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에서의 분노(anger)
(산적님이 만들어준 인도 사진 모음입니다)
인도 여행 내내 납작하고 까만색의 악기용 가방을 목에 매고 다녔었다. 비상약과 삼뽀냐가 든 가방. 그날도
타지마할에서 연주 한곡 멋들어지게 하겠노라는 꿈에 부풀어 있던 산적. 검색대에서 보기좋게 퇴짜 맞았으니~ 라커룸에 맡기고 입장해야 한단다. 할 수 없이 나를 대기소에 남겨 둔 채 산적 혼자 검색대를 빠져나가 라커룸까지 걸어 갔다. 꽤나 멀었던 것.
한참 만에서야 되돌아온 산적. 문제는, 입구에서 다시 검색대를 통과하라고 했던 것. 항의해봤자 무조건,
No! 라던 누리끼리한 제복의 인도 경찰. 할 수 없이 또 줄을 서서 검색을 다시 받았는데, 이번엔 입고 있던
얇은 셔츠의 왼쪽 윗주머니에 넣어 뒀던 담뱃갑과 라이터가 딱 걸린 것. 경찰이자 검색원(Searcher)인 남경이 담배를 몰수하더니 다시 명령했다. 이건 안된다고~ 다시 라커룸에 다녀오던지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산적이 항의하자 경찰이 검색대 바로 옆에 비치돼 있던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안색이 싹 변한 산적.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40년 넘게 피워댄 흡연자(smoker)였던 산적. 자다가도
1대씩 피워 무는 버릇마저 생긴 사람인데, 그런 사람 앞에서 아까운 담배를 통째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으니~ 순간적으로 분노를 안 느낄 사람 어딨겠어~ 거세게 항의해도 규정상 그렇다는데 어쩔거여~ 할 수없이 분노의 화염에 휩싸여 입장했다. 입장료가 아까웠거던~ 1,500 루피나 갈취 당했잖아~
우린 입장했다. 어딜 가나 무조건 신발을 벗어야 하는 나라라 신발을 벗어들었다. 딴 사람들도 그러길래~
헌데, 계단을 올라가 하얀 대리석 건물 앞으로 가자 거긴 또 다들 신발을 신고 있네~ 신발 위에 1회용 덧신을 신은 채. 계단 위엔 편의상 관광객들을 위한 1회용 덧신을 비치해 두고 있었던 것. 네~미~ 그럴려면 계단 아래 비치해두지~ 안내 표지판이나 안내원도 없던데~ 나~ 참~ 정말 난해한 인도였다.
넓디 넓은 타지마할은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다른 사원과는 달리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더 많아 보였다. 이곳저곳 구경을 마치고 우린 검색대로 되돌아갔다. 입구와 출구가 나란히 있었으니깐.
산적, 아까 뺏어간 담배와 라이터를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경찰, 쓰레기통을 이미 비워버렸단다.
화가 날대로 난 산적, 거세게 항의했다. "You are a liar!!" 라고. 코뿔소처럼~ 헌데 어쩔것이여~
씩씩대며 나올 수 밖에.
출구를 나와 삼뽀냐 가방 찾으러 라커룸으로 걸어가며 나는 산적에게 내가 목격했던 장면을 이야기 해주었다. 검색대 옆에서 산적을 기다리는데 어느 중국인 젊은 아가씨가 핸드백 검사(Handbag inspection)를 당하고 있었다. 검색 요원인 여경이 그녀의 핸드백에서 비스킷 봉지를 찾아내 책상 옆으로 밀치며 이건 안된다 했다. 그러자 그 아가씨, 나처럼 항의했다. 자기의 점심이라고~ 그러자 그 여경, 단호히 No! 라고 했다. 때마침 라커룸에 갔던 그 아가씨의 애인이 되돌아와 그녀들이 옥신각신하는 것을 보더니, 비스킷 봉지를 얼른 집어들었다. 그리곤 봉지를 확 뜯어 비스킷 여러개를 꺼내 한꺼번에 자기 입에 쑤셔넣어버렸다. 그러자 그 인도 여경, 화가 났는지 그 비스킷 봉지를 책상 바로 옆의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중국 아가씨의 애인은 비스킷을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씨익 미소를 지었고~ 크크크~ 그대 멋쟁이~~ ㅎㅎ
그런 저런 장면을 목격하며 입장객들의 가방에서 꺼내지는 물품들이 책상 한켠으로 밀쳐지는 걸 나는 지켜봤었다. 근데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갈까? 흐흐흐~
아무튼, 외국인들 등쳐 먹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타지마할. 입장료도 내국인은 고작 20루피,
외국인은 750루피나 됐다. 뿐만 아니라, 산적을 기다리며 지켜본 바론, 인도인 가이드를 대동하고 입장하는 외국인은 프리패스였다. 그러니 내 느낌은 무리였을까?
