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귀엽게 대답하잖아. 그럼 안 되지. 나쁜 사람들한테 무섭게 말해야지. 이모 따라 해 봐
안 돼요~~~ 싫어요~~"하며 호통을 치듯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 배꼽을 부여잡고 웃었다. 아이도 신이 나 이모 따라
안 돼요~~ 싫어요~~ 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거실이 울릴 듯 소리가 컸다.
"엄마 친구야. 같이 손잡고 가자." 했더니
아이의 대답은
"좋아" 하며 싱긋 웃는 게 아닌가....
"안 되지!! 따라가면 안 되지!" 하며 다급하게 다그치자 아이는 눈가가 촉촉해지며
"왜 안돼? 엄마 친구... 미나 이모... 난 좋다 말이야..."
하는 게 아닌가...
동생과 난 아이가 너무 귀여워 껴안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잘못 말했네 미안! 처음 보는 사람이 엄마 친구야 같이 갈래? 하며 말하면 따라가면 안 돼. 네가 처음 보는 사람은 무조건 따라가면 안 되는 거야. 알겠지?"
하며 다시 교육시켰다.
그러나 나 또한 어릴 때
엄마에게 교육을 받았을 텐데
교육대로 하지 않은 금쪽이였다.
아이를 안고 동생과 난 지난 추억을 이야기했다.
아빠와 이혼하고 엄마와 단둘이 살던 시절
엄마는 늘 낯선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국민학교 들어가야 해서 학교 교문 바로 코 앞에 있는 집으로 이사 갔다. 학교 교문 좌측 옆 3번째 건물 1층에선 엄마가 가게를 운영하시고
2층에서 살았다. 그 시절이 재미있고 좋았던지라 상세히 기억나는 곳이다.
국민학교 입학 후 따뜻한 봄날,
5월 어린이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엄마에게 사달라고 하려고 문방구에서 점찍어놓은 미미공주 장난감이 있었다. 구성품이 많아 박스도 거대해 어린아이 눈에도 비싸 보이는 장난감이라 엄마에게 선뜻 사달라고 조르기 버거운 장난감이었다. 그래서 매일 교문 밖으로 나오면 집으로 직행하지 않고 문방구에 들려 장난감 박스를 보고 집에 갔다. 아저씨가 딴 아이에게 팔까 봐 전전긍긍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런 시기에 웬 아저씨가 교문 앞에 서 있다가 다가왔다.
"안녕. 엄마 친구야. 오랜만에 너희 엄마랑 너 보려고 놀러 왔다가 너 마치는 시간이라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단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아저씨 얼굴은 처음 보는 거 같지? 아저씨가 선물 사줄게. 가자" 하며 말하자마자
난 너무 좋아
"그럼 저 봐 논거 있어요." 하며 교문 앞 문방구로 구 아저씨를 끌고 갔다.
그리고 찜 해놓은 거대한 박스를 들고는 문방구 아저씨에게
"아저씨 저 이거 이제 제 거예요. 이 아저씨가 사준다고 했어요.." 하며 미미공주를 들고 문방구 밖으로 막 뛰어 나갔다.
엄마 친구라는 아저씨는 날 부르는 듯했지만
문방구에서 계산하느라 날 계속 잡지 못했다.
내가 신이 나 뛰어가던 그때 마침 가게 밖으로 나온 엄마.
웬 장난감을 들고 오니 이상한 듯 쳐다보자
"엄마! 이거 엄마 친구가 사줬어요." 하며 골목이 떠나가라 소리 질렀다.
"친구? 어딨는데?" 하며 찾자
난 문방구를 가리켰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는 게 아닌가...
난 겁도 없이 아무나 따라간다며 엄마에게 등짝을 한 대 맞았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장난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난 친구들에게 유괴범 삥 뜯는 아이라며
위풍당당하게 다녔다.
나의 이야기를 듣자 동생이 슬그머니 웃으며
언니보다 내가 더 심해... 하는 게 아닌가...
동생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새 빌라로 이사 왔다.
피아노 학원 차를 타기 위해 빌라 앞에 서 있었다.
어떤 낯선 아저씨가 다가와
"너 이 집에 사니?"
"네"
"집에 엄마 있지?"
"아니요"
"아이고 이런... 서류를 꼭 받아야 하는데 아저씨가 집에 들어가서 찾아봐도 될까?"
"네"
동생은 낯선 아저씨를 순순히 집에 들였고
아저씨는 거실과 안방 서랍장을 마구 뒤졌다고 한다.
동생은 그래도 이상한 느낌을 받지 못했고
피아노 학원 차가 와서 빵빵 울리자
동생은 아저씨에게
"저 학원 가야 돼요 빨리 나오세요. 기사 아저씨 무서워요." 하며 말했다.
아이의 말에 아저씨는 "그래.. 미안하다." 하며
현관 밖으로 나왔다.
피아노 학원 다녀온 후
동생운 그제야 아저씨가 수상하다 느끼고
저녁 차리는 엄마에게
"엄마 오늘 급한 서류 내야 하는 거 있어?"
하고 물었다.
"아니? 설마 이상한 사람 집에 들어왔어?" 하며 엄마의 눈빛이 달라지며 날카로운 질문을 하자
동생은 등골이 서늘해져
엄마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니. 그냥 나한테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어. 집엔 안 들어왔어."
"절대 모르는 사람 문 열어주면 안 된다. 혼자 있어도 혼자 있다고 하지 말고!!"
그 후 우리 빌라엔 이상한 일이 생겼다.
1층 신혼부부 집, 3층 이 빌라 설계한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이 아닌가....
동생은 더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우리 집만 방범창을 설치한 채 이사 왔지만 방범창 설치 안 한 집은 도둑이 들고 말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그날 빌라엔 대대적으로 창문 공사하는 소리가 들려왔었다.
난 동생 이야기를 듣고 엄마에게 전화해 일러바쳤더니
엄마는
"바보 같은 년... 만다고 모르는 사람을 집이 들이니... 큰일 안 당해서 천만다행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