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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Jan 06. 2023

출산 후유증... 고통

나의 출산 일기

퇴근하고 온 동생의 울먹임


잠깐 몸을 일으킨다는 것이 또 기절했던 것이다.


그 하얀 공간 속에 한참 있었던 거 같은데 잠깐 기절했었나 보다


시간 감각이 사라지는 신비로운 경험이다.


피가 계속 나 아랫도리가 너무 축축했다.


민망하지만 동생의 도움으로 패드를 갈아도

보송보송한 촉감을 느끼기도 전에 피범벅이 된다.


출산 첫 번째 후유증, 환부 고통

출산할 때 아기가 나올 수 있게 살짝 찢는다는 걸

경험하고서야 알았다. 그래서 편히 앉을 수도 없을 만큼 아팠다. 도넛방석의 편안함을 알게 되었다.

환부에서 피가 멈추지 않아 빈혈로 내가 계속 쓰러지는가 보다 생각할 때 의사 선생님이 철분 링거를 놔주시고 퇴근하셨다.



저녁으로 미역국이 나왔다.

입덧도 아닌데...

속이 너무 안 좋아 한술 뜨고 말았다.

하루 종일 굶었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화장실 가고파 일어났다가 그대로 쓰러졌었다. 때마침 간호사가 들어왔던지라 바로 부축을 받았고

화장실도 포기하고 가만히 누워있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 간호사에게 물으니

"아기 출산 할 때 눌러서 그래요. 혹시 숨 쉴 때 아프세요? 숨이 차면 말해주세요. 피멍이 많이 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통증이 와요. 진통제 놔드릴까요? 아! 혹여나 보지 마세요. 피멍이 든 몸 보고 충격받으시는 분 많으세요."

라고 했다.

너무 궁금하지만 참았다.

출산 두 번째 후유증, 피멍과 통증

(퇴원하는 3일째, 너무 씻고 싶어 샤워를 하려다 몸에 멍을 보고 충격받았다. 너무 끔찍했다.)


병원에 이송된 아기는 너무 걱정이 되고

신랑은 전화 한 통도 없었다.


병원에서 이것저것 하느라 정신이 없거니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기다렸다.


아기가 태어나고

파랗게 보이던 아기에 대해 한마디만 했더라면 괜찮았을까??


진짜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우리 아기를 발견 못 했다면

죽었을 거라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졌다.


동생이랑 친정 엄마가 걱정 덜어주기 위해 우스게스러운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계속 바꾸었다.

아빠는 홀로 고군분투하는 사위가 걱정되어 병원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저녁 7시가 넘어 시엄마가 들어왔다.

아기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고

창백한 나에게 고생했다. 수고했다.

말라서 자연분만 못 할 줄 알았는데 용케 했다.

너 무탈하니 다행이다.

하며 날 다독였다.


아기에 대해 이미 아들에게 듣고 온 모양 같았다.

날 위해 아기 이야기는 안 하는 눈치였다.


몸조리는 시엄마가 해주신다며 친정엄마와 동생을 보냈다.

병실에 시엄마와 함께 있으니 신랑이 들어왔다.


퀭한 모습의 신랑...

"아기는....?"

신랑 모습 보자마자 눈물이 쏟아지며 아기의 안부를 물었다.

시엄마는 눈물을 닦아주며

산모가 울면 눈 나빠진다며 울지 말라고 달래주었다.


다행히 아기는 위기를 넘겼고 하루에 한 번 30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면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필요한 물건들 다 사서 넣어주느라

이제야 왔다며 미안해하는 신랑이었다.


아기 챙기느라 와이프 옆을 계속 비운게 미안하다는 신랑...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새벽 2시부터 병원에만 있었던지라

신랑도 많이 고단했던 모양이다.

어머님이 있어서 인가 안심하고 정말 뻗어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신랑 옆으로 어머님이 앉으셨다.

친정 엄마처럼 마냥 편하지만 않지만

옆에 있으니 좋았다.


어머님의 수다도 즐겁게 들었다.


또 젖은 패드가 너무 찝찝하고 불편했다.

난 누워 꼼짝도 못 하고... 움직이면 피 부족으로 쓰러졌다.

