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매일 꾸준히 쓰는 것이 좋습니다. 가수가 매일 노래 연습을 하는 것처럼, 운동선수가 매일 훈련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혹자는 글쓰기도 매일 해서 글쓰기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매일 쓰는 일기로 글쓰기 연습을 하면 어떨까요? 짧게라도 매일 쓸 수 있다면 효과적인 글쓰기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1. 일기 쓰기란?
일기 쓰기의 사전적 의미는 자서전적 글의 한 형태로,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을 말합니다. 즉, 일기 쓰는 사람이 자신의 활동과 생각을 규칙적으로 기록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기는 주로 자신만을 위해 쓰게 되므로 발표하기 위해 쓰는 글과는 달리 솔직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일기가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것은 라틴어에 이미 '날'이라는 낱말에서 유래한 ‘diarium’이라는 용어가 존재한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습니다.
2. 일기의 구성은?
일기에는 하루의 중요한 사건, 행위, 관점, 감상, 감정, 사색, 날씨, 관찰, 철학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일기에는 ‘나 자신’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즉, ‘나 자신’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솔직함’과 '순수함'이 필요합니다.
처음 일기를 쓸 때는 꼼꼼히 기록하려고 애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완벽하려고 하는 욕심을 부리다 보면 쉽게 지치게 됩니다. 꾸준히 하고 싶으면 짧게 메모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하루에서 일주일, 그리고 한 달에서 100일로 챌린지 형식을 이용해 날짜를 늘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됩니다.
3. 일기 쓰기로 글쓰기 하는 방법
1) 간단한 메모처럼 써보기
몇 시에 누구를 만나고 몇 시에 무엇을 사고 비용을 지출했는지 등을 기록합니다. 누구를 만났는지 만나서 무엇을 했는지 간단하게 적으면 됩니다. 짧은 메모에 살을 붙이면 멋진 글이 됩니다. 완전한 문장의 완성을 위해 애쓰기보다는 나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는 행위만으로도 가치로운 일이 됩니다. 짧은 메모는 쓰기 쉽고 많은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필기도구가 없다면 음성메모도 좋습니다.
예) 2022년 8월 22일 오전 11시 30분 데블리너스 커피숍, 진아, 효진이랑 만나서 수다 떨음.
"2022년 8월 22일 오전 11시에 나와 진아, 효진이는 데블리너스 커피숍에서 만났다. 오래간만에 만나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다 떠느라 바빴다. 효진이는 남자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신상 디올백을 자랑하기 위해서 들고 왔다. 만년솔로였던 효진이가 처음 사귄 남자친구는 돈이 많다고 한다. 질투심 많은 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방을 한번 쓱 쳐다보더니 고개를 획 돌려 화장실로 가버렸다."
짧은 메모에 육하원칙을 적용하면 새로운 문장이 만들어지고 내용이 확장됩니다. 육하원칙을 따르면 문장을 어떻게 써야 되는지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줄어듭니다. 분량을 좀 더 채우고 싶다면 상세한 묘사를 덧붙이면 됩니다. 위에 제시한 예를 가지고 설명하자면, 그 날 날씨를 기록하거나 커피숍의 공간에 대한 설명, 친구들의 외모 묘사, 주변의 풍경, 손님들의 모습, 오기 전. 후의 상황, 연상되었던 기억 등을 덧붙입니다.
3) 감정을 담아보기
단순하게 사실만을 나열한다면 건조하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일기는 내 것이기에 나의 감정과 생각을 넣으면 글이 훨씬 풍부해집니다. 일기가 ‘성찰의 기록’이기에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솔직하게 들어가야 되겠죠? 간단한 메모가 육하원칙으로 문장을 갖추고, 그 문장 안에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면 일기는 훌륭한 에세이나 주장하는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유의할 점은 감정과 생각을 글로 옮길 때는 태풍의 눈처럼 정제하고 절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 격해지는 표현을 조심해야 합니다. 다른 대상에 대해 분노하거나 비판할 때에도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고 글을 써야 합니다.
20세기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 (Aldous Huxley)는 "감정의 폭발은 당신이 가진 것을 모두 파괴한다. 그래서 당신은 그것을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라고 했으며 미국의 소설가 애드가 앨런 포는 "일기를 쓰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공개하거나, 매우 개인적인 내용을 적거나, 기분이 좋거나 나쁠 때만 쓰지 말라."라고 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도 "아끼는 물건을 잃은 것보다 더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일기를 그냥 그 감정대로 쓰면 안 된다."라고 감정이 격해지는 글쓰기를 조심하라고 합니다.
4) 대화는 생생하게
대화는 일기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일이나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대화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고 감정이나 생각을 바로 풀어낼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했던 말을 한 문장으로 인용해도 좋고, 오고 가는 대화 형식으로 표현해도 재미있습니다.
언니: 내가 이번 미팅에 입으려고 사놓은 원피스에 왜 김치국물이 묻었지?
동생: 무슨 옷?
언니: 저번에 에이블리에서 산 노란색 원피스 말이야?
동생: 내가 어떻게 알아?
언니: 내 친구가 네가 입고 다닌 모습을 본 적이 있대.
동생: 아니야, 난 언니 옷을 입은 적이 없어, 날 모함하지 마!
언니: 겨드랑이에서 네 암내 나.
