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악명 높은 아그라

악명 높은 아그라

by 할매

Agra

(산적님이 만들어주신 인도 사진 모음입니다)


정직한 울 산적, 일반표로 슬리퍼 칸 탔다고 걱정하더니, 검표원이 오자 기차표 사이에 50루피를 끼워줬던 것. 그러자 검표원, 견물생심(見物生心)~ 탐욕심이 동하는지 100루피 더 내라더니 재차 70루피 더 내라 했다.

결국, 220 루피 를 뺏긴 셈.

그런데 그때 나는 보았다. 검표원이 사뭇 엄숙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마와 가슴에 잽싸게 성호를 긋는 것을~ "캬캬캬~ 이 무슨 횡재냐~ 어쩐지 꿈자리가 좋더라니~ 크리슈나여~ 바후뜨 바후뜨 단야왓(감사합니다)~"

라며 뜻밖의 횡재수에 감사 하는 것 같은~ 가만있자~ 아닌가?? "크리슈나여~ 마프끼지예(죄송합니다)~

거금을 횡령해서~" 라는 마음이었을까? ㅎ~ 내국인들은 표 검사도 제대로 안하더니만 어딜 가나 외국인은

봉이야~ 헐헐~ 그러게 사람이 너무 착해도 탈이여~


아무튼 아그라에 거의 도착, 2Km 정도를 남겨 놓고 '라자끼만디' 라는 아주 작은 역에 열차가 섰다. 근데 시간이 흘러도 왜 그렇게 안 가~ 아마 다른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모양.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사람들이 철로에 내려 노닥노닥~ 아예 짐까지 챙겨 하차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남자들은 상당수 내려 담배를 피우기도,

오줌을 누기도 했고. 지루해진 나도 기차문까지 나아가 밖을 내다봤더니 열차가 얼마나 길던지 앞, 뒤 끝이

안 보였다.


11시 50분에 아그라역 도착. 역전 앞은 말 그대로 지옥경이었다. 시커먼 릭샤꾼들이 우루루 몰려드는데

겁이 덜컥 날 정도. 얼른 보아 외국인은 우리뿐이었다. 울 산적, 몰려드는 릭샤꾼들 물리치느라 입 굳게 닫고 묵묵히 걷기 시작. 릭샤꾼들이 몰려들며 "뽀또레이루~뽀또레이루~" 하며 서로 경쟁을 벌였다.

역전에서 한참 멀어지고나서야 우린 지나가던 릭샤를 잡아타고 아그라 포트레일까지 갔다. 게스트 하우스를 찾기 위해. 산적이 미리 검색 해 놓았던 곳으로 가는데 얼마나 으스스하던지. 통행인도 없던 길.

쓰레기는 나뒹굴지, 찌린내는 진동하지, 개들은 어슬렁거리지, 흙먼지는 폴폴 날리지, 마치 공포 영화 속의

을씨년스런 거리로 내몰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가급적 산적 뒤에 바짝 붙어 걸으며 한참 뒤 겨우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것도 개구멍으로~

나와서 보니 통행금지 골목이었던 것. 흐휴~~


헌데, 포트레일 뒷쪽의 도로 역시 지저분하고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 마치, 상권이 떠나버린 도심 거리의 뒷골목 같은 지역. 게스트하우스 간판이 보여 들어가 봤더니 숙박료가 무척 비쌌다. 다른 숙소를 찾아 헤매고돌다, 더 비싸기도, 지저분하기도 해서 처음 들렀던 AJAY호텔로 돌아가 투숙. 숙박료 700루피를 지불하고

짐을 풀었다. 어두워지기까지 여유로운 시간. 우린 다시 거리로 나갔다. 가지고 갔던 화장지(toilot paper)가 떨어졌거던~ 인도는 화장지를 부자들이나 사용하지 일반인들은 사용 안한다. 그래서인지 화장지 파는 곳도 물어물어 찾아가야 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보물 찾아가듯이.


배도 고프고 술도 고팠다. 맥주를 사려고 거리를 헤매고 돌다 어렵사리 2병 사 들고 우린 희색이 만면하여

숙소로 돌아 갔다. 인도인들은 대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종교적 이유에선지 여유롭지 못한 생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술 마시는 인도인을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 우리가 신세 졌던 카우치서핑의 호스트들도

대부분 술을 마시지 않았었다. 인도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무음주 관습은 인도의

장점이요 단점이기도 하겠다고. 국민 대부분이 술을 안 마시니, 술 문화에 관련된 경제적 활성이나 부수적

저성장 측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헌데 우린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애주가 부부. 저녁 때가 되면 한잔 술이 어쩜 그리도 간절해지는지~

그러니, 그 악명 높다던 아그라 거리를 누비며 맥주 2병 구해 들고 얼마나 득의양양했던지~ ㅋㅋ

우린 그 고마운 맥주 2병에 11일째의 잠을 편안하게 잤다. 공포스러웠던 낮의 기억은 깨끗이 잊은 채.

