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다 가져가버린 사람
아침 일찍 집을 나서 광주로 원정을 갔다. 진료 받으러. 날씨 더우니 일찍 갔다 오자는 속셈에. 진료 끝나고 버스로 귀가하던 중 산적의 핸폰이 울렸다. 받아보니 택배 기사였다. 이러쿵 저러쿵 전화 받던 산적.
"왜 그게 그리 가죠? 저흰 읍내에 사는데요~" 주소가 분명 맞다는 기사님 말씀. 산적은 알았노라며 대문 안으로 던져 놓아 주시라 했다. 주문 해 놓았던 아트웍(Art Work) PCB가 도착했던 것. 발송자가 깜빡 잊고
구 주소로 보내 버렸다.
시간은 이미 정오가 다 되어가던 상황. 마침 마을까지 들어가는 12시 반 버스가 있던 터. 급히 귀가하여 밥만 먹고 가자 했는데 아뿔싸~ 그날따라 비상용 햇반도 떨어져 있고 밥솥의 밥도 비어있던 상황. 안되겠다 싶어 다시 되짚어 나왔다. 김밥 두줄 사 들고 가자고.
서둘러 읍내 구 터미널에 도착해보니 시간이 꽤 남았다. 마침 전에 살았던 동네의 남해댁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점 안에서 쫓겨나 밖에 있노라고. 매점 주인이 여러 사람 있으면 에어컨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고 쫓아 냈단다. 할 수 없이 밖에서 이러고 있노라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듣게 됐던 이야기.
무안 공항 비행기 참사(慘事) 사건. 남해댁 남편이 당했던 참변(慘變)에 관한 이야기. 남해댁이 겪었던 그간의 과정 이야기들. 눈물 한방울 내비치지 않고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비통한 토로와 호소들. 눈물이 다 말라버린 듯 했다. 듣고 보니 내가 십여년 전 면사무소 사무 보조직으로 근무할 때 같이 근무했던 사람이 두명이나 더 포함 돼 있었다.
남해댁이 평소대로 일상 생활을 하던 어느날, 전화가 왔단다.
형님이 타고 있던 비행기 같으니 어서 가보라던~ 순간, 정신이 혼미해져 그 자리에 고꾸라졌단다.
얼마 후 정신 찾고 자녀들에게 전화. 여차저차 가게 된 무안 공항. 이미 북새통이 되어 있더단다. 어찌저찌
파견 나와 있던 분들의 도움으로 시체를 찾고 보니 다리는 뒤틀려 있고 두개골 골수도 상당부분 사라져버렸다던 상태. 다시 급습하려는 혼절의 순간을 가까스로 참았을 그간의 행보를 쉴 새 없이 쏟아내었다.
시신 수습 며칠 후에서야 이곳 읍내 병원 세 군데에 분산되었노라고. 확인 작업과 DNA 검사 때문에. 우리 면에서 8명이나 희생되었다고도 했다. 이젠 거의 장례를 치뤘단다. 남은 건 보상 문제 뿐. 연령 별로 보상 금액이 다르다 했다. 일부는 이미 받았노라고.
헌데 그 와중에도 별 사람이 다 있더란다. 어떤 젊은 여자는 남편이 젊어 10억을 받았는데 그걸 가지고 혼자 도망가버렸단다. 다른 유가족은 팽개쳐버리고.
처음 듣던 순간부터 쏟아져 내리던 눈물을 연신 훔쳐내야했던 이 할매. 더운 여름날 낡고 작은 오래된 버스 터미널 의자에서 아직도 다 듣지 못한 이야기가 남았는데 애꿎은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타며 마지막으로 하던 남해댁의 말.
"나는 그 말이 뭔 말인지 몰랐어~" 평소 남해댁이 힘들다 하면 할매들이 그랬단다.
"그건 암것도 아녀~ 싹 다 가져가부러~" 라고. 영감을 사별했던 할매의 말씀. 그 말이 뭔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 알겠노라고. 남편이 그렇게 싹 다 가져가버릴 줄 정말 몰랐노라고. 이젠 식욕도, 의욕도, 일하고 싶은 마음도, 아무 것도 없단다. 그냥 죽지 못해 살고 있노라고. 그저 살아지니까 살고 있노라고.
버스에 오르고서도 한참을 눈물 훔쳐야 했던 이 할매. 감정 이입이 돼 버린, 남겨진 자의 처절한 상실의 아픔. 그리고 고통. 이 눈물로 씻길 수나 있으면 좋으련만....
무안 공항 비행기 추락 사고
(사고에 대한 추가 설명은 Google 검색 결과임)
2024. 12. 29일. 오전 9시. 제주 항공 비행기 7C2216편이 무안 공항에 추락했다. 전국 시도 경찰 소속 과학 수사관들(KCSI) 총 373명이 투입됐다. 사고 후 2시간 뒤 1차 수습. 익일 오전 6시 반에 끝이 보임. 신원 확인 작업 68시간 만에 완료. 1,100 여개의 유류품 수거. 땅 깊은 곳에서 나왔던 스튜어디스 신분증까지.
유류품 가족 전달 500여개. 사건 발생 9일 만에 희생자 전원 유족에게 인도됨. 희생자 대부분이 광주, 전남 사람. 사고 이후 영국 BBC가 제일 먼저 다녀갔다 함. 1997년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 사고(사망자 228명)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181명 중 178명)를 낸 참사. 200대의 구급차 출동. 거의 빈차로 돌아갔다 함.
수색은 2025. 01.05일 마무리 됨.
조사 종료 여부는 나도 모름.
뒤늦었지만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