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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Apr 24. 2023

주말 잠깐의 나들이

황사, 송진가루... 기관지염

주말 아이를 데리고 화명 수목원에 갔다.

막상 가니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만의 외출이 신난 아이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뛰어놀았다.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

동물 친구들도 구경하고

미로 찾기도 하면서

미로찾기 하는 아이의 뒷태는 그저 귀엽다.
안녕? 카멜레온아.

바람이 많이 불어 실내로 들어가니 카멜레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이의 손을 보자 교감을 하는 것인지

아이의 손만 따라다녔다.

마치 아이 팔에 올라타고 싶어

버둥버둥 움직이는 걸로 보였다.


서문국수 위치 옮기네요
비빔국수 맛집

수목원에서  짧은 광합성 시간 보내고

[서문국수]를 찾았다.

너무 자주 찾아와

이 집 국수 맛에 길들여진 부산 시민 1인이다.


아이 임신 했을 때 여길 처음 접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이런 곳에 장사를??

어떻게 허가받았지??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지만

금정산 곳곳에 이런 국숫집이 보인다.


어릴 때부터 등산하며 보곤 해서 크게 놀랍지는 않지만 그래도 신기하긴 하다.


산길 올라가다 뜬금없이 국숫집인데도

늘 주차난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날이 좋으면 바깥 테이블에서 자연과 함께 국수를 맛보지만 아이도 있고

세찬 바람에 황사와 미세먼지와

송진가루가 마구 날리니

실내로 들어와 먹었다.


국수를 먹는데 아이가 바깥에 시선이 사로 잡혔다.


"엄마 저기 일하는 오빠들이 계속 날 쳐다봐서 국수를 못 먹겠어."

부끄러워하며 배시시 웃는다.


공주병 말기라... 더 의식하는 거 같다.

가게 들어올 때부터 일하는 사람들이

귀여워하며 맞이해 주었다.

식사 마치고 나갈 때까지 귀여워해 주신 눈빛

나도 잊을 수 없이 고마웠다.

아이도 그 눈빛이 좋았나 보다.


산성 투썸에서 커피까지 마시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 잠깐의 콧바람으로 또 기침을 쏟아낸다.


주말이 오기 전 병원에 처방받은 약이 있어

먹이고 나니 기침이 덜해졌는데...


오늘 유치원 다녀온 후

아이가 웃을 때도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엄마 내일 유치원 안 가고 싶어. 병원에 가고 싶어."

하며 말하는 아이

그리고 기침을 토해냈다.

황급히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고

마감이 다가오는 시간대였음에도

다행히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결국 지난주 약과 달리

다른 기침약을 처방받았고

호흡기 치료를 마치고 집에 온 아이는 뻗었다.


기분 전환을 위해 나갔다 온 잠깐의 나들이는

더 심한 기침이 되었다.

폐소리도 좋지 않다는 말도 듣고...


언제까지 기침으로 고생 할련지...


1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꾸준히 기침을 달고 사니

가끔은 기침 소리에 화가 올라올 때가 있다.

어릴 적 엄마가 내가 아프다고 하면 화부터 내서

이부자리에 누워 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있는데...


난 엄마처럼 아이에게 화 안 내야지 해놓고 며칠 전

똑같이 행동했다.

아이가 잠 들고나면 반성하고

깨고 나면 안고 사과하는 아직은 덜 성숙한 엄마다.


"엄마가 밤에 화내서 미안해. 널 미워해서가 아니라 기침하고 아파하는 너 모습에 엄마가 속상해서 화가 났네. 미안해."


"엄마 속상해서 화났어? 화 안내는 노력을 해봐. 엄마는 자주 화내. 내가 다칠까 봐 화내고 아프니까 화내고... 좀 참아봐."


이제 막 6살짜리가 엄마를 가르친다.

더 부끄럽게 말이다.


"그.. 래...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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