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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 Aug 28. 2022

나도 나를 모르는 것처럼

브런치 앱을 켜자마자 예민함에 관한 글이 메인에 떴다. 별 생각 없이 눌러본 글이었지만 읽다 보니 점점 내 성격을 그대로 써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말미에 적혀있는 예민함 테스트를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의 항목이 해당되었다.


생각해보면 유독 가족들 중에서 나는 소음에 민감한 편이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중요하다 생각되는 일을 앞두고 있으면 지나치게 긴장하는 습관도 있었고, 항상 뭐든지 먼 미래의 최악까지 생각하곤 했다. 나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도 소심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사실 과거의 나는 예민하다는 말을 제일 싫어했었던 사람이다. 내가 기분이 나쁘다는데, 굳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너는 왜 이렇게 예민해?’ ‘아니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싫었다.


아마 내가 예민하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예민하다는 말을 들으면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느낌이었고, 그냥 나의 커다란 단점을 면전에서 대놓고 듣는 기분이었으니까.


아무튼 나는 브런치의 그 글을 읽은 다음 인터넷을 한 번 찾아보았다. 당연히 예민함이 계속되면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예민한 성격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해주거나, 예민함이 오히려 필요할 때가 있다고 말해주는 글도 많았다. 전문적인 글을 몇 개 읽고 당장 나에게 도움 되는 조언들을 모아 정리해보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물론 그 후로 내가 예민함을 인정하게 되기까지는 며칠이 더 걸렸다. 지금까지 내 단점을 말할 때 예민한 성격이라고 얘기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나로부터 평생 도망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앞으로 나를 잘 관리하되 자책하지는 않으며 살아가기로 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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