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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Feb 09. 2022

관계를 편안하게 하는 미래일기

관계를 편안하게 하는 미래일기     


나와 친하게 지낸 지인이 다른 친목모임에 살짝 발을 담그더니 그 쪽이 더 영양가가 있어 보였나보다. 나에게는 비밀로 하고 그 친목모임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천군마마를 얻은 듯 그 지인은 점점 나와의 만남을 소흘히 했다. 그 친목모임 멤버는 나도 다 아는 사람들이다. 지인은 새로 친하게 된 친목모임의 멤버들과 함께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같이 여행도 갔다오면서 그간 꽤 즐겁게 지냈었나보다. 나는 기다렸다. 그 지인이 같이 어울리자고 말할 때 까지 말이다. 그런데 뜻하게 않은 일로 내가 그 모임에 끼게 되었다.


 하루는 어쩐일인지 지인이 나에게 같이 여행을 가자고 연락을 했다. 이유인 즉슨, 평소 나서길 좋아하는 지인이 이번 여행을 계획했는데 친목멤버 한 명이 급한 일로 못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계획에 차질이 나면 안되기에 그 자리를 내가 땜방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나는 맘이 약해져서 가겠다고 했다. 그동안 나에게 비밀로 하고 나를 제외시킨 것이 다 들통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행 당일날 지인은 나보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했다. 나와 같은 아파트에서 살아 같이 출발하면 되는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오지를 않아서 전화를 하니 지인이 모임멤버들이랑 함께 어슬렁 걸어오고 있었다. 지인이 혼자 오지 않고 멤버들과 함께 온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를 버스 정류장에서 혼자 기다리게 해놓고 지인은 친목멤버들이랑 먼저 까페에서 만나 커피 한 잔씩들 하고 즐겁게 수다떨고 온 것이다. 


그때 기분나쁘다고 그냥 갔었어야 했다. 하지만 좋은게 좋은거다라고 생각하면서 참았다. 오히려 내가 혼자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전후사정을 알게 된 모임멤버들은 나보다 더 속상해 해줬다. 오히려 나와 더 관계를 맺기를 원했다. 하지만 지인이 그렇게 나를 끼워주고 싶지 않은 모임인데 내가 끼게 되니 불편한 마음도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척 친하게 지냈지만 마음 한쪽이 아팠다. 욕심 많은 그 지인은 친목멤버들과의 기싸움으로 인해 스스로 모임을 나갔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 때 내 기분이 나쁘다고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못했다. 참아야 관계를 유지하는 줄 알았다. 항상 바보처럼 내가 못나서 그런것이라고 내 탓만 했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내 눈치를 봤었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화를 내기는커녕 바보처럼 허허거리면서 웃고 있으니 사람들은 안심한 양 본성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동안 나는 내 자신에게 자신이 없었다. 내가 나를 못 믿기에 모든 잘못된 상황은 당연히 내 탓이 되었다. 얼마나 매력없고 만만해보였을까? 내가 우뚝서지 못한 관계는 불편하게 흘러간다.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였다. 그것을 깨닫기 전까지 나는 오로지 남에게 기대고 싶은 생각만 했다.     

우선, 나와의 관계부터 생각해보았다. 


밖으로 향한 시선을 내 안으로 돌렸다. 내가 나를 못 믿고 사랑하지 않으면 남도 그것을 눈치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남이 나를 대신 사랑해주길 바라는 것은 나에 대한 권리를 남에게 떠넘긴 것이다. 나를 함부로 대하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기준을 제시해주는 꼴이 된다. ‘잘노는 아이가 자존감도 높다’라고 한다. 나는 나와 노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독서, 산책, 만들기, 쇼핑, 등산, 악기연주 등 나와 놀거리를 만들고 오롯히 혼자서도 풍족한 행복감을 느꼈다. 늘어진 자존감이 팽팽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 인생의 독립자가 되는 그 느낌말이다. 내가 편안해야 관계도 편안해진다.      


둘째, 인간관계에 애를 쓰지 않았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 김수현 작가의 말을 인용해 보고 싶다. 

“우리 삶에서 곧 사라질 존재들에게 마음의 에너지를 쏟는 것 역시 감정의 낭비다. 그만두면 끝일 회사 상사에게, 어쩌다 마주치는 애정 없는 친척에게, 웃으면서 열 받게 하는 빙그레 쌍년에게, 아닌 척 머리 굴리는 여우 같은 동기에게,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에게 더는 감정을 낭비하지 말자.”

내뜻대로 안되는 것이 인간관계다. 애를 쓴다고 하다가 오히려 역효과만 생긴다. 키를 휘두르면 쭉정이는 바람에 다 날라가고 알찬 쌀만 남는다. 떠날 사람은 보내고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만 충실하면 된다. 나에게 투자하면 애쓰지 않아도 관계가 편안해진다.      


셋째, 남이 탐을 내는 사람이 되면 된다. 

“저 사람 가지고 싶다. 저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 저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저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나를 함부로 할 수 없는 전문가로서 상위포지션에 있다면 애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 되기 위해 현재를 얼마나 충실히 살아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그런 사람이 간절히 되고 싶기에 이미 이루어졌다 생각하고 멋진 사람이 된 내 모습을 미래일기에 담았다.      


2022, 08.12

6월에 나온 신간을 가지고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북콘서트를 했다. 그것이 알려져서 며칠 전 모 방송에서 좀 까불었는데 인상적인 짤로 sns에서 유명세를 탔다. 가끔 팟캐스트나 라디오 게스트로 초대된 적은 있었다. 딱히 드러낸 적은 없지만 사람들은 내 모습을 귀신같이 잘 알아챈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면 모두 카메라를 켜고 사진을 찍는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내성적인 편이라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해 했다. 하지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무척 편안하다는 걸 느꼈다.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호의적이고 웃어준다. 덕분에 나도 긍정의 에너지를 받고 행복해짐을 느꼈다. 나는 지금 무척 당당하고 잘나간다. 내가 나누어줄 것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감사하다. 나의 경험과 지식을 잘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때 보람을 느낀다. 배워서 남준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다. 내가 내 모든 것을 베풀어주면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사람들과의 관계가 무척 편안해졌다. 태양에 기대는 달빛이 아닌 스스로 빛을 내는 오로라같은 사람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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