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의 방
검은 방 안에는 상자가 가득히 놓여있었다. 관리자는 그걸 보고서 재밌다는 듯이 픽하고 웃으면서 내게 말을 걸었다.
“재밌지 않나?”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여기 있는 상자, 이게 하나의 세계라네.”
“..이 하나 하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관리자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발 앞에 떨어져 있던 조그만 상자 하나를 들어서 내 눈 앞에 갔다 댔다. 그리고는 갑자기 손에 마력을 불어넣고 힘을 주더니, 그걸 터뜨려 버렸다. 나는 당황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 그래도 되는 겁니까?”
“푸흐흐. 깜짝 놀란 몰골이 볼만하군. 생명체라고는 아직 하나도 없는 실험용 세계라네. 제대로 세계가 장착하지 않아서 폐기 직전의 물건이지. 여기엔 이런 게 널려있지.”
그의 말 대로 그 부서진 상자에서는 어떤 비명이나 생명체의 흔적이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한쪽 구석에 그 상자를 던져놓고 큰 상자들쪽으로 다가가는 관리자를 따라가다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그 상자에서 미세한 아지랑이 같은 것이 순간 올라왔다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