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입계 4개월
(나는 브런치 스토리 라는 공간을 하나의 세계로 본다. 그래서 '입계(入界)' 라고 썼다)
나는 컴맹이다. 겨우 컴퓨터에 글이나 작성하고 홈페이지 전용 게시판에 올리기나 했을 정도의 컴맹. 딱 그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관리를 맡았던 서버 업체가 어느날 몇년치 자료를 몽땅 날려버렸다. 정신이 번쩍 든 산적(남편)은 그때부터 블로그를 만들어 운용했다. 블로그 주인은 산적이다. 나는 직접 올리지 못한다.
설상가상, 나는 늘 일에 치어 사는 사람이었다. 농장 일, 집안 일, 먹고 사는 일, 손님 접대 등등 어느것 하나 내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 마시는 물마저도 미리 끓여 식혀 놓아야 했으니까.
그 와중에도 나는 새벽이면 일어나 글을 썼었다. 써진 글은 산적에게 메일로 보냈다. 그러면 글이 올라갔다.
그럴 정도의 무식한 실력으로 브런치에 입계했다. 브런치에 들어와서 처음엔 기능 익히기에 정신이 없었다. 알아가느라 여기저기 들쑤시고 클맄하다보니 할매라는 필명 옆의 구독 버튼이 사라져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당황하여 놀란 마음에 이것저것 눌러댔다. 그랬더니 어느날 구독자가 번개불의 Z자 모양 오르락 내리락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 보고도 놀라는 심정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깨우쳤다. 모르는 버튼을 누른다는 것이 내겐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솥뚜껑만 보기로 하고 내가 아는 기능만 누르기로 했다. 한계가 많았다. 나는 컴퓨터에 관한 한 어린아이여서. 하지만 언제까지고 걸음마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당장 글을 올려야 했으니까.
이런저런 것들을 숙지하기 시작했다. 눈으로만 보이던 것들의 이름도 하나하나 알아 갔다. 하지만 나는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아는 인간이 아니었다. 하나를 가르쳐 주면 제자리만 맴도는 전자치(電子癡)였다.
멍청하게 기억하려고만 했고 모험을 하려 하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기록을 했다. 기록 한대로 해봐도 안될 때도 있었다. 숨어있는 기능을 간과해서 그렇다는 것도 알았다. 아이콘을 클맄 했을 때 나타나는 Pull down menu를 잘못 눌러서 그런다는 것도 알았다. Chat Gpt도 하게 되었다. 사진 올리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크게 작게 요모저모 편집하는 것은 아직도 헤맨다. 그저 아쉬운대로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해서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서툴게나마 헤엄치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보니 브런치라는 공간의 세계는 개인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와는 차원이 달랐다. 블로그는 한개의 우물이었다.
나는 정저와(井底蛙 - 우물 안 개구리)였다. 초고 수준인 글을 계속 올려댔으니까. 탈고고 뭐고 그런 게 없었다. 바쁘기도 했거니와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었다. 그저 일 구덕에 빠져 있던 바쁜 일상 속에서 떠오르던 것들을 잠깐잠깐 짬 내어 올리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브런치는 그래선 안되는 곳이었다. 혼자 생각하기에...
크고 작은 하천의 지류가 모여들어 하나의 강줄기를 이룬다. 강물은 생물처럼 움직이며 흐른다. 브런치는 그런 살아있는 큰 강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저마다의 일상과 경험과 생각과 지식들이 차고 넘쳤다.
학사는 기본이고 석,박사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사용하는 언어도 다양했다. 몇개국어를 동시에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직업도 다양했다. 사는 곳도 다양했다. 생각도 다양했다. 성별, 걸어 온 길, 관심사 등등 모든 게 다양했다.
재미있었다. 나는 읽어댔다. 하지만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사연 저 사연 모두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날 그날 살아내기에도 벅찬 하루다. 청소하고 요리하고, 먹고 자고 싸고, 마트 가고, 병원 가고, 은행 가고, 손님 만나고, 식사하러 가고, 산골 집 풀 뽑으러 가고, 등등.
빠릿빠릿 했던 몸뚱이는 어디 가고 둔해진 육신만 남아 있는 상태다.
그래도 나는 그 둔한 몸의 흐릿한 눈으로 날마다 헤엄친다. 그리고 글 맛을 본다. 아니 음미한다. 눈물 쏙 빼 놓는 글에선 안구 건조증이 사라질 정도로 울고, 익살스러운 글 앞에선 벙긋벙긋 미소 짓는다. 가슴 아픈 사연 앞에선 절절함을 느끼고, 모르던 지식 앞에선 허리 곧추 세워 정독한다. 글 속 진상 앞에선 나도 모르게 답답해 미치겠고, 꽉 막힌 사람 앞에선 철벽을 느낀다. 역전 드라마 같은 글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잘됐네~"를 연발하고, 수채화 같은 글을 보면 스르르 번지는 차분함을 느낀다.
브런치에는 매일 글들이 올라온다. 나는 과연 그 글의 몇 %나 읽을까~ 읽다 보면 식사 때가 되고, 읽다 보면 누군가 찾아오고, 읽다보면 어딘가 가야하고, 읽다보면 서둘러야 할 일이 생기고, 읽다 보면 화장실에서 부른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참는다.
브런치에는 출간 작가들이 많다. 출간 소식이 들리면 내 일인 양 기쁘다. 하지만 한편으론 다 팔리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우려심도 생긴다.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일개 촌로가 어찌 감히 잣대를 들이대겠나마는 내용이 알차며 완성도가 높은 책이 좋은 책이 아닐까~
브런치에는 출중한 기량을 가진 분들이 너무나 많다. 열심히 성장 중인 분들도 너무나 많다. 나는 부디 그런 분들이 출간하여 완판되기를 빈다. 나아가 1쇄, 2쇄 계속되기를 빈다.
브런치에 들어온지도 벌써 4개월째다. 나는 적어도 한두시간 이상은 매일 브런치에 접속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있다. 병원을 광주로 원정가거나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날은 하루가 거의 소진된다. 그러면 녹초가 된다.
접속을 못하고 하루가 마감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 활동은 계속한다.
브런치는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올라올까~
손 끝은 벌써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