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델리
(산적님이 만들어준 인도 사진 유튜브입니다)
얼떨떨했다. 정신없이 곯아떨어져 자다가 깨어나니 엉뚱한 곳에 와 있는 듯 했다. 공항 안이어서 인도라는
실감이 나지 않으면서도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우선 배낭부터 찾아야 했다. 화물용 컨베이어 벨트가
작동되는 곳으로 가보니 벨트가 몇 바퀴를 돌며 캐리어들이 주인들 손에 속속 없어지는데도 우리 배낭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내 눈에 포착되던 곳. 벨트가 돌고 있는 곳의 커다란 원통형 기둥에 붙어 있는 큼지막한 번호, 14번. 나는 직감적으로 우리 배낭은 다른 곳에 있다고 느꼈다. 그래, 딴곳에 가보자고 말했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벨트가 돌고 있는 건 여기 밖에 없는데 보챈다고 산적이 타박. 그럴 땐 나는 그저 입을 다문다.
무서워서~ ㅋㅋ 결국, 공항 근무 요원에게 물어봐서야 이미 멈춰 선 다른 켄베이어 벨트 옆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배낭 두개를 발견했다. 만행에 나선 스님들의 걸망 같은 작은 배낭 두개. 우린 노란 배낭 하나씩 메고 출구까지 나아갔다. 혹시 몰라 노란색 커버를 배낭에 씌웠었거든~ 해는 이미 지고 밖은 어두워진 상태.
함부로 공항 밖에 나섰다간 어떤 일을 겪을지 알 수 없는 상황.
첫번째 카우치서핑(Couch Surfing) 호스트(Host)와 연락을 취해야 했다. 문제는 우리 핸드폰, 여긴 인도잖어~ 아직 사용불가였다. 여기저기 둘러봤더니 저만큼 공중전화 부스가 보였다. 달려가 전화를 이용하려 했더니 거길 담당하던 인도인, 50루피 내란다. 여차저차 통화하고 난 뒤, 내가 동전 지갑을 꺼내 손바닥에 쏟자
10루피만 달란다. 헐헐~ 짜슥~ 진작 그럴 것이지~ 몇년 간 인도에 사셨다던 스님이 주신 루피화 동전들을
이렇게 써먹을 줄이야~
델리 공항 밖으로 나오니 아이쿠~ 이거이 뭐다냐~ 웬 시커먼 인도 남자가 울 산적에게 딱 달라붙는다.
릭랴? 릭샤? 하면서. 한참 실랑이. 여차저차하다 호스트를 만났더니 아 글쎄~ 몰고 온 승용차가 BMW였다.
우리나라에서 굴러다니던 BMW보다는 웬지 작아보이긴 했다. 느낌상~ 그 차에 탑승하여 공항을 벗어나
드디어 인도 수도 델리의 거리로 나갔는데, 우와~ 거무칙칙한 남자들이 거무칙칙한 건물더미 앞에서 거무칙칙하게 얼쩡거리고 있는데, 하나같이 부리부리한 까만 눈에 까무잡잡한 피부, 깡마른 몰골들. 차량에서 쏟아지는 불빛과 거리 상점의 불빛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굶주린 늑대들 같았다. 먹잇감 찾아 헤매는
듯한~ 허걱~ 내심 비명을 질러대며 놀란 토끼눈으로 바라보는데 호스트가 차창을 내리지 말란다.
그 이유를 순식간에 알아챘으니~
편도 2차선이 될까 말까한 좁은 도로에 릭샤, 차량, 오토바이가 앞, 뒤, 좌우로 빼곡히 들어차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차량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차창 두드려 구걸하는 소녀들과 두건 두르고 목발 짚은
남자. 놀란 토끼눈이 더욱 커지는데 차가 움직이려하자 바로 옆차에 타고 있던 남자가 찰칵 나를 사진 찍는다. 옆차와의 거리 불과 30센티 정도. 워메 소름끼쳐~
차가 이동하는데 보이는 거리마다 시멘트 건물들이 왜 그리 을씨년스러운지~ 마치 폭격 당한 후에 대충 복구해 놓은 건물들 같았다. 게다가 도로가엔 개들과 소들과 사람들이 어슬렁거리고, 구정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담요를 두르고 길가에 쓰러져 웅크리고 자는 사람 모습. 여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으니. 어쩌다 큰 애는 걸리고 여자는 아기를 안고, 짐을 든 남편과 함께 가는 여인의 모습만 보였다. 우리나라는 밤에 여자들이 더 많아보이던데~ ㅎ~
놀란 눈이 더 커지는 사이 어느새 BMW는 20여분을 달려 호스트 집에 도착했다. 우리가 머물 방에 짐부터
부리고 식사 대신 술 한잔 달라해서 호스트를 따라간 곳. 2층 옥상. (인도는 우리나라 1충이 0층임. 그러니까 3층인 셈) 넓은 옥상은 바비큐장과 작은 상설 공연장이 설치돼 있었다. 친구들과 가끔 그곳에서 연주도 하고 파티도 연단다. 산적의 삼뽀냐 연주가 끝나고 대화 나누는 사이,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이륙하는 비행기의 모습. 4층 이상의 건물은 없는 듯 불빛 없는 회색 건물들은 둥그렇게 떠오른 달빛을 배경으로 침묵을
지키며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밤 이슥하여 각자 잘 방으로 헤어져 딸래미에게 전화했더니 전화 불통. 생각해보니 한국은 자정이 훨씬 넘은데다 유심칩 교체가 안된 상태였음을 잊고 있었다. (인도는 한국과 3시간 시차다).
그렇게 인도에서의 첫째날이 무사히 지나고 둘쨋날 아침, 발코니에서 주변 풍경을 둘러보니 이름모를 새들이 지천에 지지배배거리고 있었다. 괴이하고 어둡던 밤의 세계가 지나고 평온한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뒤늦게 일어난 호스트. 우유 1컵이 자신의 조반이란다. 어쩔 수 없이 짜이 한잔씩 얻어 마시고 우린 호스트와 함께
집을 나섰다. 기꺼이 우릴 돕겠다 하여 유심칩 갈아끼우려고. 500루피에 개통은 월요일(9일) 된단다.
착한 호스트. 우릴 안내하여 전철역까지 따라와 표 끊는 것까지 도와주었다.
헤어져 붉은 모래 사암으로 지었다는 꾸뜹미나르까지 가긴 갔는데,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