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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Mar 27. 2023

뭔가 효율적인 사람들

<뭔가 효율적인 사람들>


   

p는 언제나 저를 만나러 올 때 뒷약속을 잡아요.

두 개의 약속을 잡고 나오는 바쁜 p

나를 만나러 나온 p는 약속이 있다고 그만 끝내제요.

빛 좋은 시정마가 된 기분이에요. 

나를 만날 때마다 비밀 약속을 잡고 나오는 p      



k는 항상 제가 사는 동네에 올 때만 연락해요.

갑자기 전화가 오면 쉬고 있던 당황함이 깜짝 놀래요.

k가 우리 동네에 볼일이 있었구나. 

게다가, k가 볼일이 빨리 끝나 시간이 남았구나.

우리 동네에 온 김에 전화하는 k   

  


g씨는 기동력이 탁월해요.

집에서 먹고 자던 7부 츄리닝 바지에 전대 하나만 허리에 차고 바로 튀어 와요.

시골에서 밤에 자다 뒷간에 갈 때 입고 있을 의상 같아요.

저는 그 시골에 어울리지 않는 왕따 이방인 같아요. 

꾸미느라 허둥댔던 2시간을 삼선 슬리퍼로 조져버린 g씨      


h씨는 툭툭 간을 잘 봐요.

두 손에 가득 맛난 것을 쥐고 배가 뽈록 나왔는데도 입맛을 다셔요.

비어있는 내 두 손에 뭔가를 줄 듯 말 듯 

농담 혹은 빈말의 카테고리만 키워요.

남의 열정만 탐내는 손해 보지 않는 h씨  


   

뭔가 효율적인 사람들은

SNS에서도 빛이 나네요.    


 

현실 쭈구리인 비효율적인 저는

오직 당신만을 위해 미리 약속을 잡고

오직 당신만을 위해 그 전날부터 설레고

오직 당신만을 위해 시간을 내 양껏 꾸미고

오직 당신만을 위해 돈을 쓰고 

오직 당신만을 위해 온전히 하루를 쓰고 

오직 당신만을 위해 헤어진 후에도 잠을 설칩니다.   

  


그냥, 당신이 소중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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