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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Jun 15. 2023

5일간의 고열... 파라바이러스

파라 바이러스, 인두염, 후두염, 크룹

아이 간호 하다 나도 몸이 축났다.

수액을 맞고 열이 내려갔다. 안심했다.


다음날 티니핑 피겨들 꺼내 인형놀이 하며 잘 놀았다.

안색이 안 좋아지고 잘 먹지 않았다. 그 좋아하는 수박도 먹다 말고 포도도 블루베리도 다 거부했다.

죽이라도 억지로 먹였다.

38도 정도 열이나 해열제 먹이고 낮잠을 재웠다.

또 열이 내리는 듯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잘 버티나 싶었다.

저녁에 설거지를 하는데

아이가 갑자기 방에 들어가 이불을 목까지 덮고 누워있다.


"율아 몸이 안 좋아? 어디 아파? "


"엄마 그냥 눕고 싶어. 추워"


힘없는 아이 목소리에 설거지하다 아이에게 갈렸는데 접시가 깨졌다. 마음이 너무 급했나 보다.

깨진 접시 치우며 괜히 불길하기도 했다.


"그냥 누워만 있어 절대 부엌에 오지 마. 엄마가 미처 못 본 깨진 조각이 있을지도 몰라..."


아이가 별 대답이 없었다.

수다쟁이 아이가 얌전하다.

점점 불안했다.

머리를 만져보니 불덩이였다.


체온계로 재보니...

40.3도


역대급 온도였다. 급한 대로 우선 해열제를 먹였다.


아이 얼굴과 몸이 불덩이 그 자체였다.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엄마가 미안해... 이렇게 아픈지도 모르고..."


"괜찮아...."



급히 집 근처 큰 병원 응급실에 전화했다.


응급실에서 돌아온 답은


"소아 전문의가 없어 소아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가세요. 너무 고열이네요. 소아 링거는 자신이 없네요."


분명 소아과, 소아외과가 있는 병원인데...



119에 전화했다. 통화 후 문자로 응급실 연락처와 병원 리스트를 받았다.

작년에도 이 문자를 받았다.

제일 처음 안내받은 병원은 방금 내가 통화한 병원... 보자마자 허무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병원에도 거절당했다.

앞선 병원과 같은 이유였다.


작년에 찾아갔던 응급실도 안된다고 했다.

여섯 군데나 거절당했다.


"엄마.... 다 안된데?..."

하며 힘없는 목소리로 헉헉 거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났다.



마지막 병원....

다행히 된다고 했다.


단, 8시 반까지 와서 접수를 해야 외래를 보고 수액이든 약 처방이든 입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시간 7시 50분...


막히려나??


그래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있다는 것에 안심이 되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 병원 가면 어제처럼 또 링거 맞아야 해?"


"응... 얼른 가보자.  엄마가 짐 챙길 동안 누워있어."


"싫어 안 갈래. 주사 무서워..."


아이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울면 더 열나는데... 안고 달래며 서둘러 짐을 챙겼다.


그리고 카카오톡 택시를 불렀다.


2 분만에 도착한 택시...


기사님이 아이 상태를 보고

울먹이는 날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본인 가족들 이야기...

간호사인 와이프와 간호 대학에 다니는 아들... 등등...

긴 이야기를 들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 마음은 안정이 되었다.

그리고 길이 막히지 않아

병원에 8시 15분쯤에 도착했다.


신속 항원과 코로나검사 후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어제 병원에서 파라로 의심된다고 이야기하였고

이것저것 검사를 위해 입원을 했다.


해열 주사와 링거를 맞자

차차 열이 내리는 듯했다.

새벽 4시가 되자 38.4도로 떨어졌다.


1인실이 없어 다인실에 있다 보니

낯선 환경, 옆 침대에 우는 아기, 토하는 소리와 냄새, 기침소리에 시끄러워서 잠을 자지 않았다.


"엄마... 도무지 못 자겠어... 너무 시끄러워..."


"율이가 좀 이해해 주자."


말하는 아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완전 목이 잠겨버렸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열 체크하고 링거 체크 하시는 간호사 분들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열과 자지 않는 아이를 걱정해 주셨다.


결국 난 1인실 대기 걸었다. 나까지 기침감기에 걸릴 것만 같았다.


아침 7시가 되어서야 아이는 잠이 들었다.

열 체크를 해도 옆에 아기들이 소란스러워도 자고 있었다.

