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효율적인 사람들>
p는 언제나 저를 만나러 올 때 뒷약속을 잡아요.
두 개의 약속을 잡고 나오는 바쁜 p
나를 만나러 나온 p는 약속이 있다고 그만 끝내제요.
빛 좋은 시정마가 된 기분이에요.
나를 만날 때마다 비밀 약속을 잡고 나오는 p
k는 항상 제가 사는 동네에 올 때만 연락해요.
갑자기 전화가 오면 쉬고 있던 당황함이 깜짝 놀래요.
k가 우리 동네에 볼일이 있었구나.
게다가, k가 볼일이 빨리 끝나 시간이 남았구나.
우리 동네에 온 김에 전화하는 k
g씨는 기동력이 탁월해요.
집에서 먹고 자던 7부 츄리닝 바지에 전대 하나만 허리에 차고 바로 튀어 와요.
시골에서 밤에 자다 뒷간에 갈 때 입고 있을 의상 같아요.
저는 그 시골에 어울리지 않는 왕따 이방인 같아요.
꾸미느라 허둥댔던 2시간을 삼선 슬리퍼로 조져버린 g씨
h씨는 툭툭 간을 잘 봐요.
두 손에 가득 맛난 것을 쥐고 배가 뽈록 나왔는데도 입맛을 다셔요.
비어있는 내 두 손에 뭔가를 줄 듯 말 듯
농담 혹은 빈말의 카테고리만 키워요.
남의 열정만 탐내는 손해 보지 않는 h씨
뭔가 효율적인 사람들은
SNS에서도 빛이 나네요.
현실 쭈구리인 비효율적인 저는
오직 당신만을 위해 미리 약속을 잡고
오직 당신만을 위해 그 전날부터 설레고
오직 당신만을 위해 시간을 내 양껏 꾸미고
오직 당신만을 위해 돈을 쓰고
오직 당신만을 위해 온전히 하루를 쓰고
오직 당신만을 위해 헤어진 후에도 잠을 설칩니다.
그냥, 당신이 소중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