5) 디지털로 일기 쓰기
꼭 아날로그 스타일로만 일기를 써야 할까요? 디지털 세계에서는 보다 더 확장되고 자유로운 일기 쓰기가 가능합니다. 앱을 이용해서 일기를 쓴다던가 사진이나 그림, 영상 등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저는 '스탬프앱'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기록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블로그등을 활용해서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매일 먹는 음식이나 여행 사진을 찍어 올리는 '브이로그'형식이 인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강 과장"이라는 사람은 유튜브 채널은 자취하는 회사원이 절약 및 저축하는 일상을 가계부 브이로그 형식으로 기록하여 인기가 많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humansofny 계정으로 활동하는 브랜든 스탠튼(Brandon Stanton)이 있습니다. 브랜든 스탠튼은 뉴욕의 일상생활을 인스타그램에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것으로 시작했으며, 현재는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이야기와 사진을 수집해 올리고 있습니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11백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상의 순간들을 사진과 함께 담아내어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6) 다양한 소재 이용하기
다양하고 재미있는 소재들을 이용해 일기를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카드 영수증에 메모를 해서 모은다거나, 공과금 용지에다 짧은 기록을 남기기도 합니다. 카드 영수증을 보면 그때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쉽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공연 티켓, 입장권, 초대권, 명함, 택, 스냅사진 등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소재를 발견해서 기록을 하면 개성 있는 일기가 됩니다.
7) 미래 일기 쓰기
미래 일기란 "이미 미래를 경험했다 생각하고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누구나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 있습니다. 미래일기는 단순한 소망이 아닌 실제로 일어난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이미 미래에서 꿈을 이룬 자이기 때문에 지금 힘이 들더라도 스스로를 응원할 수 있습니다. 미래 일기를 쓰는 간단한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이루고 싶은 내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1년 후 혹은 3년 후 등 정해진 기간 이후 내 꿈의 목표를 달성한 모습을 이미지화합니다. 미래 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은 꿈이 있는 사람 만이 쓸 수 있습니다. 즉, 미래일기는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스스로 명확하게 일기 형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꿈을 달성한 그날의 일상을 미리 글로 쓰는 것입니다.
둘째, 미래 일기의 시간과 장소를 상상해 보세요. 나의 꿈이 실현된 그 시간과 장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상상해서 글로 적어보세요. 그곳의 분위기와 느낌은 어떠할까요?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 시간과 장소에 있을까요?
셋째, 미래의 상황을 상상해 볼 때,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요? 그 경험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까요? 경험에 대한 나의 감정을 상상력을 발휘해서 생생하게 써봅니다.
넷째, 상상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래 일기를 써보세요. 자신이 상상한 미래의 상황, 경험, 감정 등을 자세히 서술해 보세요. 구체적일수록, 생생할수록 자신의 꿈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가집니다.
다섯째, 상상한 미래의 날에 내가 쓴 미래 일기가 이루어졌는지 나중에 다시 보세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나는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래 일기를 쓰는 것은, 자신의 목표와 비전을 더욱 명확히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설사, 꿈을 이루지 못해도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한 많은 일들이 자신을 더 성장시키고 자신을 더욱 사랑할 수 있었음을 스스로가 알게 됩니다.
4. 일기 쓰기로 얻는 효과 4가지
1) 나를 포기하지 않게 된다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 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 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폐허 이후'라는 도종환의 시를 보면 포기하지 않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표현합니다. 세상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데 자기 자신만 스스로의 인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기를 쓴다고 인생이 갑자기 확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일기를 쓰는 동안 나 자신을 들여다 보고 나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 수 있습니다. 힘들거나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며 포기하고 싶을 때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일기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지킬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입니다. 일기를 쓸수록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게 되고 삶을 객관적이고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글을 통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2.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적극성이 생긴다
나를 위해 참고 기다릴 수 있나요? 여러분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잘 버틴 것입니다. 버틴다는 것은 스스로 맞선다는 뜻입니다.
"버틴다는 것은 내적으로는 들끓어 오르는 분노나 모멸감, 부당함 등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고 외부에서 주어진 기대 행동에 나를 맞추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하는 매우 역동적이면서도 힘든 과정이다."라고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는 그의 책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에서 말했습니다. 일기는 적극적으로 내 삶을 버틸 수 있게 해 줍니다. 버틴다는 것은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을 사랑하기에 나를 기록하고 내일도 기록할 수 있게 됩니다.
3. 나의 빈구석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얻는다.
일기를 쓰다 보면 나 자신이 얼마나 허술하고 빈구석이 많은지 알게 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구멍 숭숭 뚫린 완벽하지 않은 나의 모습에 쉽게 실망을 합니다. 일기는 이렇게 빈구석이 많은 나를 매일 조금씩 칭찬으로 채워가는 행위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내 모습은 부족한 모습이 아니라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는 뜻입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만 쓴다면 매일을 시험처럼 살 수밖에 없으니까요. 일기를 통해 완벽하지 않은 나를 즐기세요. 나의 빈구석을 지켜야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4. 자신만의 글쓰기 스타일이 생긴다.
매일 글을 쓰는 행위는 글 쓰는 능력이 향상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일기를 통해 꾸준히 글쓰기 능력을 키워놓으면 갑자기 닥쳐서 글을 써야 하는 사람과 그릇의 크기가 달라지게 됩니다. 글쓰기에 자신이 붙으면 더욱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자신의 글로 인해 사람들이 반응하게 되면 글을 통해 변화되는 자신의 일상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일기를 쓰면서 에세이나 편지, 소설 등에도 도전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글을 쓰려고 애쓰며 좀 더 멋지게 글을 쓰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다른 글쓰기에도 자신이 생깁니다. 글쓰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게다가 깊은 글쓰기를 위한 자기 계발도 하게 됩니다. 책을 많이 읽고 다른 사람의 좋은 글을 따라 써보기도 합니다. 자신의 글쓰기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은 자발적인 이끌림입니다.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게 되며 많은 경험에도 도전해 보게 됩니다.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가 글쓰기의 소재가 됨을 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