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물음표가 많은 책

물음표가 많은 책

by 할매

잠에서 깨어나면 잠결에 잠깐 멍~하다. 그러나 이내 생각이 치고 들어온다. 당장 해야할 일부터.

뭘 입고 출근하지? 몇시에 가기로 했지? 오늘 스케줄이 뭐였지? 등등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오만가지 생각들이 치고 들어온다. 그리곤 생각에 따라 부산나게 몸을 움직거린다. 생각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며 생각 없는 사람이 있을까? 가끔은 불현듯 찾아오는 아무 생각 없는 상태에 놓이기도 하지만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생각 없음은 그다지 없을 듯하다. 무의식 상태의 명상이 체질화 된 사람이 아니라면~ 그만큼 우리들은 많은 생각들을 하며 살아간다.

마음이 느끼는 의견, 바라는 마음, 관념, 깨달음, 추억, 고려, 의도, 목적, 사모, 그렇다고 침... 생각.


나는 브런치에 들어와 그녀를 알게 되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글을 읽다가 그녀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엔 경험담인 줄 알았다. 읽다보니 소설이었다. 그녀의 글은 섬세했다. 아주 미세한 떨림마저도 느끼게 해 줄 정도로~ 바이올린의 가느다란 줄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선율 같이~

문장의 섬세함에 나는 눈물을 흘리며 읽었었다.


그런 그녀의 다른 글이 되어 나왔다. 구매하여 읽기 시작했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을 품사 하나로 많은 생각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 읽을수록 그녀는 자신을 해부하여 분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분석. 그만큼 세밀한 자기 성찰을 기저에 깐 사색(思索)의 글들이었다. 독자를 생각 속으로 몰아넣어 사유케하기에 충분했다.


교직자, 편집자, 강사 등 몇가지 일을 해 봤다던 그녀는 한 때 수녀가 되고 싶었노라 했다. 나 역시 꽃다운 시절 수녀가 되고 싶어했다. 까리따스 수녀원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나 아무렇게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떤 청년을 만나 좋아하게 되면서는 둘이 성당에 다니기도 했었다. 그 성당에서 만났던 분이 5.18에 등장하셨던 조비오 신부님이셨다. 지금은 하늘에 계신다. 나도 그래봤기에 그녀가 더 각별히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자신에만 관심이 많은 게 아니었다. 다른 이들의 글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분 저분 찾아다니며 진심으로 댓글을 달아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여기저기서 나는 많이 보았었다. 인복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던 또 다른 이면이기도 했다.


'성찰(省察)'이라는 단어는 '반성하여 살핌' 이라는 뜻이다. '사색(思索)'은 '사물의 이치를 따져 깊이 생각함' 이라는 뜻이다. 자신을 해부하여 분석하는 일은 말 그대로 성찰이요 사색이다. 철저한 자기 반성이다. 그녀의 글이 그런 사색과 성찰이 없었다면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할 수 있었을까? 어떠한 느낌을 줄 수 있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관찰한다는 뜻의 '반성(反省)' 이란 단어는 보석의 원석에 가깝다. 원석은 광산 노동자의 투박한 손에 의해 갱도 밖으로 끌어 올려진다. 그리고 고르고 골라져 세공사의 손에 닿게 된다. 아무리 아름다운 루비나 사파이어, 다이아몬드도 원석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원석을 수없이 가다듬고 문지르며 윤택을 가해야 아름다운 값진 보석이 된다.


그녀는 어느날 풀썩 그녀 앞에 놓여진 품사 하나를 붙잡고 얼마나 씨름했을까? 한 문장을 가지고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다듬었을까? 얼마나 사고(思考)하고 사유(思惟)했을까~ 모르긴 해도 생각과

시간과의 사투였을 것이다. 나도 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녀의 영혼은 맑다. 타인의 날숨에도 생채기가 날 정도로. 나는 그런 그녀가 좋다.

인생을 앞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인간 대 인간으로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의 책에는 물음표가 많다. 그만큼 깊이 성찰하고 사색하여 얻어낸 글들이다. 흠집 하나 없이 다듬어진 좋은 문장의 책이다.

책 제목은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이다.

그녀의 필명은 '소위' 이며 이름은 '김하진'이다.

맑은 영혼이 쓴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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