인도는 그렇게 늘 천국과 지옥이 공존했다.


그새 날 밝아 2월 17일 화요일, 여행 12일째. 날씨는 화창했다. 산적, 틈만 나면 고개 숙인 남자가 되어

스마트폰 검색을 하는데, 괄리요르에 타진 했던 카우치서핑 두곳 중 한곳이 불발되어 아그라에서 하룻밤 더 묵기로 작정했다. 여정 바꿔 타지마할을 구경하기로. 사실, 우린 인도 여행 계획을 짜며 타지마할은 들르지

않기로 했었다. TV, 사진, 책 등으로 너무나 많이 봐 왔던 터라, 굳이 입장료(entrance fee) 내고 들어가봤자

별 볼 일 없을 거라는 생각에. 헌데, 괄리요르(Gwalior) 카우치서핑 한곳이 무산(霧散)됐으니 어쩔껴~

무사가 칼을 빼면 호박이라도 찌른다고 60 평생에 한번 오게 된 인도. 입장료가 비싸더라도 구경해 보자고

아침밥까지 해먹고 씩씩하게 릭샤 타고 갔다.


타지마할 가는 길은 중앙 분리대까지 설치된 깨끗이 단장된 새 도로였다. 편도 2차선의 아스팔트 길.

우리가 탔던 오토릭샤 바로 옆으론 또각또각 말발굽소리 요란한 마차가 달리기도, 외제차가 달리기도 했다.

드디어 타지마할 입구. 우리가 도착하자 어느 인도인이 다가와 가이드를 원하냐고 물었다. 우린 당연히 No! 했는데, 나중에서야 그 가이드의 진가를 깨달았다. 들어보시라~


울 산적, 입장 매표구 앞에서 "들어가~ 말어~ 비싼데~" 하며 한참을 망설였었다. 나야 뭐~ 들어가도 그만,

안 들어가도 그만인 사람. 평생을 그렇게 살았으니까~ 그래 그냥 묵묵부답~ 그러자 울 산적, 크게 마음 먹었는지 입장 결심, 거금 1,500 루피를 내고 표를 샀다. 1인당 입장료 750루피. (우리 산적, 지금도 그돈이 아까울꺼여~ 히히~) 타지마할로 들어가려면 긴 줄을 서야 했는데, 아예 백여미터 정도를 둥근 쇠파이프로 구분지어 두 길을 나란히 만들어 놓았다. 남, 녀 각기 다른 길로 들어가도록.

우린 그렇게 헤어져 표를 내고 검색대를 통과하게 됐는데, 아그라가 왜 그리 악명이 높은지 그제서야 깨달았으니~ 타지마할의 검색대. 누리끼리한 제복을 입은 인도 경찰들의 경비가 마치 독일의 SS 친위대 같았다.

전시 상황에 타지마할에 들어가려는 것 같이 삼엄한 경비였다. 배낭과 큰 가방은 엑스레이 투시기 같은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고, 남, 녀 불문코, 가지고 있던 손가방은 검색요원이 이 잡듯이 뒤졌던 것. 입장객들은 검색원 앞에서 죄수마냥 서서 검사를 받았는데, 내가 가지고 갔던 손가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성 검색원이 내 작은 손가방을 사정없이 뒤지더니, 배낭 깊이 넣어뒀다 가져갔던 14개들이 새 껌 한갑을

꺼내 책상 위에 밀쳐 놓았다. 이건 안된다며~ 순간 나는 그 여성 검색원에게 항변했다.

"I really need that! Give me~" 라고~

그러자 그 여성 검색원, 단호하게 큰 소리로 "No!" 란다. 흐미~ 미개봉 새껌인데~ 인천에서 사 왔던 껌인데~ 인도 여행 중 여러날 쓸 껌인데~ 인도에선 못 구하는 건데~ 구취 나면 어떡허지~

온갖 상념이 몰려들며 나는 어쩔수 없이 그곳을 물러나와야 했다.

헌데, 문제는 바로 우리 산적.

다음에...




릭샤와 소떼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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