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

배우자

by 조각사

운명처럼 찾아온 네 번째 연애가 나를 결혼으로 이끌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아내가 그 주인공이다.

누구나 드라마 같은 만남을 꿈꾸지만, 내게는 그 꿈이 현실이 되었다.


우리의 시작은 블로그였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기록하는 사람이였고, 주영이는 나의 독자였다.

춘천 맛집을 검색하다 우연히 내 블로그에 들어온 그녀는, 무엇에 홀린 듯 내가 매일 써 내려간 일상의 기록들을 정주행했다고 한다. 나라는 사람이 궁금해진 그녀는 인스타그램 DM을 보냈다.

하지만 질문도 없는 일방적인 메시지였다. 본인이 먹은 음식 사진을 툭 보내고는 "블로그 보고 왔어요"라고 말할 뿐, 내가 답장을 하면 정작 그녀는 묵묵부답이었다.

처음엔 그저 좋게봐주시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 동안 그런 일방적인 소통이 이어지니 오히려 내가 그녀가 궁금해졌다.


그러던 어느 저녁, "오늘 만나실래요?"라는 그녀의 메시지에 나는 홀린 듯 밖으로 나갔다. 친구와 술을 마시다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나왔다.

(이 글을 빌려 친구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주영이는 인스타그램을 하지도 않으면서 오직 내게 연락하기 위해 앱을 설치했다고 한다.

스스로도 "이렇게 만나는 게 맞나"하면서 겁이 났었다고 한다.


그리고 앞 주제에도 말했지만 나는 분명 예쁜 여자를 만나는 재능을 타고난 것 같다.

내 와이프는 어디서든 예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다.

오죽하면 친구 어머니께서 나를 '엄청 예쁜 아내를 둔 남편'으로 기억하실 정도다.


어쨋든 나는 한 달은 꾸준히 연락해 봐야 마음을 여는 보수적인 사람이지만, 그녀와는 며칠 만에 연인이 되었다. 이건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작용했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서로의 직장도 모른 채 그저 사람이 좋아 시작한 사랑이었기에 더 순수하고 뜨거웠다. 나이가 들수록 조건이 눈을 가리기 마련이지만,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조건에 가려 진짜 좋은 인연을 놓치기엔 우리 삶이 너무나 아깝지 않냐고.


주영이는 얼굴만큼이나 마음씨도 참 고운 사람이다.

신혼여행도 못 가보신 우리 어머니를 위해 "우리가 해외 보내드리자, 같이 가면 더 좋다"고 먼저 말해주는 사람.

결혼한 친구들은 시어머니를 어려워한다는데, 주영이는 내가 없어도 혼자 시어머니 댁에 가서 밥을 먹고 온다.

그 예쁜 마음을 보고 있으면, 나 또한 장모님과 장인어른께 더 잘하고 싶다는 진심이 자연스레 우러난다.

(아,,혹시 예쁜 여자를 만나는 팁이 궁금하다면, 외모가 안 될지언정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확률이 확실히 올라간다.)


주영이는 나에게 '행복도 성장이 될 수 있음'을 가르쳐준 사람이다.

함께할수록 내가 참 과분한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혼자 살기로 결심하고 작은 아파트 계약을 준비하며 마음을 다잡았던 내가, 이제는 주영이 덕분에 매일이 벅차다.

내 세상은 이제 '이주영'이라는 세 글자로 빈틈없이 채워졌다.


2024년 8월 17일, 유난히 뜨거웠던 그해 여름밤의 꿈을 현실로 가져온 우리는, 오늘도 우리만의 운명을 이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