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Line - Up 10'과 'K-가곡'

Line- Up10과 K-가곡

by 할매

우리 부부는 TV를 자주 보지 않는다. 볼 시간도 없고 일부러 찾아 볼만한 프로가 없는 것 같기도 해서. 하지만 이곳에 와선 삼시 세끼 밥 먹을 때마다 TV를 켜게 된다. 시간을 절약할 겸 세상 돌아가는 것도 보기 위해.


전원을 켰다. 마침 이십대(二十代)의 청춘들이 춤 경연을 펼치는 무대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Line Up' 이라는 댄스(dance). 스트릿 댄스는 비보잉, 팝핑, 락킹이라는 종류가 있다던데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다. 팝핑이라 했던 거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관객들도 실내에 꽉 들어찬 상태. 관객들은 대부분 젊은 층들. 미리 정해진 선정곡도 없이 그때 그때 주어지는 음악에 맞춰 맘껏 끼를 발산하며 춤 추는 대회. 정해진 시간은 극히 짧은 몇 분 정도? A 댄서(dancer)가 B 댄서에게 도전장을 들이밀며 춤을 추면 B 댄서가 이어받아 춤추는 방식. 연이어 다음 댄서가 춤을 추고 또

곧바로 이어져 다른 댄서가 춤을 추는 릴레이 춤 경연 대회. 사회자(?)에 의해 승패도 즉석에서

바로바로 가려지던 대회.


숨 막히게 격렬했다. 비비 꼬다가 신들린 듯 요동치다가 어지럽게 돌다가 엎드려 바닥을 훑어대다가 0.01초도 안돼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몸 동작들. 뛰고 돌고 흔들고 격렬하게 율동쳤다. 마치 바닷속의 낙지와 톡톡

튀는 큰 벼룩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 어찌나 유연하던지 연체동물 같았다. 너무나 흐물거리던 댄서들.

악보의 스타카토 같이 딱딱 끊어치는 손 동작들. 특히 눈길을 끌던 체코(?)에서 왔다던 장신(長身)의 남자

백인 댄서. 너무나 깡 말라 마치 해골처럼 보이던 dancer. 그 기다란 키로 추는 동작이라니 우와~~

우리 부부 둘 다 입을 쩍 벌리고 봤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분,초를 가르며 율동치는 댄서들의 몸 동작을 흐트러짐 없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PD들. 우와~ Dancer들이나 PD들이나 모두 神들 같았다. 광주 직할시에서 이틀 간 벌어졌던 라인댄스 경연대회. 우연히 이틀 동안 점심 무렵 봤었다.


헌데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연휴 마지막 날이던가 다음날이던가~ 그날따라 당뇨식을 만들어야 했다. 일명, '포두부 잡채' 말 그대로 잡채는 준비해야 하는 재료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꼬박 한나절 이상을 오롯이 투자해야 하는 요리. 아침 일찍부터 재료 준비를 했다. 시간은 어느새 점심 무렵. 12시 땡~하면 밥을 찾는 산적을

위해 점심 상부터 차렸다.

TV를 켜니 K-가곡 경연대회가 마악 시작되고 있었다. 경연 참가자들은 모두 외국인들. 우리나라 관현악단에 맞춰 우리나라 가곡을 우리나라 말로 부르는 외국 가수들의 대회. 우리나라 언어의 정확성과 정서에 맞게

부르는지 등등을 가린다 했다. 심판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소프라노 가수 '조수미' 님을 선두로

여러명이었다. 참가 가수들의 국적은 프랑스, 스페인, 호주, 중국, 일본, 필리핀,....등등 13(?) 곳 이었다.

동양인, 백인, 흑인, 외국인 가수들.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등 남녀 가수들.


첫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그동안 식사는 끝나고 나는 요리를 재개했다. 화면은 못 봐도 소리는 들을 수 있으니까~ 가수들의 열창. 점점 진행 될수록 기가 막히다는 표현이 딱 맞는 노래 실력들. 외국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인지 가리기 어려울 정도의 발음과 노래 실력들이었다. 상금도 꽤나 많았던 가곡 경연대회.

대상 수상자의 상금은 1억원이란다. 와~ 과연 누가 받을까~


요리하다 TV보고, TV보다 요리하고, 오메 바쁜거~ 정신없이 왔다리 갔다리 하며 요리하는데 드뎌 경연대회가 끝났다. 요리도 거의 끝났다. 이제 밀프랩 만을 남겨놓은 상태. 그제서야 차분히 의자에 앉았더니 시상식도 거의 끝나간다. 대상은 어느 백인 여가수에게 돌아갔다. 눈물을 터트리던 여가수. 보던 내내 눈물이 흘러내렸던 내 눈에도 마지막 눈물이 흘러 내렸다. 세상에나~~ 우리 가곡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우리 가곡을 그리도 잘 부를 줄이야~ 춤 추는 이십대들이나 노래 부르는 외국인들이나 모두 초인들 같았다.


이 시대를 살아내는 초인들. 나는 브런치에만 초인들이 많은 줄 알았다. 직장 다니며 글 써 올리고, 답글 달고, 책 내고, 육아 담당하고, 살림살이 하고, 우와~ 기막혀~~ 그 많은 일들을 어찌 다 해낼까~ 하긴 나도 한때는 그렇게 살았었다.ㅎ~ 어쨌든, 감탄감탄 했는데 TV 속에도 초인들이 있었다. 특히 Line - Up 대회에 나온 청춘들. 우리나라 이십대들이 저렇게 놀고 있구나~ 하며 감탄 했었다.


헌데 우리나라 가곡을 외국인들이 부른다니~ 발상 자체가 참신했다. 참으로 오랫만에 듣는 가곡이 그렇게나 아름다울 줄이야~ 감동 또 감동했다. 나 역시 가곡을 꽤나 좋아한다. 그 중 제일 좋아하던 가곡.

동심초.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이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을 맺~지~ 못~ 하~고 ~ 한갖 되이 풀~잎만 맺으려~하는~고

한갖 되이 풀잎만 맺으려~하는~고~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도 덧~ 없어 만~날 길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을 맺~지~ 못~하~고~ 한갖 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갖 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Line Up과 K-가곡은 내게 보내준 추석 연휴 선물이었다.

그런데, 요리를 다 끝마치고 밀프랩 해 놓은 뒤에서야 깨달았다.

어찌까~~ 참기름 치는 걸 깜빡 잊어버렸다. 더군다나 명색이 잡채인데~ 열흘 간 울 산적 점심인데~

맛 없으면 어쩌지?? 걱정이 태산이당~~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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