어머님께 부끄럽지만 부탁했다.

어머님은 대수롭지 않은 듯 갈아주셨다.

너무 부끄러웠다.

피가 언제 멎을까... 생리보다 더 불편하다.

(환부에서 거의 2주 가까이 피가 나왔다.)


밤새 간호사와 어머님이 번갈아 가며 패드 갈아주고 몸 따뜻한지 체크해주시며 날 간호 해주었다.


난 정말 뻗어 개운하게 잤지만 말이다. 나 또한 새벽 내내 뱃속 아기 심박동 소리 듣느라 기계 부착하고 누워있다 보니 불편해서 잠 한숨도 못 잤다. 그 피로와 출산으로 기력이 빠진 탓에 신랑 코골이도 안 들렸다. 너무 잘 잤다.

맑아진 내 얼굴을 보자 어머님이 웃으며 너랑 아들 코골이에 잠 한숨도 못 잤다며 일어나셨다. 괜히 민망하고 죄송했다.

아침 일찍 엄마가 병실에 찾아오고 바통 터치가 되었다.

아침도 못 드시고 아침 일찍 출근하시는 어머님...

너무 고마워

마음속 깊이 효도로 갚으리라 다짐했다.


출근하시면서도 내 몸 잘 추스르는 것만 생각하라며 밥 못 먹는 며느리 걱정 하셨다.

출근 완료 하고도 미역국에 밥 먹었냐? 하며 전화 오시고, 퇴근길에도 미역국에 밥 먹었냐고 물어보셨다.


친정 엄마 표 미역국으로 한술 뜰 수 있었다.


엄마만큼 딸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

출산 후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을 딱 알고 사 왔다.


내가 가장 즐겨 먹는 크로와상 샌드위치와 케이크를 사 오셨다.


미역국은 힘들게 몇 술 뜨지만

샌드위치와 케이크는 왜 이렇게 술술 넘어가는지^^


빵순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엄마 덕분에 입맛이 되살아났다.


그렇게 기력을 회복했고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

첫날은 그냥 곯아떨어졌지만 신랑만 30분 보고 온 아기 나도 보고 싶었다.

아기 생각에 빠지다 보니

아차!! 싶었다.


부랴부랴 인터넷 쇼핑 시작!!


아기 젖병, 아기띠, 유모차, 아기 이불 등등

구매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아이들 수업하느라 육아 교실 한 번 못 가보고, 산모 요가 한번 못해보고

준비 없이 태어난 아기...

오로지 아기 옷만 사놨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빨리 나왔는지...

괜히 강호동 님을 원망했다. 왜 그리 웃겨서 양수 터지게 만들었냐며..

난 또 왜 신서유기를 봐서는... 하며 날 자책했다.

중환자실 5일차 신랑이 찍어 온 아기 사진... 이걸 보고 난 한참 울었다.

3일 차 난 퇴원 하고 바로 집으로 왔다.

환부에서 계속 피나고 아파 소파에 앉기도 힘들지만 내 몸 편하게 있기 미안했다.

엄마는 퇴원했는데 아기는 중환자 실이라니...


신랑만 혼자 아기 보고 오니 나도 너무 보고 싶었다. 중환자 실에선 핸드폰 사용 금지이다.

많은 기계가 있다 보니

사용하면 안 되는데 부탁해서 찍어왔다.

입안으로 3개의 호수를 물고 있는 작은 아기...

안쓰러웠다.

저녁에 신생아 실에 전화했다.

"아기가 좀 먹었나요?"

"네 어머님 조금 먹긴 했어요. 5ml 먹고 3ml 게워내었어요...."


그 당시에는 얼마 먹었는지 가늠이 안되었다.


작년 11월 아이가 열이나 해열제 먹이는데 딱 5ml다.


세상에 나온 지 3일 차에 울 아기는 5ml도 소화 못 시키고 3ml를 게워냈구나...

열이 안 내리는 아이를 안고 아이 몰래 눈물을 훔치곤 했다. 이미 지난 일인데도...

가슴 아프다.

일주일 지난 후 조금 건강해진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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