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시행 열차와 끝없는 지평선
(산적님이 만들어 주신 인도 사진 모음입니다)
거리에 죽어 있던 개의 사체. 뻣뻣이 굳어 있었다. 인도 거리의 개들은 애완종이 없다. 대부분이 누리끼리하고 키가 크다. 낮에는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온순하지만 자기 구역에 못 보던 개가 나타나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공격한다. 급기야 쫒아버린다. 인도 여행 중 여러번 목격 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 퍼진 사냥개 종자가 아닐까 싶은데 온순함과 야수성을 모두 가진 놈들이다. 주인이 따로 없다. 쓰레기를 뒤져 먹고 산다. 그러니 다른 개의 등장은 용납이 안되는 모양. 그래서 더욱 야수성을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거리의 소들 또한 쓰레기를 뒤져 먹고 산다. 하지만 개들처럼 싸워가며 자기 밥그릇을 챙기지 않는다. 인도
여행 중 소의 울음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그저 어슬렁거리다가 배 고프면 쓰레기 뒤져 먹고, 배가 차면 길거리에 퍼질러 앉아 잔다. 순하디 순하면서도 덩치는 무지 큰 놈들. 화 내고 다투지 않으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도인 같은 동물들이 바로 소다. 왜 힌두교가 소를 숭배하는지 수긍이 갈 정도였다.
그런 소와는 사뭇 다른 인도의 개들. 험한 견생을 마감하고 죽어 나자빠져 있던 개. 인도 여행 13일째의 아침은 그렇게 생과 사의 공존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열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쓰레기 나뒹구는 거리의
움막에 살던 빈민이 시커먼 구정물이 흘러가는 하수로 옆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었다. 거리 곳곳엔 출근길인 듯 부지런히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 리얼한 현상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리를 달려 아그라역에 도착했다.
표를 끊고 소변 보러 갔는데 여자 화장실 겨우 3칸이었다. 손으로 물을 부어야하는 재래식 화장실. 그것도
사용료 5루피를 내고. 그렇게 인도의 화장실 문화는 인색하고 미개했다. 8시 35분발이라던 열차가 서너번
연착하여 10시 10분에서야 출발했다. 열차는 쳄발강을 건너고 12시경 괄리요르를 거쳐 쟌시로 쟌시로 달렸다. 우리나라 들판과는 차원이 달랐다. 광활한 지평선(vast horizon)이 아스라히 펼쳐지는데 온통 녹색과
연노란색뿐이었다. 아무렇게나 자생하며 광활한 들판을 잠식해버릴 것 같은 노란 유채꽃이 한창이었다.
사탕수수는 일부러 가꾸는 것 같았지만 평야 가득 자생하는 유채, 밀, 사탕수수가 자라고 있었다.
인도는 우리나라처럼 산이 흔하지 않다. 산 뿐만 아니라 구릉도 별로 없없다. 그런데 구릉지대(hilly area)가 나타나고 돌무더기가 보이고 말, 양, 소들이 떼를 지어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고 있는 광경이 나타났다.
내 눈이 반짝거리며 사탕보다 더 달콤한 목가적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토록 광활하고 아름다운 국토를 갖고 있으면서도 왜 인도는 가난할까? 너무 풍요로워 게을러져 버렸을까? 여행 13일째가 되도록 들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길거리에 등받이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앉아 놀고 있는 남자들은 수없이
보았는데~ 남자건 여자건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일을 하지 않아 그런 건지
채식주의자(vegetarian)여서 그런건지 대부분이 배불뚝이들이었다.
배가 남산만하게 나온 개구리 인간들 같이.
드디어 쟌시역 도착. 오토릭샤 잡아타고 한참을 달려 오르차에 도착했는데, 울 산적 또 한번 화를 냈으니~
쟌시역에서 릭샤비 120 루피에 흥정, 다짐까지 했는데 릭샤꾼이 오르챠 도착하여 150루피를 건네 받자
거스름돈(change) 30루피를 내주지 않았던 것. 울 산적 약속이 틀리다며 항의. 릭샤꾼은 모른체 얼버무리며 오리발이었다. 흐흐흐~ 이런 일 인도에선 항다반사다.
우리는 그렇게 인도 여행 중 가끔 털렸다. 거스름돈 떼 먹히지 않으려면 애시당초 잔돈을 두둑이 챙겨서 딱
그만큼의 액수만 주면 된다. 안 그러면 털리던지~ 인도의 릭샤꾼들 떼먹기 왕선수들이니깐~
그것도 외국인들에게만~ 그저 외국인은 봉이다~ 히히히~
릭샤꾼의 부정직함에 릭샤 번호판까지 사진 찍어가며 항의하던 울 산적과 나는 거스름돈 미수령 건은 과거지사로 돌리고 우선 다급한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나섰다. 헌데 간판이 보여야지. 산적이 미리 검색해 놨던
게스트 하우스. 맵스미 지도까지 봐 가며. 이사람 저사람 붙잡고 물어봐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어떤 10대 녀석이 자기가 안다며 우릴 안내해 따라가봤더니 다른 게스트 하우스였다. 한마디로 그 호텔의 삐끼였던 셈. "넌 거짓말쟁이야~" 하며 되돌아서 한참을 헤매다 그냥 괄리요르로 돌아가기로 하고 오르차 읍내를 빠져나오는데 변두리로 빠지는 제법 깨끗한 작은 시멘트 길이 보였다. 우린 마지막으로 그곳을 둘러보기로하고 가
보니, 새로 지은 건물인 듯 깨끗해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 한 채. 마침 할머니 한분이 앉아 있길래 투숙 가능
여부 타진. 가능하다며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한참 만에 어떤 남자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영어 대화 가능한
남자. 드디어 그곳에 투숙. 1박에 350루피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깨끗하고 조용한 그곳에서 정직하게 심부름 해 준 어떤 착한 소년 덕에 맥주까지 사다 마시고 편안하게 잠을 이뤘다.
나는 모처럼의 편안함과 조용함 때문인지 점을 설쳤지만~
오르챠는 아주 작은 소읍이다. 서양인 관광객들이 대부분 이었다. 주로 단체였고 커플끼리 온 팀도 거의 서양인들이었다. 조용하고 한적해서 그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다. 물론 우리도 오르챠 구경은 필히 했다.
색다른 인도 음식도 먹어 봤고.
어느새 날 밝아 2월 19일 목요일 14일째. 새벽 5시에 기상했다. 우린 전날 호텔 주인과 약속했던 택시를
기다려 그차로 안개 낀 새벽 어둠 속을 달렸다. 새벽 어스름 속의 거리에서 똥 싸던 사람들도 봐 가며
오르챠 역에 도착해보니,
다음에....
물 긷는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