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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Jun 07. 2023

엄마 마음이 깨져?

응... 속상해서 깨져...

두개의 수액을 맞았다. 별도 주사 두개 더 추가...

아이가 지난주부터 열이 났다.

유치원 다녀오면 피곤해서 살짝살짝 미열이 난다고 생각했다. 곧 있을 학부모 참여 수업 때문에 애들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며 연습하다 보니 피곤하겠다 싶어 일찍 재우는 게 엄마의 최선이었다.

목요일 오전부터 살짝 미열이 났다.

유치원 다녀오니 기침도 간간히 했는데 그날은 내가 아파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금요일 내가 링거 맞고 내 몸 돌보는 동안에 신랑에게 아이 데리고 소아과 다녀오라 시켰다.

의사 선생님은 별 이상 없다며 그저 기침약만 처방해 주셨다.

분명 다크서클도 심하고 살짝 미열에 기침도 하는데... 내가 너무 걱정이 많은 건가? 하며 넘어갔다.

주말 아이랑 구포 산책을 다녀와서일까?

너무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돌아다녀 피곤했는지 아이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왔다. 그리고 밤부터 열이 났다. 다행히 금방 열이 잡혀 월요일에 유치원 보냈더니...

월요일 밤부터 내내 열이 안 떨어졌다. 현충일인 어제도 응급실에 갈 정도의 고열은 아니어서 집에 있는 해열제로 잘 버텼다. 오늘에서야 소아과를 찾았다.

38.6도...

새벽 내내 물수건 했는데 열은 그대로였다.


병원에서 준 해열제 먹고 열이  내려가...

38.2도가 되고

긴 대기 끝에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받았다.(출산율이 낮다고 해도 소아과에 오면 아픈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온갖 병균들이 아이들을 괴롭힌다.)


후두염, 콧물 코막힘약, 기침 가래 약, 해열제를 처방받았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놀다 낮잠에 들었다.


자면서도 끙끙 앓으니... 피곤했던 나도 낮잠을 같이 자고 싶었지만 잘 수가 없었다.


너무 끙끙 앓는 소리가 나

아이를 만져보니 불덩이가 아닌가...


부랴부랴 택시 호출해서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오전에 진료받은 아이가 고열로 다시 오자

병원에서 아이에게 수액과 해열주사를 놔주었다.


얇은 팔목이 어찌나 힘이 센지...

바늘 꼽기가 어려워 온 땀을 다 뺐다.


이래저래 아이 꼬시며 달래 가며

힘겹게 주사 바늘을 넣는데...

마음이 아팠다.


병실에 들어와 아픈 아이를 바라보자


"엄마... 이거 언제까지 맞아야 돼?" 


"많이 아팠지? 고생하네. 엄마도 며칠 전에 링거 맞았는데... 이거 다 맞고 나면  금방 괜찮아져. 괜찮아." 하며 눈물 콧물을 닦아주었다.


열꽃이 핀 아이가 짠해 계속 쳐다보자


"엄마 마음이 깨져?"


"응? 뭐라고? 너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어떻게 알지?" (환하게 웃음이 나왔다)


"엄마 지난번에 아플 때 내 마음이 깨졌어."


"오구오구 내 새끼.... 율이가 아프니까 엄마도 마음이 깨져.. 슬퍼.. 속상하고... 이거 다 맞고 얼른 나아서 엄마하고 또 놀러 다니자. 맛난 것도 사 먹고."



열이 펄펄 끓는데도 흥은 막을 수 없다.


수액 다 맞고 의사 선생님 외래 진료를 받았다.

파라 인플루엔자로 의심하시는 선생님...

작년에 그리 유행할 때도 안 걸리고 잘 버텼는데


아주 상세히 어떤 병인지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


"파라는 후두를 좋아해 거기 딱 붙어 아프게 만드는 유사 독감입니다. 기침소리에서 쇳소리 나듯 크렁크렁 납니다. 열도 높게 나는데 40도 넘길 수도 있으니 또 고열이 나면 내일도 병원에 와서 수액 맞아야 합니다."

(대충 기억나는 만큼...)


수액을 맞아서 인지

어제부터 잘 못 먹던 아이가

배고프다며 밥을 달라고 하고

열도 제법 내려 37.4도 인 상태로 잠을 잔다.

약 기운에 잠이 들었지만

꿀잠 자고 내일은 호전된 모습을 보이길 바라며

오늘 밤도 불침번을 선다.


자면서 기침하는 소리가 내 마음을 깨지게 한다. 쇳소리의 크렁크렁 기침소리....



아픈 와중에도 아이만의 작품 세계



https://brunch.co.kr/@2ca9bf8251234e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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