불쾌한 기분으로 구경을 마친 우린 릭샤를 타고 아그라포트까지 갔다. 무굴 제국 샤자한이 아들에게 왕위를 뺏기고 감금됐던 곳. 수많은 인원을 동원하여 22년 간에 걸쳐 축조했던 그의 사랑하던 왕비의 무덤.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샤자한이 쓸쓸히 죽어 갔던 곳, 아그라 포트.
그곳 또한 입장료가 350루피나 됐다. 우린 입장을 포기했다. 외관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그리곤 걸어서 숙소로 갔다. 헌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인도인들. 숙소로 향하던 길 옆, 수북이 쌓인 쓰레기
더미 한쪽에서 버려진 시체처럼 모포 둘러쓰고 자고 있던 사람. 그 사람에겐 이 세상 모든 것의 경계가 사라진 걸까? 쓰레기건 아니건~ 잘 곳이건 못잘 곳이건~ 그런게 어딨어~ 구별하는 마음 자체가 우스운걸~ 하며 잤던 걸까?
걸어걸어 숙소로 돌아가던 길. 도중에 길이 없어져버려 철길을 건너기도 하며 다다른 숙소 주변의 시장통. 한결같이 건물들이 어찌나 을씨년스럽고 지저분하던지 아그라의 높은 악명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자이 호텔에서 이틀째였던 그날 오후에는 그 호텔에 투숙중인 한국인 관광객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가족 단위로 관광 왔던 사람들. 가만 보니, 그 호텔은 여러나라 사람들이 이용하는 호텔인 듯 싶었다. 동, 서양인 할 것 없이. 우린 아침 저녁 때면 숙소 앞길로 무리지어 지나가던 소떼들, 걸으면서도 똥 싸고 오줌 갈기던 소와, 멀리서 걸어오던 개에게 자기 구역을 침범했다고 그악스럽게 짖어대던 그곳 개들, 하수구에 빠뜨리면서까지~
폐허 같은 건물더미의 시장통 골목. 각종 쓰레기와 시커먼 구정물과 개똥 소똥이 나뒹굴던 아그라의 거리.
밀려다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손에 바구리를 들고 코브라 묘기를 보여주던 인도인. 괜히 한쪽 길을 막았다 텄다 하던 누런 제복의 인도 경찰들. 그 이틀쨋 날, 일어나보니 숙소 앞길에 바리케이트가 쳐졌길래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나보다고 지켜봤더니 아무일도 안 일어났다. 시장통에서도 방금 지나쳤던 길을 경찰 몇명이 차단하더니 되돌아오며 보니 그새 해제했고~ 아그라의 인도 경찰들은 병정놀이가 아니라 긴급조치 놀이를 즐기고 있는 거 같았다. 헐헐~
그러는 와중에도 인도 특유의 북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 거의 없었으니 인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쨋거나 우린 이층 숙소 전체를 감싸고 있던 원숭이 침입 방지용 철창 사이로 아그라포트를 바라보기도,
길거리의 풍경을 구경하기도 했던 아그라에서의 이틀을 뒤로하고
2월 18일, 13일째의 여정을 이어 갔다.
7시도 안 된 이른 시간, 쟌시를 거쳐 오르차로 가기 위해 아그라 기차역으로 가는데,
내 눈에 띠던 사체.
다음에...
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