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적
아버지께서 회식을 하신 날이면
어김없이 전화를 하셨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치킨이라도 사갈까?
들뜬 듯한 수화기 너머 아버지께서
이런 말을 건네 오실 때면
나 또한 들뜬 목소리로
교촌치킨을 사달라고 조르곤 했다.
그렇게 삼 십분 뒤쯤에
복도 너머에서
차가운 구둣발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문 앞에서
그 치킨을 기다리며 서 있었다.
철문이 열리고,
평소의 목소리와 다르게 한껏 취해
술내를 풍기고 사과처럼 달아오른 아버지의 얼굴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내게 치킨을 건네셨다.
나는 치킨을 한 손에 받고
허겁지겁 뜯어
아버지와 함께 십 분 만에 먹어 치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아버지가 매일 이렇게 기분이 좋으시기를
그래서 이렇게 치킨을 들고 오시기를
그러나,
시간이 한참 흘러
사랑스러운 아내와 딸이 내 곁에 불어오고
아버지께서 내 곁을 떠나
하늘나라의 품에 한 줌의 꽃으로 떠나실 적에
그때서야 깨달았다.
그 말을 건네실 적에
수화기 너머 지으신 표정과
그 심정을.
그날,
독하게 취해서
치킨을 내게 건네신 날은
유독 기분이 좋으셨기 때문이 아니라
그날이
유독 고되고 힘드셨기 때문임을.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행동하는,
그저 그 치킨에 기뻐하는 나를 보시며
지친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싶으셨기 때문임을.