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눈물샘을 자극하는 남자(下. 끝)

눈물샘을 자극하는 남자

by 할매

한때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던 프로 복싱. 김득구는 지독히도 가난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쓰러지지 않으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있었으니~ 차별도 없고 불평등도 없다던 복싱 링. 가진 거라곤 몸뚱이 밖에 없는 사람이 사력을 다 한 투혼을 불사를 수 있던 링이었다.


1956년 막내로 태어났다던 김득구. 이 또한 모두 <영화로 만나는 우리들의 슈퍼스타> 책 내용들이다. 생물학적 아버지와 이혼한 그의 어머니. 3번의 재혼으로 자신의 이름을 '개득구' 라 했단다. 원래 이름, '이덕구' 가 '김득구'로 바뀐 데 대한 자조였다.

처참하기만 했던 가난. 그는 어느날 단돈 3천원을 들고 상경한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닥치는대로 일한다.

신문배달, 구두닦이, 껌팔이, 만화책 팔이 등등. 어느날 풀빵 하나로 허기를 때우다 문득 눈에 들어온 포스터 하나. '꿈이 있는자여~ 오라!' 고 쓰여있던 복싱 관원 모집 포스터. 필자(이석재)는 운명이었을까~ 했지만, 독자인 나는 그런 걸 운명(運命)이라고 본다. 여차저차 자살까지 감행했다던 그. 해외 원정 경기에 대비해 열심히 영어 공부까지 했던 흔적을 노트에 남겼던 그. 첫 월급 8백원을 탔을 때 제일 먼저 달려간 서점에서 고입 검정고시 책을 샀다던 그. 그는 3년 간의 아마추어 생활을 접고 프로 세계로 들어선다. 강한 자들만 살아남는 프로 세계로~


여차저차 마침내 1982년 11월 미국 라스베거스 어느 호텔 특설 링에서 열린 경기에 출전한다. 상대는 24승 중 19번은 KO로 이겼고, 그 중 15번은 3라운드 이전에 끝내 버린 강펀치 소유자, '레이 맨시니'. 맨시니의

우세가 압도적으로 점쳐지고 있던 상황.

경기 전 그(김득구)는 친구에게, "패한다면 걸어서 링을 내려오지 않겠다. 챔피언 벨트 없이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라고 했다.


드디어 시작된 경기. 10라운드부터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그. 13라운드 그로기 상태. 운명의 14라운드. 지칠대로 지친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맨시니의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힘 없이 서 있던 김득구의 안면을 정확히 강타했다.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 이내 끝난 경기. 종료 선언. 맨시니의 승리에 열광하는 관중들. 경기장 가득 울려퍼진 환호성. 몇초 후, 초인적인 힘으로 가까스로 일어난 김득구.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던 김득구. 그의 눈은 점점 촛점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주저앉아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뇌에는 이미 많은 피가 고여 있었다. 뇌사였다. 너무나 젊었던 나이, 26세. 그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우여곡절 끝에 약혼식을 했다던 사랑하는 아가씨와 경기 후 결혼하자는 약속을 남겨두고서~

무엇보다 그녀의 뱃속에 유복자를 남겨두고서~


2002년에 개봉한 영화 <챔피언>은 그를 다룬 다큐 영화란다. 나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책 속에서 흐릿해져 가는 그의 눈이 되어 뭔가를 보고 있는 듯 했다. 아리따운 그녀의 모습을~ 해맑게 웃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신(神)인간에게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형벌(刑罰 = 저지른 허물의 징계로 주는 고통)을 주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야 인류가 존재할테니까. 그래서 인간들은 누구나 각양각태의 꿈(Dream)과 한(恨)을 품고 살아간다. 배고픔의 恨을 가진 자들은 부유함의 꿈. 유명함을 꿈 꾸는 자들은 이름을 드날리지 못하는 恨.

극기(克己)의 꿈을 꾸는 자들은 한계의 벽을 넘지 못하는 恨. 등등등. 그러면서 울고 웃는다.

다큐멘터리 휴먼 스토리(Documentary humen story)는 거기에 매개체(vehicle. 비:컬)가 되어 일조를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타인의 인생 스토리를 보며 자신의 한을 불태우기도, 못 다 이룬 꿈을 풀기도 한다.


특히 영화와 스포츠는 그 역할을 십분 발휘한다. 그러면서 응어리진 사람들의 울분을 삯히고 어루만져 준다. 그렇기에 대중들은 영화와 스포츠를 통해 공감하며 울고 웃는다. 미친 PD, 작가(이석재)<영화로 만나는 우리들의 슈퍼스타>는 그런 사람들의 울분과 한을 어루만져 주는 책이다. 벌써 3쇄를 찍고 있다 한다. 아니 이미 4쇄를 찍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에 충실한 문장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남자, 이석재. 하지만 그는 줄곧 스토리 속 주인공에게 눈물샘을 터트리도록 길을 터 준다.


그렇다면 왜 나는 기쁜 이야기 한다면서 이토록 슬픈 이야기를 끌어 왔을까~ 나도 모르겠다. 기쁨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 같아 그랬는지도~ 사실, 레이 맨시니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주 기쁜 이야기다. 하지만 패자인

김득구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처절한 이야기이다.


나는 이 글을 울며 썼다. 그(김득구)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그녀가 계속 보이는 것 같아서~

무엇보다 그 시선 끝 그녀의 뱃 속에 작은 태아가 보이는 것 같아서~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와 같으니까.


이 책<영화로 만나는 우리들의 슈퍼스타>은 쌈짓돈을 꺼내서라도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특히, 반항기에 접어든 아들녀석이 있는 집은 적극 권장하고 싶다. 에너지가 넘쳐 흐르기 때문에 반항하고

사고 친다. 어느날 슬그머니 아들래미 책상 위에 이 책을 놓아둬 보라~ 읽기만 한다면 주제치 못하는 에너지를 상당 부분 긍정적으로 흐르게 해 주리라 생각한다.


책 속 20개의 파일 속엔 이보다 더 진한 울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스토리들이 담겨 있다. 중편에서 잠시 언급했던 서윤복과 손기정 스토리도 책을 사서 마저 읽어보기 바란다. 아베베와 김득구 스토리도 다시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빠진 내용이 많으니까. 아무리 냉혈한 일지라도 눈가가 젖지 않곤 못 배길 것이다. 아무리 스포츠에 문외한일지라도 책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 절체절명의 명제 앞에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휴먼스토리이기 때문에~


이 책<영화로 만나는 우리들의 슈퍼스타>은 슬프고도 기쁜, 기쁘고도 슬픈 인간 스토리를 전해 준다. 강렬하게 감동 받았던 인간들의 이야기를~ 한번 읽어보시라~ 꼭~~


(흐름상 존칭은 생략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좋은 책을 내 주셔서 잘 읽고 인생 공부 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The end.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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