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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앞에서...

by nanunna

먼저 늙어 본 여자들이

거리를 지나간다.

“어서 와, 환영해!”

그녀의 무릎 밑 주름도 스마일거린다.

나이가 들수록 잘 차려입지 않으면

금세 불쌍해지고 마는 꼴이

거리의 사람 속에서

나 조차도 주목받지 못한다는 걸

한때는 거리의 시선을

모두 거둬버리고 싶은 미모를 가지고 싶었다만

극한의 비포 에프터를 만들어봐도

쉰 내 나는 아저씨들의 동공 타깃


늙을수록 꾸미라는 조언 속에서도

나는 자꾸 단순해지려 한다.

속 편한 거지 같은 티셔츠 속에 몸을 넣고

배경처럼 아무도 의식하지 못하게 거리에 숨는다.

앨범처럼

의도적으로 펼쳐봐야 하는

옷장 속의 옷들과 메이크업들은

날 보면 부들부들 거린다.

나이 들수록 자꾸 단순해지고 민낯을 내놓는다. 그래서,


먼저 늙어본 여자들에게서 아름다움을 찾아 배우려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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