병원 예약하고 가도 대기만 기본 한 시간...

그 지루한 시간 내 옆에 있어준 건 엄마다.


신랑은 너무 바빠 출근하기 바빴고

엄마는 매일 우리 집 출근 도장을 찍고

날 챙겨주셨다.

가슴 마사지에 얼굴 부기도 빠지게 마사지도 해주고 맛난 음식도 차려주셨다. 또한 아기 보러 다니는 길도 엄마 아빠가 퇴원하는 날까지 날 데리고 다녔다.

엄마 아빠가 아니었다면

운전도 못하는 난

지하철에 택시 타고 병원 왔다 갔다 해야 했을 것이다.


오늘 우리 아기 생일

엄마 아빠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엄마 아빠 덕분에 아이 병원 3주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고

퇴원하기 며칠 전 호스빼고 첨으로 안아봤다. 중환자실에서 입원실로 옮긴 날 신서유기 보다가 나와서 그런지 이수근님 닮아보이는 우리 아기...


중환자실이고 입원실이고

아이 부모 아니면 병실에 들어올 수도 없는 상황

아기 얼굴 보고 싶어도 그 내색 안 했다.

엄마도 엄마 새끼를 위해

왔다 갔다 하셨다.

딸 간호에 손녀 병실 왔다 갔다 하느라

식당은 매일 저녁 장사만 되었다. 점심 장사는 포기했다.


울 아기 퇴원 날 처음 보는 손녀를 안고 좋아했던 엄마 아빠의 모습과 그 눈빛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눈에서 별이 쏟아질 거 같았다.

퇴원하고 집에 온 날. 퇴원 당시 몸무게 2.6...이른둥이 특수 분유 먹여 3키로 넘어서야 예방접종 시작 할 수 있었다.


3주 차 퇴원하기로 약속 한 날.

아침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기가 갑자기 고열이 나 오늘 퇴원 못 한다는 게 아닌가....

병원 전화 끊고 눈물을 쏟았다.


제발 아무 탈이 없어라... ㅠㅠ

그날도 30분 면회를 위해 병원에 갔다.

퇴원하려고 챙겨놓은 겉싸개며 배냇저고리며 다 챙겨서 말이다.

혹시 아이가 괜찮아져 데리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일까? 괜히 가져가고 싶었다.

너무나도 입히고 싶은 배냇저고리...


다행히 이틀 뒤 퇴원했다.

퇴원 당시 의사 선생님께서 RSV 바이러스 예방접종을 설명해 주었다. 1회 50만 원 총 5회 접종인데... 맞는다고 해서 안 걸린다는 보장도 없고 일찍 어린이집 보낼 거 아니면 굳이 안 맞아도 된다고 했다. 아이가 크면서 기침감기 잘 걸릴 거라며 폐렴 조심해야 한다고 안내해 주었다.


퇴원하고 일주일 뒤 외래진료 와서도

뇌검사부터 별별 검사를 다 받았다.

다행히 그동안의 진료 부작용 없는 건강한 상태였다.


이른둥이 부모교실 가보니

건강하게 잘 자라는 아이도 있지만 뇌나 신체에 문제가 생겨 계속 치료받는 아이들이 보였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울 아기 모습에 의사 선생님께서도 너무 좋아해 주셨다.


엄마의 사랑이 담긴 대추차... 내가 어릴때부터 즐겨 먹는 엄마표 건강차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울 아기


오늘 우리 아이 6살 되는 생일이다.

엄마는 날 위한 대추차와

손녀 생일 나물을 무쳐 가져왔다.


지극한 모성애는 엄마로부터 배운다.




그런데 왜 생일에 아프니.. ㅠㅠ 열 좀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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