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군데의 병원을 받았다. 첫 번째 병원부터 코로나 환자 때문에 아이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차에 올랐다. 이동하며 갈 수 있는 병원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밤 10시라 부산의 도로는 뻥뻥 뚫렸지만
내 마음은 타들어갔다.
재작년 여름에도 아이가 열이 40도 끓어 대학병원에 갔더니 문 밖에서 열 재고 들어가지도 못했다. 아이뿐만 아이라 구급차 타고 온 코에 피가 나는 어떤 환자분도 들어가지 못했다.
[집에 가서 해열제 교차로 먹여보세요. 타이레놀 먹고 안 내리면 부루펜 먹여보시면 됩니다. 아니면 새벽 5시까지 밖에서 기다려야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데... 열이 들끓고 여름인데도 춥다고 오들오들 떠는 아이를 안고 눈물을 흘리며 집에 왔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가는 응급실마다 거절당하려나 싶어 불안했다.
계속 전화를 돌리고 또 돌렸다.
소아 당직이 없어 어렵다. 코로나 때문에 병실이 없어 안된다. 등등의 소리를 듣다가 119 안내 문자로 받은 병원 중 마지막 병원에 전화했다.
당장 와도 된다는 말에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흘렀다. 초조하게 운전하던 신랑도 바로 핸들을 꺾었다. 병원으로 가던 길 창밖을 내다보았다.
신호에 걸려 정차된 차 밖으로 내 시선을 사로잡은 간판이 보였다.
24시 동물병원
"신랑아.. 세상에 동물들도 24시간 진료받는 세상인데 어린아이 치료받을 공간이 없다니..
코로나 때문인가? 작년에도 올해도 도로에서 뺑뺑이 덜며 허탕만 치다 집에 돌아가는 건가 했는데... 천만다행이다. 갈 수 있는 병원 한 군데 찾아서... 참 서럽다. "
그렇게 찾아간 병원 응급실은 환자도 없이 조용했다. 텅텅 빈 응급실에 나와 아이만 있었다.
"어제 급식으로 바지락 전과 오징어 뭇국이 나왔는데 아침에 원장 선생님 말로는 저희 아이처럼 구토 증상 보이는 아이가 많이 나와 보건소에서 검사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결과는 안 나왔고 저희 아이도 보건소 다녀오고 병원에서 약 처방받았는데도 계속 구토하고 열이 안 내리네요."
피검사와 링거 맞고 엑스레이도 찍으로 가는데
하필 아이 구두에 찍찍이가 떨어진 걸 신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신랑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아이 신발 수선 맞길려고 놔둔 걸 신기다니....
링거 맞고 몇 시간 후 호전이 되어 입원하지 않고 집으로 왔다.
나 또한 집 앞에 큰 병원이 있어도 구급차 안에서 뱅뱅 돌다가 병원에 들어가 링거 한번 못 맞고 집에 그냥 돌아온 적이 있다.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