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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Jun 02. 2023

엄마는 아프면 안 돼

짠해 보이는 내 새끼

3일째 아프다.

원인 모르게 속이 뒤집어졌다.

가슴 답답하고

속이 더부룩하고


손을 따도 효과 없고

매실 진액을 마셔도 효과가 없다.


양약을 먹으니 구토가 올라오고

생약을 먹으니 체기가 내려간 듯싶었으나


여전히 꺼억꺼억 거리는 답답함과

골이 대각선으로 찢어질 듯 아파오는 통증에

일어나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유치원 다녀온 아이 간식 챙겨주랴

말동무해 주랴

이래저래 손 많이 가는 아이 챙겨야 하는데

아이가 엄마를 더 신경 써준다.


아이랑 놀기 위해

두통만이라도 사라지길 바라며

아이가 먹는 부루펜을 짜 먹었다.

곧 구토가 시작되어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들어졌다.

기력 없이 누워 아이를 불렀다.

유치원 다녀와서 피곤하니 낮잠 같이 자자며 꼬셨다.


"선녀님 엄마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엄마가 아픈 게 싫어요."

소곤소곤 기도를 올린다.

(아이는 그림책 [장수탕선녀님] 찐 팬이다)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어느새 잠든 아이를 보니 미안하다.

같이 놀아주자도 못하고...


자고 일어나 퇴근하고 온 이모를 보며 반긴다.

자기 말상대가 생기니 아이 기분이 한결 낫다.

하지만 저녁 안 먹겠다는 아이...

"엄마가 안 먹으니 나도 입맛이 없어..."


이모는 한수 위다.

입맛 없다는 아이 단번에 사로잡는다.

자극적인 짜파게티의 향연...


"엄마 아프니 쉬게 하고 이모랑 짜파게티 어때?"


못 이기는 척 이모 옆으로 슬슬 가는 꼴이 우습다.

자존심은 지키고 싶고

짜파게티도 먹고는 싶고

아이의 고민이 느껴지는 걸음이 우스웠다.


그렇게 하루를 넘기고 아침이 되니

어제 보다 낫지만

여전히 속이 뒤집혀있어

음식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어진다.


신랑이 아이 챙기는 동안

결국 병원에서 링거 맞고 약을 처방받아왔다.





링거 맞고 나니 배가 고파져

콩나물 국에 밥을 먹었는데

여전히 가슴이 답답하다.

하지만 두통과 어지럼증이 없으니

아이랑 수다 떨고 장난도 쳐진다.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

아이가 외로워진다

 "엄마가 아파서 나 외로웠어. 엄마가 안 놀아주고 책도 안 읽어줘서... 이제 아프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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