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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아이언 Apr 17. 2022

#열 번째 편지. 유효실력을 키우는 훈련장

: 나무는 밑으로도 자란다.

이번달 모의고사가 끝났습니다.

시험을 위해서 고요히 준비를 했던 학생들은 향상된 점수로 보상을 받았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낮은 점수대의 성적표를 확인했겠지요. 

간혹 시험이 끝난 후, 인생이 끝난 것처럼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고 어깨가 축처진 학생을 만나기도 합니다. 

오늘의 글은 그 친구들에게 전하는 글이에요.


모의고사를 보고 점수가 오르면 나무가 위로 자란 것처럼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한 것 같아 기분이 좋지요. 

반면에 점수가 떨어지면, 즉각적으로 우울해지고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무는 아래로 자랄 때야말로 나무 전체를 지탱할 튼튼한 뿌리를 얻게 된다는 것이에요. 즉 떨어진 점수는 그대를 지탱할 진짜 실력이 됩니다. 시험지에 주욱주욱 내리는 비는 그 뿌리를 강하게 해주는 필수요소라는 것을 잊어선 안돼요. 


ⓒJohannes Plenio tree



시험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 것은 좌절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와 내가 그동안 무엇을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는지'

에 대한 자기검열과 통찰입니다. 그러니 부디 어깨를 펴세요. 


점수가 떨어진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은 아예 시험을 보지 않는 일부 학생입니다. 작년 B학생은 철쌤을 정말 잘 따랐던 학생인데, 자신의 주장이 은근히 강했던 친구였어요. 특히 모의고사를 보지 않는 일에는 더 그랬어요. 혼자서 조용하고 편안한 밀실에서 과년도 기출문제를 푸는 일이 그가 하는 셀프테스트의 전부였어요. 그 방법은 잘못 됐다고 타일러도 고치지 않았지요. 모의고사를 보지 않는 이유는 극도의 긴장감이 싫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어요. 자신의 이고(ego)가 너무 강했던 친구였습니다.


불을 붙이지 않은 초가 10년을 산다해도 그건 산게 아닙니다. 

그 초의 나이는 여전히 0살이지요. 왜냐하면 초는 머리에 불을 붙여 '촛불'이 되는 순간, 목적에 맞는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죠. 출항을 앞 둔 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항구가 안전해도, 파도치는 대서양으로 항해를 떠나지 않는다면 그건 배가 만들어진 목적을 이행하지 못 한 것이에요. 그 배는 여전히 0살입니다. '유효경력(valid age)'이 0살 이란 것 입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이 유효경력이 '유효실력(valid competence)'이라는 말로 바뀌어 쓰일 수 있겠네요. 


다시  B학생 이야기를 해볼게요. 

자신이 항상 공부하던 장소에 앉아, 가장 익숙한 환경에서, 자신이 준비한 모의고사/기출문제를 풀었던 학생은, 결국 그 해에도 가고 싶어하는 학교는 다른 학생에게 양보해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모든 시험은 비익숙한 환경에서, 어쩌면 불편함을 줄지 모르는 타인 옆에서, 자신의 집중력을 최고 단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포함하는거에요. B학생은 시험의 가장 기초적 원칙인 이 요소를 얕잡아 본 것 이지요. 


결국 유효실력을 많이 키울 수 있는 학생이 승리하게 됩니다. 

그러니, 60분의 모의고사가 고통스럽다고해도 피하지 마세요. 

그 시험의 결과가 여러분을 좌절시킬지도 몰라요. 그래도 굴복하지 마세요. 

이 모든 시련은 여러분의 영어뿌리를 단단하게 만들 자양분이 될테니깐요.

나무는 오늘도 밑으로 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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