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서른넷
30대
나이를 잊고 살다가도 가끔은 덜컥, 쌓여버린 숫자에 놀라곤 한다. 나만 유별난 걸까.
서른넷은 아직 아이 같기도, 어느새 어른 같기도 한 경계의 시간 같다.
서른 중반을 곰곰이 생각하며 펜을 잡는다. 내게 서른 중반은 "비로소 혼자가 편안해지는 나이" 같다.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밤도 좋지만, 잠옷을 입고 좋아하는 맥주와 넷플릭스를 곁들일 때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꽉 찬 행복을 느낀다.
카페에서 홀로 책을 읽으며 누리는 고요한 쉼, 좋아하는 음악에 발을 맞추며 목적 없이 걷는 산책, 출퇴근길에 문득 마주친 노을에 멈춰 서서 카메라를 드는 일상.
오롯이 혼자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소중해진다.
예전에는 특별하고 인상적인 하루를 만들려 무언가를 사고 멀리 떠나려 애썼다면, 지금은 숨 쉬듯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빈칸이면 빈칸 그대로를 좋아하는 이 마음이, 어쩌면 어른이 되어가는 행복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