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살라 여정 길의 ISBT
https://www.youtube.com/watch?v=15VJCD1j2OI
(산적님이 만들어준 인도 사진입니다)
기타와 북을 앞에 놓은 청년들이 앉아 있었다. 창가에 앉은 청년은 문학 청년 같아 보였는데, 열차 밖을
보다가 우릴 보다가 하며 입가에 엷은 미소만 짓고 있었다. 내 바로 맞은편에 앉은 청년은 꼴통 같아 보였는데, 나를 보더니 북을 들고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운데 앉은 키 작고 통통한 청년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창 같은 인도식 노래로 뮤지컬 가수가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듯한 제스처를 춰 보이며
노래를 했다. 나는 내심 낄낄거렸다. 내 나이 환갑이래도 너 그러겠니? 하며~ 키키키~ 다들 잘 생긴 청년들이었는데 산적, 기다렸다는 듯 삼뽀냐 연주를 했다. 북 치는 청년은 내 눈에 시선을 고정하고 신나게 북을 두드려댔다. 인도의 북소리는 템포가 무척 빠르고 경쾌하다. 특유의 리듬인데 인도 도착한 이래 자주 듣던 소리였다. 길거리에서, 축제장에서, 결혼식에서, 그들은 어디서건 템포 빠르게 반복되는 리듬으로 경쾌하게 북을 두드려 댔다. 우리나라의 북소리는 느리고 묵직한데 반해, 인도의 북소리는 빠르고 가볍다. 북소리 하나만으로도
어깨 춤사위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우리나라 북소리는 북 만으로는 그런 감흥이 안 나고 꽹과리패가
어우러져야 가능한데~ 열차 안에서 그렇게 한바탕 어우러졌다.
삼뽀냐와 화음이 잘 맞지 않아 연주를 잠시 멈추던 산적, 갑자기 내게 하모니카를 주더니 신호 보내면 합주
하란다. 보니, 검표원이 오고 있었던 것. 통로에 서 있던 산적이 검표원을 본 순간, 통로에 서서 우릴 지켜보던 사람에게 표를 보여줬었다. 청년들의 일행 중 제일 연장자로 보이던 사람에게. 그러자 그 사람, 청년 두어명과 우릴 에워쌌다. 열심히 연주 듣는 척 하며~ 모두들 그렇게 즐기고 있는지라 검표원은 그냥 지나가버렸고,
다들 웃음을 터트리며 재밌어 했다. 하하하하~ 한참이나 웃었는데 자기들도 마찬가지란다. ㅋㅋㅋ~
사실 우린 일반표로 슬리퍼칸에 탔던 것. 인도는 워낙 인구가 많다보니 일반표로 슬리퍼칸에 타는 사람들이 많단다. 검사도 제 멋대로 한다고. 하지만 우린 외국인 아니던가~ 걸리면 무조건 털린다~ 히히히~ 그걸 모를 리 없던 청년패였다. 한마디로 모두가 공범자였다. 북치던 청년은 산적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는데, 마치 우리나라 노래를 다 알고 있는 듯 했다. 절대 음감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렇게 웃고 즐기는 사이 청년 단원들은 도중하차했고, 널널해진 내 맞은 편 좌석에서 산적은 잠들어버렸다. 나 역시 내 배낭을 옆에 놓고 그 위에 팔꿈치 얹어 턱을 괴고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눈을 딱 뜨는 순간, 어떤
손이 내 배낭에서 슥 사라지는 게 보였다. 분명히 혼자 앉아 있었는데 깜빡 조는 사이 어떤 남자가 내 옆에
앉아 있었던 것. 나는 짐짓 모른체 딴청 부리며 남자 얼굴을 보았다. 어디서부턴가 우리 옆 의자에 타고 있던 남자였다.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휴휴~
그후 나는 잠을 못 이루다 시간되어 산적과 함께 니자무딘역에 하차했다. 인도 여행 중 3번이나 거쳤던
니자무딘역. 이번엔 다람살라로 가기 위해 주에서 주로 이동하는 종합 버스 터미널인 ISBT 로 가야 했었다. 그러려면 전철을 이용해야 했다. 일단 JANPUKA 매트로역까지 릭샤 타고 갔다. 헌데 돈이 부족했다.
그런데다 내 전철 카드를 어디서 분실했는지 주머니에 없었다. 항상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ATM(현금 인출기)을 두군데나 들렀는데도 현금 인출이 안됐다. 다행히 전철카드 끊을 돈은 되어 카드 끊고 센트럴씨크리트리 매트로역에 하차, ATM 이용, 돈을 인출할 수 있었다.
다시 전철 바꿔타고 자한기르부르 방향으로 가기 좋은 매트로역에 내렸다. 두번이나 검색대를 통과하며
드디어 ISBT에 도달했다. 헌데, 저녁 8시45분발 다람살라행 버스라 두어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단다.
터미널은 신축 건물인 듯 넓고 깨끗했다. 화장실 칸도 제법 많고 깨끗한 좌변기였는데, 여자 지킴이가 있어
일일이 칸을 지정해 주었다. 그러면서 이용객에게 고성을 지르고 명령을 해댔다. 무슨 큰 권세가라도 된 양~ 인도 화장실에서 똥 싸는 건 죄악시되는 모양이었다. ㅎㅎㅎ~
아무튼, 나는 터미널 안에서 2시간 넘게 죽치는 동안 눈요기를 원없이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빈번하게 거쳐가며 이동했는데, 인도가 다인종 국가라는 사실이 절로 실감이 났다. 차림새도 외모도 천차만별이던 사람들. 알라딘 램프의 등장 인물 같은 복장의 사람들, 머리에는 터번을 쓰고 반질반질 닦인 구두 끝이 뾰족하게 위로 향한 길다란 구두를 신고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상의를 입은 사람들, 거인국에서 온 듯 키가 2m나 되는
사람들, 서양인 같아 뵈는 사람들, 참으로 다양했다.
다른 때 같으면 삼뽀냐 연주라도 하련만 넓은 대형홀이라 들락날락하며 담배만 축내던 산적과 출구 안쪽 의자에 앉아 느긋이 사람 구경에 전념하던 이 아낙. 식빵 하나와 생수 한병으로 저녁 식사를 대신하고 무료하게
앉아 있는데, 카메라를 든 어떤 외국인이 우리를 연방 찍어대더니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화장실 다녀올테니 자기의 가방을 좀 맡아 달란다. 울 산적, 대번에 No! 했다. 그러자 그 사람, 화장실 간다는 말은 거짓이었는지 다른 의자에서 한참이나 여기저기 휘둘러 보았다. 나는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며 산적이 노~했던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범죄자였더라면 어쩔 것이여 잉~ 그러구러 어두워지며 시간이 되자
우린 버스 대기장으로 나갔다.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