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그 날(前)

그날(前)

by 할매

"아무래도 내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야 할 것 같아~ 자네 아프면 내가 돌봐줘야 하잖아~"

"언제부터 교육 받어?"

"몰라 이따 전화해 봐야 해"

산적(남편)이 느닷없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야겠노라 했다. 오전 9시경, 전화 거는 산적.

"네? 예 알았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여차저차 얘기 끝, "나도 받을래~ 누가 먼저 갈지 모르잖아~ 자네 먼저 쓰러질지 내가 먼저 쓰러질지 그건 모르잖아~ 나도 받아야지~ 같이 가세~"


해서, 가랑비 내리는 가운데 집을 나섰다. 버스 타고 가려 했는데 재가 노인 복지 센타에서 데리러 온다고 했다. 약속 장소. 한 5분여쯤 기다리니 승용차 한대가 멎었다. 오,육십대로 보이는 여자 운전자. 여차저차 이야기 하며 다다른 재가 노인 복지 센터. 사무 보는 분과 여러가지 이야기 끝에 오늘부터 당장 교육 받을 수 있노라며 서류 작성을 마쳤다. 교육은 어제부터 시작됐단다. 오늘 수업은 이미 진행 중. 수강생 정원이 한명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수업은 우리 부부 같이 들어도 괜찮노라 했다.

그렇게 하여 받게 된 요양보호사 교육. 우린 강의실 앞부분에 앞뒤로 앉아 수강했다. 산적(남편) 점심은 급히 싸 온 포두부 잡채와 물 한병. 내 점심이 없던 차. 알고 보니 점심은 그냥 얻어 먹을 수 있었다.


점심 후 쉬는 시간. 십여명 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옆에 앉아 계시던 분과 나눈 이야기. 월남전 참전 용사란다. 나보다 열살 많은 80대 할아버지. 파병되어 약 1년 8개월 쯤 월남에 계셨단다. 그분 역시 자주 아프다는 마누라 보살펴 주려고 교육 신청하셨단다. 듣다 보니 그런 생각으로 오신 분이 몇 분 계셨다. 60 후반의 연령들. 취업 목적으로 오신 분들은 60 전,후 분들. 40대는 딱 한분 계셨다.


한편 우린 비가 더 거세지자 내심 걱정이 태산이었다. 급히 나오느라 양쪽 베란다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와 버렸던 것. 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다시 수업 시작. 거세진 빗줄기. 갑자기 뒤쪽에 앉아 있던 어느 여성분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디가 물난리로 길이 막혔단다. 여기저기 술렁술렁. 한바탕 소란 끝에 재개된 수업.

쉬는 시간이 지나고 수업은 다시 재개되었다. 어둑어둑 해지며 빗줄기가 거세게 창문을 내리쳤다. 형광등 훤히 밝힌 강의실. "자자~~ 우린 그래도 공부 해야죠~ 공부합시다" 시간은 오후 4시가 이미 넘었다.


한창 수업 중에 갑자기 들리는 요란한 메시지음. 다들 소리나는 쪽으로 바라보는데, 내 핸폰이 무음으로 해 놨는데도 큰 소리를 냈던 것. ??? 핸폰을 꺼내려는순간, 여기저기서 동시 다발적으로 울리는 재난 경보음. 다들 또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한층 더 거세게 창문을 후둘기고~ 또 다시 소란.

잠시 후 이어진 강의. 4시 반 경이 되자 뒷쪽에 앉아 있던 분이 또 다시 소리쳤다. "00교차로가 물에 잠겼다네요! 어디어디로 우회하여 빠져 나가야 한답니다". 다시 술렁이는 강의실.


교차로는 복지센터와 가까운 곳. 우리가 왔던 길이었다. 또 다시 소란이 일자 강사님 말씀. "자자~ 그래도 우리는 5시 반까지 공부해야 합니다. 가실 분은 서둘러 가시고 남은 분은 공부합시다!"

우리 부부는 어찌 되겠지 하는 눈빛으로 의견을 나눈 뒤 다시 청강. 그런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릴 태우고 오셨던 분이 우리에게 급히 오셨다.

후편으로......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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