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Why?

Why?

by 할매

'무전여행기'를 끝까지 읽어주시던 어느 분. "그런 고생길을 왜? 왜? 7년씩이나 했느냐? 그것이 궁금하다~"라고 하셨다. 생각 해 본 적 없기에 아마 기부하는 재미에 빠져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사실 하찮은 돈이었지만 매해 집에 들어가기 전 읍내 00원에 드리고 나면 정말 마음이 뿌듯했었다. 기부하자는 산적(남편)에 따르지 않았더라면 아마 일찍 무전여행에 식상했을지도 모른다. 몇푼 안 되더라도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것에 둘 다 뿌듯하고 기뻤으니까. 그래서 몇 년 간의 여행 동력을 얻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다음날, 설겆이를 하다 문득 그 생각이 떠올랐다. "정말 그 이유뿐이었을까? 왜 7년씩이나 했지?" 라는

의구심(疑究心)이 들었다. 헌데 일하다보니 그 생각은 어디론지 증발해 버렸다.

며칠 지난 뒤, 청소기를 돌리다 또 문득 그 질문이 떠올랐다. "단지 그 이유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헌데 이번엔 그 생각이 쉽사리 증발하지 않았다. 청소기를 다 돌린 후까지.

커피 한잔을 타 가지고 막 마시려는 순간, "맞아! 그거였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 울지 않는 분들은 얼마나 될까~ 모르긴 해도 괴롭히던 분들은 쉬 눈물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울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켜보던 분들은 거의 다 울었을 것이다. 나 역시 슬피 울었으니까.

김대중 대통령(오늘이 서거 16주년이다)이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장에서 권00여사를 마주보며 울음을 폭발시키던 방송 장면. 얼마나 애통했으면 그러셨을까~ 그리고 그 수많은 군중들은 어디서 모여 들었을까~ 왜 그리도 서글피 울어 댔을까~ 모르긴 해도 모이라고 하면 그렇게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슬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은, 자발적 군중(群衆)이요 대중(大衆)이었다는 말이다. 그만큼 노무현 대통령을 따르고 지지하는 분들이 많았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왜 무전여행을 7년간이나 했을까? 우리는 유명인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사람들일뿐인데~ 그러자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 우리 가족이 인간극장에 출연하고 난 뒤, 우리에겐 상상하지 못한 많은 분들이 몰려 왔었다. 촬영하시던 분들이 부자되시라고 지원해 주셨는데 우린 부자 되기는 커녕 도로아미타불 여전히 그모양 그 꼴이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다보니 의외로 많은 분들이 우리를 기억해주시고 알아봐 주시며 응원해 주셨다. 처음보는 분들인데 진수성찬을 차려 우리에게 식사 대접을 극진히 해 주셨다. 재워주신 분들도 꽤 있었다.

왜? 왜그랬을까~


세월은 흘러 흘러 어느덧 백발 성성한 노년이 된 우리 부부. 지금은 그 많고 많던 사람들 연락이 거의 다 끊겨 버렸다. 그건 무얼 의미할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아! 하고 느꼈다. 방송(broadcast)이라는

매개체(medium)를 통해 사람을 끌어다주며 우리를 인도하고 있었구나~ 모종의 깨우침을 주려고 그랬구나~ 함이 느껴졌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사람을 향한 정(情), 인정(人情). 개인을 향한 태도는 물론 군중을 향한 태도와 자세. 그걸 가르치기 위함이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모습은 그저 평범한 노인네의 모습일 뿐이다. 더도 덜도 아닌 평범한 노인네의 모습. 하지만 그 모습 속에는 전보다 진한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자라나 있었다.


우리 산적 진짜 사람들 좋아한다. 산골에 살 때, 회 한 접시만 생겨도 열사람을 부르는 사람이었다. 거의 날마다 사람들이 찾아와 웃고 떠들며 즐거워 했으니까. 몇 년 동안이나~


방송이 그렇게 우리에게 줬던 것은 바로 사람들이었다. 군중(群衆)과 대중(大衆)을 확장시키면 인류가 된다. 우리는 어쩌면 인류애(人類愛)라는 걸 체험했던 건 아니었을까~ 나 또는 우리 부부. 이번 생에 이수해야할 학점이었던 인류애.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모든 것들을, 그 모든 사람들을 품고 아우르는 사랑 자체가 되라는...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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