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한다 Feb 07. 2024

목적, 그에 책임이 따르는 글쓰기

 <끌리는 문장은 따로 있다> 의 저자 멘탈리스트 다이고는 글로 마음을 표현할 때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쓰지 말고 어떤 말을 써야 상대의 마음이 움직일지 생각해본다면 글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은 반드시 ‘독자가 어떻게 행동하기를 바라는가’를 결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왜 글을 쓰는지, 내 감정을 배설하고자 하는 건지,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기 위한 차원인지,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상상력과 행동을 불러 일으키게 하려고 하는 건지 그 목적을 정말 제대로 생각하라는 취지로 읽힙니다. 


저자가 한 말은 사실 글보다 책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그냥 자신의 의견을 적을 수는 있지만,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소량의 인쇄를 하고자 하는 자비출판을 제외하고는 출판된 책은 읽는 상대 즉 독자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더 많은 대중들에게 팔려야 이윤이 남는 일종의 상품이죠. 로버트 기요사 키도 그의 저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책 쓰는 일을 포함한 모든 비즈니스의 성패는 판매에 달려있다고 언급했으니까요. 더불어 자신이 최고로 잘 쓰는 작가가 아니라 최고로 잘 팔리는 작가라고 했고요. 


책을 내고 직접 북토크를 섭외하고 주말마다 독자들과의 접점을 찾으려 지방행도 불사할 정도로 무진장 애쓰고 있는 내 경우도 딱 그러합니다. 책을 낸 그 행위자답게 일종의 책임을 지려는 것이죠. 얼마 전에 어느 출판사 대표를 만났는데, 그렇지 않은 저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알려주더군요.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웠고요. 


그런 걸 하기 싫으면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거나 플랫폼에 글 쓰면 되는 거고, 독자들이 읽든지 말든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일종의 자기 만족으로요. 난 더 많은 분들이 내 책을 읽고 공감했음 하는 바람에서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것이고요. 내 글쓰기 목적에 따르는 출판과 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 논리는 어찌 보면 참 간단한 일인 것이죠. 남의 돈으로 본인의 글을 책으로 엮으면서 판매나 홍보까지는 신경쓰지 않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 아닐까요? 


<태도의 언어>의 저자 김지은이 윤여준 전 장관에게 배웠다던 ‘공직의 도’가 문득 생각납니다. 정치인이 정치꾼으로 전락하고 대통령이 진영의 수장노릇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그 자리의 무게를 몰라서며 사인이 아닌 공인으로서의 도리를 알아야 하는게 바로 정치인의 기본 자세라고요. 그래서 ‘공인’이란 책임을 지는 사람, 국민의 녹을 먹는 공직의 무게만큼 사회에 환원하며 살고자 하는 의지가 바로 공인 이 두 글자에 담겨 있다고 했습니다. 


책이나 글을 이야기하는데 왠 공인이라뇨. 너무 나간거 같다고요? 누가 오다가다 들러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닌, 자신 이름 석자를 드러내고, 종이에 한자 한자 새긴 출판을 했던 책에 담긴 글도, 그걸 쓴 저자도 그 정도의 책임과 무게를 지녀야 하는 게 진짜 글쓴이의 도리 아닌가 싶은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특히 장기화된 경기불황과 독서 인구 감소로 인해, 해마다 역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출판계를 봐서라도요. 우리 목적과 책임이 수반된 글쓰기는 계속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내 삶의 주류가 되는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