10시쯤 의사 선생님이 병실로 오셨다.


"양쪽 폐에 염증이 있어요. 폐사진을 보니 안 좋았어요. 폐렴에 후두염, 인두염으로 목이 부어서 잘 안 먹을 거 같네요.  크룹으로 보입니다."


"집 근처 병원에서 파라라고 하더라고요."


"그건 검사 결과가 아직 안 나왔어요. 결과 나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11시가 되자 1인실 자리가 났고

우린 이사했다.


쾌적한 1인실에 오자 아이가 너무 편안해했다.


소곤소곤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고 텔레비전도 자기가 보고 싶은 채널로 고를 수 있고


새벽 내내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힘들었구나 싶어

1인실 신청하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잠도 한 시간가량 잤을 텐데 쉽게 자지 않았다.


병원밥도 맛이 없는지

"엄마 맛없어. 못 먹겠어."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픈 마음에 한 숟갈만 더... 3 숟갈만 더... 하며 아이를 꼬셨다.


항생제 때문인지 설사를 했다. 간호사님께 말하자 바로 약을 챙겨주셨다.

링거로 주사 맞고 약도 먹어야 하는 내 새끼를 보는데 짠 했다.

기침은 컹컹 거리며 하다가

밤부터 기침소리가 달라졌다.

자면서 내 기침을 했다. 자는건지.. 눈 감고 기침을 하는건지...

달라진 기침 소리를 간호사님께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찍어놨다.


보자마자 가래 끓는 기침이라 하셨다.


다음날

의사 선생님께서 파라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했다.

헤모 뭐 균도 나왔고 마이크로플라스마도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백혈구 수치도 낮은 편이고

비타민  D도 낮게 나왔다고 했다. 비타민 D 영양제 6개월 먹고 나면 수치 정상화 될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내 새끼가 이렇게 많이 아프다니...

열은 계속 안 내리고...

링거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수시로 간호사님이 아이 손목과 링거를 만지며 잘 안 들어가네... 열이 시원하게 안 내리네.. 하셨다.


낮이 되자 열이 37.4도로 떨어졌다.

신랑에게 아이를 맡기고

집에 와서 아이 반찬을 만들었다.

 와중에 내일이 남편 생일이라

생일 상은 못 차려도 미역국이라도 챙겨주고 싶어 끓였다.

보온 도시락 통에 미역국도 담고 간 소고기 볶음, 멸치 볶음, 참치, 김 등을 챙겨 다시 병원에 갔다.


다행히 아빠와 잘 놀고 있던 아이


아빠를 봐서 인가

낮에 잠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병문안 와서인가

아이 열은 다 내렸다.


밤에 자면서도 열이 오르지 않았다.

37.8도 이상 오르지 않았고

시원하게 해 주니 금세 37.2도로 떨어지더니

36.8도가 되었다.


기침만 심하게 했다.


열이 떨어지니 아이는 활기를 되찾았다.


목소리도 나오고 집에서 싸 온 반찬 덕인지 밥도 먹기 시작했다. 건강한 응가도 누었다.

매번 응가 상태를 물어보는 간호사 선생님에게 아이가 건강한 응가를 눴다고 말하자 아이는 부끄러워했다.

"엄마 말하지 마.." 하며 배시시 웃었다.


아이의 모습을 귀여워하며 간호사 선생님은

"우와 율이 너무 부럽다. 나는 매일 응가 누고 싶은데 실패했어. 어떻게 하면 건강한 응가 누는 거지?" 하며 말을 걸었고 우리 모두 웃음이 터졌다.


어느덧 아이의

기침도 덜한 거 같았다.


그렇게 병원 생활을 하다

월요일 오전에 폐사진 다시 찍고 피검사 다시 하고

의사 선생님께서 퇴원해도 된다고 말해주셨다.


퇴원이란 단어가 그리 행복한 단어인 줄 몰랐는데

너무 기뻐 순식간에 모든 짐을 다 챙겼다.


그리고 오늘 수요일

병원에 갔다.


피검사 결과

마이크로플라스마 음성



이제야 다 나은 거 같아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남은 숙제

아이 기침 멎을 때까지 조심 또 조심.

아이 면역 높이기 위해

골고루 잘 먹이는 거다.

입이 짧고 편식이 심한 아이...

힘든 미션이지만 지금보다 더 잘 해먹이기 위해

마트에서 싱싱한 채소들 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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