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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Jan 20. 2023

나이로 제한합니다.

나이로 제한합니다.     



지역 기반 중고품 거래 플랫폼을 검색하고 있던 차 꽤 괜찮은 모임을 발견했다. 나와 같은 취향이나 취미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틈틈이 검색한 결과다. 혼자 하면 힘들지만 같이 하면 서로 의지도 되고 재미가 있다.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나는 게으르고 의지가 박약하지만, 은근히 책임감은 강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면 조금은 활기차게 진도를 뺄 수 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모임 글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 아차, 나이 제한이 있었다.      



그 순간 독서 모임에서 만난 한 멤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기는 러닝크루멤버가 되고 싶어서 모임 글을 검색해봤는데 죄다 나이 제한에 걸려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 당시 건성으로 듣다가 내 차례가 되고 보니 어안이 벙벙했다. MZ 세대들은 모임도 활발하게 만들지만, 나이 또한 조각 케이크 내듯 뾰족하게 경계선을 지었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MZ 세대는 자신의 취향과 취미를 소중히 생각하고 소규모 모임을 많이 만든다. 아이디어도 좋고 프로그램도 개별화를 존중하면서도 공감대를 공유한다. 나는 그저 아이쇼핑하듯 부러운 눈길로 쓱 쳐다봐야 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소통하는 언어는 다른 문제다. 그들끼리 잘 놀게 놓아주어야 했다. 나는 꼰대가 아니라고 기웃거려봤자 경계를 넘는 순간 도서관에서 대출되지 못한 책을 들고 나오다 검색대에서 삑~되는 소리에 모두가 쳐다보는 마냥 민망해질지도 모른다.      



그런 반면에 팬심으로 하나가 되기도 한다. 가령, 좋아하는 연예인이 1위를 하기 위해 각자의 강점을 살려 힘을 합친다. 디지털로, 아날로그로 각자가 편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SNS를 통해 빠르게 소식을 전하고 공유하고 홍보하거나 살림 백 단의 솜씨로 맛있고 몸에 좋은 도시락을 싸기도 한다.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보탠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람에게 반하는 것은 나이 제한이 없다. 반하게 되면 오래오래 흥할 수 있게,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잘생기고 멋있으면 무조건 오빠다. 언니다! 게다가 글로벌한 사회에서는 국적까지 넘나든다. BTS의 아미를 보면 알 수 있다. 나이, 국적, 성별 모두 불필요하다. 모두 같은 곳을 보고 사랑한다. 아미가 된 순간 이미 하나다.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무튼, 나와 취향과 취미에 공감하고 공명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마이너한 취미나 취향을 가지고 있으면 더욱 힘들다. 취향이 뾰족할수록, 취미가 흔치 않을수록 나이 제한을 풀어야 한다. 나이가 젊다면 젊은이다운 생각을 배울 수 있어 감사하고, 나이가 많다면 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취향과 취미를 고수해온 점을 훌륭하게 배울 수 있다. 섣부르게 나이로 모든 것을 재단하지 말고, 나이로 꽁꽁 싸매도 삐져나오는 자신의 매력을 만들자. 나의 취향과 취미에 공명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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