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가이드가 꿈인 청년
https://www.youtube.com/watch?v=mDlpEHuxkjA
(산적님이 만들어주신 인도 사진 모음입니다)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시골집과 흡사한 구조였다. ㄴ자형이나 ㄷ자형의 흙집. 싸릿문 옆으론 사람의 주거 공간이 있었고, 가운데는 마당, 한쪽엔 텃밭이 있었다. 텃밭 가장자리엔 대추나무도 있었고 텃밭엔 채소를 키우고 있었다. 십대 초반인 듯한 소년은 집에 있던 누나와 함께 우리에게 이것저것 설명하고 보여주느라 진지했다. 나는 그 소박한 집과 아이들을 보며 행복지수는 물질의 풍요와 무관함을 새삼 느꼈다. 애들의 얼굴에서는
불평이나 불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지극 정성으로 자기 집을 구경시켜준 소년은 다른집도
보여주며 이것저것 설명해주었다. 산적은 그 고마움의 표시로 마침 보이던 거리의 조그만 노점에서
비스킷 두어개를 사 주었다.
인도의 경제 환경은 열악했다. 자전거 수리점이나 자동차 A/S센터도 우리나라 같이 번듯하고 깔끔한 공간의 건물은 거의 없었다. 흙먼지 나는 길거리에서 초라한 공구 몇개면 되었다. 우수한 정비 실력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 낼 일 같아 보였다. 일하는 남자들의 진지한 모습은 가족 부양이라는 삶의 무게가 인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카쥬라호 역에 우릴 데리러 왔던 청년의 동생은 그의 오토바이에 우릴 태우고 기차표 예매하는 곳으로 갔다. 다음날 가기로 했던 괄리오르행 표를 예매하기 위해.
예매 후, 우린 청년과 함께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나섰다. 스무살이던 동생은 우리를 헌신적으로 도와 주었는데 우리 수준에 맞는 저렴한 호텔을 찾아 몇군데 들러주었다. 우린 GEM PALACE HOTEL에 1박, 400루피로 체크인 했다. 체크인 뒤 의례 하는 일, 샤워와 빨래였다. 여행 다니며 가장 절실한 문제는 화장실 사용과 샤워다. 각기 배낭 하나씩 메고 떠난 길이라, 입고 있는 옷 한벌과 여벌의 옷 한벌이 고작이었다. 벗은 옷은 즉시 빨아 말려야 한다. 이동하게 되면 마르지 못한 옷을 가지고 떠날 때도 많다. 어쩔 수 없이 입고 있는 옷을
그대로 입어야하는 일도 빈번했다.
어느 책에선가 인도 여행 한달 동안 씻지 않았다던 어느 아가씨의 일화를 읽으며 신나게 웃었던 적이 있는데 실제로 가능하다. 인도는 몬순 기후라 건기일 때는 습하지 않는 날이 계속 이어진다. 우리 또한 인도 도착한 이래, 비 한번 내리지 않아 그런 점에선 견딜만 했었다. 물도 안 나오고 화장실도 없던 곳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라 우린 우선적으로 씻고 쌌다. 그리고 거리로 나섰다. 마침 호텔 앞길은 제법 넓은 도로였는데 형제 자매로 보이는 십대 소년 한명과 나 어린 소년, 소녀가 맞은편에서 죽마 타기 묘기 를 보여주고 있었다. '죽마' 는
긴 막대로 우리나라 학교 운동회나 축제장에서도 볼 수 있는 묘기다. 열살 미만으로 보이는 나어린 소년은
자기 키의 두배 가량 되어보이는 긴 막대를 양 발에 달고서 아슬아슬한 묘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맏형인 듯한 십대소년은 연신 북을 두드리고 있었고, 어리디 어린 소녀는 인간 다람쥐 같이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재주를 넘기도 했다. 흙먼지 풀풀 나는 길거리에서 햇볕마저 살을 녹일 것 같이 뜨거운데, 점심이나 제대로
먹고 하는 짓인지 걱정스럽던 그 아이들. 산적이 그애들의 캉통에 지폐를 넣어주자 여기저기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었다. 인간에게 주어진 무거운 삶의 무게는 어른이나 어린애 가릴 것 없는 난제 중의
난제 같았다. 인간 세상 어디에나~
시간이 흘러 저녁 8시경 우린 다시 청년의 집으로 갔다. 산적이 인도 도착한 이래 고기를 못 먹어봤다며 닭고기 안주 삼아 한잔 하고 싶다해서 마련된 자리였다. 사실, 전날 결혼식장에서도 고기는 없었다. 청년과 그의 친구 한명, 우리 넷이 모여앉아 조그만 드라이진 한병 나눠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자리에서 청년에게 물었다. 왜 인도인들은 웃지 않느냐고~ 실제로 여행 보름째 되도록 소리내어 웃는 인도인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소리없는 희미한 미소만 지을 뿐. 미소조차도 비좁아 터진 완행 열차에서 보았던 사람들에게서나
봤었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소도 짓지 않았었다. 한결 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빤히 바라보기만 하던 사람들. 까무잡잡한 피부에 부리부리한 큰 눈으로~ 나는 그게 자못 궁금했었다. 민족성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내 질문에 청년도 그냥 얼버무렸는데~ ㅎ~
이런 저런 얘기 나누다 우릴 데리러 온 청년의 동생 오토바이에 합승하여 호텔로 돌아왔다.
관광가이드가 꿈이라던 청년의 동생. 나는 그가 성공할 것이라 확신했다. 청년의 동생은 자기가 한 약속을
어김없이 지켰었다. 시간 약속 또한 철저히 지켰다. 무엇보다 상대방이 원하는 걸 잘 간파해 적절히 대응해
주었다. 불평 하나 없이~ 카쥬라호에 이틀 머무는 동안, 바쁜 형을 도와 우리의 손발이 되어 주었고, 자기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하다 말고 짬을 내어 찾아와 이런저런 이유로 약속 시간을 조금만 늦추자는
성실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호텔로 돌아온 밤, 우린 둘 다 잠을 못 이뤘으니~ 무슨 놈의 모기들이 그리도 많은지~ 자다가 깨어 모기
잡느라 법석을 떨어야 했다. 잡을 때마다 피 튀기던, 우리나라 모기보다 약간 큰 놈들이었는데, 수십 마리의 모기떼들이라니 원~ 그렇게 밤새 모기에 시달리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허걱~~ 이게 뭔 소리야~~
갑자기 기기묘묘한 울음소리가 들려 잠이 확 깨 버렸으니~
다음에...
` 인도 소년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