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암리짜르의 호텔

암리짜르 호텔

by 할매

https://www.youtube.com/watch?v=qpSEgRU8HEg

(산적님이 만들어주신 인도 사진 모음입니다)


어찌나 복잡하고 수선스럽던지, 자전거, 자동차, 오토바이의 경적소리와 북소리, 사람들 소리가 뒤엉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인도에서 첫 대면했던 뉴델리 공항 주변의 지저분하고 폐허더미 같던 밤거리와는 사뭇 달랐다. 일찌감치 셔터문 굳게 내린 어두컴컴하고 으스스하던 카쥬라호의 밤거리와도 영판 달랐다.

그렇다고 소비가 목적인 것 같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던 뉴텔리의 셀렉트 씨티홀 쇼핑몰의 밤거리와 같은 분위기도 아니었다. 어디선가 향락의 냄새가 나는 것 같으면서도 종교적인 절제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델리의 사케역 주변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하던 암리짜르의 밤거리. 우린 바짝 붙은 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호텔 간판을 찾기 시작했다. 그 밤거리에서 서로를 놓치면 영영 이별 할 것 같아서~


한참을 헤매다 발견한 곳. TEMPLE CITY 게스트 하우스. 들어가 물어봤더니 1박에 800루피 달란다. 여행하는 날이 늘어 갈수록 흥정의 묘를 터득했던 산적. 1일 숙박료, 600루피에 낙찰 봤다. 헌데 그 카운터에 있던 남자가 우리보다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을 먼저 입실시키더니 산적더러 100루피 더 내란다. 그러자 울 산적, No! 아까 분명히 600루피라 하지 않았느냐~ 우리 그냥 갈란다~ 하고선 나가려 하자 알았다며 카운터 밑에서 얇은 장부를 꺼내 체크인 하란다. 눈치를 보니 이중 장부를 쓰고 있던 약은 녀석이었다. 그렇게 룸에 들어갔는데 도로변에 있던 객실이라 어찌나 시끄럽던지~ 그래도 그런 소란통에 걸어 잠글 수 있는 문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딸렸다는 점 만으로도 진정 고맙게 생각하며 샤워와 빨래까지 해 널고 잠자리에 들었다.


익일 아침, 토요일, 여행 23일째, 어느새 2월의 마지막 날, 말일이었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며 7시에 기상한 우린 양치질과 용변만 보고 황금사원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사원까지는 도보로 10분 거리였다.

간 밤 도착했을 때 그렇게 복잡하고 수선스러웠던 건 황금사원이 바로 지척에 있었기 때문인 듯 싶었다.

사원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아침의 서늘한 기온에도 불구하고 사원 앞의 대형 수조에서 팬티 차림의 남자들이 침례 의식을 하고 있었다. 사원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일렬로 들어갈 수 있게 500 미터 남짓한 긴 줄이 쳐져있었고, 사람들은 줄지어 한발 한발 서서히 이동하며 사원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곤 시크교

창시자의 상징적인 순 황금관 앞에 돈도 바치며 머리 조아려 기도를 했다.


그 후엔 사원의 식당으로 몰려들 갔는데 황금사원의 식당은 그 규모가 엄청났다. 아침 8시부터 식사 시간인데 수백명의 식사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대형 요리 시스템이었다. 식당 한켠에 마련된 찬 바닥에 주저앉은 자원봉사자들은 계속해서 음식 재료를 손질했고, 커다란 솥단지며 화로들은 쉴 새 없이 수증기와 열을 내뿜었다.

셀 수 없이 수북이 쌓여있던 스텐 그릇과 수저, 식기들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하나씩 실려나갔다. 사원 경내에는 ATM도 있었는데 나는 사원의 장삿속이 엿보여 씨익 웃어주었다. 우린 그곳에서 돈을 인출하여 레일 스테이션 뒷골목으로 숙소를 옮겼다, 호텔 밀집 지역이던 뒷골목. HV 인터내셔널 호텔이었는데 깔끔하고 깨끗한 호텔이었다. 숙박료가 꽤나 비쌌지만 200루피를 깎아 700루피로 체크인 했다.


우리가 여행 다닐 적마다 아침 일찍 움직거리는 건 여유 시간을 많이 갖기 위해서다. 우린 호텔에 여장을 풀고 암리짜르 길거리도 구경하며 소스에 짜왈을 찍어먹는 점심을 사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날 밤, 우린 게스트 하우스 밀집 지역이던 그 숙소의 앞골목에서 삼뽀냐와 하모니카 합주로 인도 사람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깊어가는 겨울밤 골목길을 누비며 '찹쌀떠억~ 찹쌀떡~~' 외치고 다니던 우리나라 떡장수의 목소리 같이,

꼭 그런 톤과 음성으로 인도 음식을 팔러다니는 인도 음식 장수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우린 2월의 마지막 날 밤을 편안히 보냈다.


날 바뀌어 어느새 3월 1일 24일째, 우린 호텔 입구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고있던 호텔 직원들을 깨워 체크아웃 했다. 그리곤 암리짜르 열차역으로 릭샤 타고 갔다. 싸이클 릭샤였는데 할아버지가 몰던 릭샤였다.

한마디도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길 가던 젊은이들에게 부탁해, 거리가 1Km 라던 기차역까지 30루피로 가기로 했다. 인도 여행 중 싸이클 릭샤를 몇번 탔는데, 탈 때마다 나는 괜스레 죄스런 마음이 들곤 했었다.

우릴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체력과의 사투를 벌이는 듯한 릭샤꾼의 힘겨운 투쟁이 그런 마음을 일으키게 하곤 했었다. 우린 암리짜르 기차역에 도착해 플랫폼 1번에서 꾸룩쉐트라행 12953호 열차를 기다렸다.


헌데 그날은 행운의 여신이 우릴 외면해버렸으니~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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